UPDATED. 2024-04-25 23:17 (목)
채시라 "아름다움, 외모보다 몰입에서 나오죠" (上) [인터뷰]
상태바
채시라 "아름다움, 외모보다 몰입에서 나오죠" (上)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21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현숙 역 배우 채시라

[300자 Tip!] "고등학교 때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네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 내세울 수 있는 대표작이 될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현숙이 점차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성숙해지고, 어른이 돼 가잖아요. 이런 내용들이 담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좋은 드라마의 표본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드라마에서 40대 배우가 맡는 역은 어떤 캐릭터일까. 머릿속 선택지가 얄팍하다. 극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누군가의 어머니로 중심을 빗겨 있거나, 혹은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반가운 드라마였다. 3대 모녀의 삶을 그리는 이 드라마에는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이기보다는 각 개인의 삶과 이야기가 있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특히 배우 극중 김현숙은 다양한 삶의 굴곡을 가진 인물로 여러 과정을 거쳐 끝내는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이를 연기한 배우 채시라(48)를 만났다.

◆ 귀엽고 철없는 모습, '친근한 채시라'에 의미있어

현숙은 집에서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다. 팝 스타를 좋아하며 시 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고등학생이었지만 누명을 써 퇴학을 당한 후 삶이 꼬였다. 요즘 들어선 스스로의 실수로 집의 큰 돈을 날리고 그의 자랑거리였던 고학력 딸은 대학 강사를 그만뒀다. 고교시절의 아픈 기억에 묶여 성장이 더딘 현숙에게, 세상은 불행하고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김현숙을 표현하기 위해 채시라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 구불구불하게 컬 진 머리로 연기에 임했다.

"원래 시놉시스에는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다'고 돼 있었죠. 그래서 언니 옷도 가끔 뺏어 입고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좀 더 수수하게 가는 걸로 방향이 잡혔고, 좀 더 생활감있게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머리, 사실 아주 세련된 웨이브예요. 기사에는 '아줌마 파마'라고 나왔지만요.(웃음)"

 

채시라가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은 점으로 생각하는 건, '좋은 작품'이었다는 것, 그리고 '친근'한 이미지다.

"실제의 저는 카리스마 있거나 한 성격이 아닌데, 그간 캐릭터로서 근엄하고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주로 보였어요.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전달한 것이 큰 의미예요. 제게도 분명히 있는 면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재밌었고요. 시부모님, 시언니는 드라마를 보고 '우리가 10여년 동안 봐 왔던 모습이 아니라 드라마 속 모습이 진짠 건지 구분이 안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과거를 원망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현숙을 보면서 채시라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극중 윤미숙(현숙의 퇴학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인물) 비슷하게 '좀 놀았던' 친구들은 뭘 하고 살까,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착않여'의 메시지 중 하나가 이런 개성 존중도 있는 것 같아요. 작은 기억으로 인해 아이의 인생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숙이처럼 개성이 뚜렷하고 할 말 하는 아이를 북돋아줬다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착한 여자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24부작 드라마였다. 보통 미니시리즈가 16부인 것에 비해 긴 회차였으나 그는 "이렇게 편하게 촬영해도 되나 싶었다"고 했다.

"제가 그간 아무리 짧아도 30부작 정도를 찍었고, 혹은 100부작을 넘기기도 했어서 24부작이 아쉽기도 했어요. 얼굴이 점점 상해야 하는데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 해서 얼굴이 갈 수록 좋아지기도 했죠.(웃음) 편하게 촬영한 데는 누구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은 분량도 큰 몫을 했단 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였으니까요."

재미 중 하나는 현숙과 앙숙 사이인 나말년과의 관계였다. 나말년은 현숙을 퇴학시킨 교사로, 그를 연기한 배우 서이숙과는 사실 친한 사이다. 2012년 드라마 '인수대비' 때 각각 인수대비, 박 상궁 역을 맡아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두 사람은 이번 촬영에서 더욱 가까워졌다.

"저는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감정을 잡아놔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서이숙 씨와 살갑게 얘기하다가도 '아, 우리 사이 나빴지' 하면서 일부러 떨어지고 그랬어요. 어떤 날은 촬영장에 와서 한 마디도 안 나눌 때도 있었죠. 그러다가 장면 찍고서야 인사하고 가까워지고요."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서이숙, 채시라 [사진=IOK미디어 제공]

결국 김현숙과 나말년은 살갑게까진 아니지만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또다시 서로 악연으로 엮이기 싫다던 나말년은 "너와 사돈하기 싫다. 너에게 미안한 게 많으니까"라며 에둘러 사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성이 나 있던 '착않여'의 여자들은 마지막회에 다함께 웃었다.

채시라가 생각하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에겐 착하고, 착하지 않은 부분이 있죠. '착않여' 후반에는 다들 반성, 후회하고 배려, 용서하게 되는데 이런 모습은 착한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착한 여자들'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보지 않았을까요? 착한 여자가 되는 과정을 역으로 강조한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 전형적 캐릭터 아닌 필모그래피는 나를 위한, 후배를 위한 선택

'착하지 않은 여자들', 그리고 김현숙은 요즘 드라마계에 좀처럼 없는 특별한 드라마이자 캐릭터였다. 보통은 20~30대 배우가 드라마 전면에서 극을 이끌고, 40대 배우 이상은 전형적인 주변 캐릭터들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을 깬 것 같느냐'는 질문에 채시라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떤 뿌듯함, 자랑까진 아니지만 내가 잘 해 놓으면 후배들도 보고 올 것이란 생각이 있어요. 김혜자, 장미희 선생님들도 한 획을 그으신 분들인데 바라보면 정말 멋있고 우아한 이상형이잖아요. 나를 보는 후배들도 분명 있을 거니까 잘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배를 위해서죠."

 

이는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역할을 고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정말 감사한데, 그래서 작품을 많이, 자주 하기보다는 작품이 줄 결과, 영향을 생각하면서 선택에 더 고심하게 된다"고 했다.

"'착않여' 역시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모델을 만든 것 같아요. 사실 내가 제대로 서 있고 잘 가꿔만 간다면 얼마든지 20~30대를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생각해왔고요."

그래서 데뷔 31년차인 이 배우가 요즘 후배들에게 드는 생각도 이런 자세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역할에 충실했을 때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주고 싶어요. 시대별로 작품들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과거엔 처절한 내용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밝고 재밌는 풍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통해서 성숙하는 배우가 됐으면 싶어요."

☞ '채시라의 수퍼 맘 다이어리 (下) [인터뷰]' 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