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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SON', 우리는 손흥민 시대에 살고 있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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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SON', 우리는 손흥민 시대에 살고 있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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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센추리클럽 가입에 쐐기골,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까지. 한국 축구 대들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손흥민은 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 선발 출장, 쐐기 프리킥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2-0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가 열린 장소는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극적인 연장 승리를 거뒀던 대전월드컵경기장. 7년 만에 열린 A매치에 4만135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손흥민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을 선사했다.

손흥민이 6일 칠레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자축했다.

 

◆ 적장마저 홀린 ‘월드클래스’ 품격

지난 2일 치른 브라질전 1-5 대패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특히 수비 불안은 심각할 정도였고 잦은 실수로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공격만큼은 달랐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이 빼어난 돌파로 측면을 허물고 황의조(보르도)가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골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뒤엔 상대 감독도 긴장케 만드는 손흥민 효과가 있었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수비수 2,3명을 달고 다녔다. 그럼에도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고 현란한 개인기와 돌파력, 강력한 슛을 자랑했다. 경기 후 치치 브라질 감독은 “왼쪽 윙에서 플레이할 때 다니 알베스를 배치하고 마르퀴뇨스와 카세미루까지 (커버 플레이하도록) 대비시켰다”며 “가장 중요한 선수를 막아서는 게 가장 우선적인 방법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그의 능력을 방증한다. 항상 경계할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전술 변화를 택했고 이는 공격에 속도감을 더해주는 효과로 이어졌다. 경기 내내 칠레 수비수들에 부담을 안겨준 손흥민은 후반 막판 빨랫줄 프리킥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에두아르도 베리조 칠레 감독의 발언은 단순한 칭찬 그 이상이었다. 인상적인 선수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한 명을 꼽는다면 당연히 손흥민”이라며 “존재 자체로 경기를 바꾸게 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선수다. 수비와 1대1 할 때 무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었기에 손흥민 같은 선수를 상대해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많이 얻어간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화려한 돌파에 이어 골까지 기록한 손흥민에 대해 에두아르도 베리조 칠레 감독은 "손흥민 같은 선수를 상대해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많이 얻어간다"고 말했다.

 

◆ 센추리클럽, ‘손’ 타는 곳마다 한국 축구 새 역사 열린다

이날은 손흥민의 A매치 100번째 경기였다. 2010년 12월 A매치 데뷔 후 11년 6개월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쉼 없이 달려온 것에 대한 훈장 같은 결과다. 차범근, 홍명보(이상 136경기), 이운재(133경기), 이영표(127경기), 김호곤, 유상철(이상 124경기) 등에 이어 16번째. 매년 8,9경기를 뛰어온 그이기에 대표팀 조기 은퇴를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역대 최다출장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클럽에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세운 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아시아 최초로 유럽 5대 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한 손흥민. 대표팀에선 유독 집중되는 견제 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골을 넣지 못했으나 100경기에서 32골로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 박이천(36골), 김재한, 이동국(이상 33골)에 이어 역대 최다골 6위에 올라 있다. 이르면 올해 내로 이 부문 3위까지도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부임 후 손흥민을 주장으로 앉히며 4년 동안 함께 해온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함께 한 모든 경험이 좋았다. 코칭스태프들도 그랬을 것”이라며 “그의 능력은 모두가 알고 있다. 구단과 대표팀의 상황이 다름에도 몇 년 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수년 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세우지 않는다. 차범근 전 감독의 기록 경신에 욕심이 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 흐르듯이 지나가다보면 그런 업적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구체적 수치를 목표로 세우면)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차범근 감독님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너무도 죄송스럽다고 매번 말한다. 엄청난 업적을 감히 쫓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한다. 내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 기록이라는 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쐐기골을 터뜨린 뒤 정승현(왼쪽)과 함께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손흥민.

 

◆ 동료 사랑, 승리도 골도 동료덕으로

손흥민이 사랑받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인성이다. 경기 후엔 동료들, 상대편 선수들과 따뜻하게 인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를 거치면서도 손흥민이 축구계에서 ‘핵인싸’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친화력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늘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이날도 손흥민은 “브라질과 경기 후 며칠 안 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좋은 정신력과 좋은 자세로 플레이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크게 지고 나서 분위기 전환하는 게 어려운데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100번째 경기라해도 지고 축하받으면 불편할 것 같았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골 넣은 것보다 동료들이 좋은 자세로 임해준 게 고맙다”고 말했다.

상대팀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 속 황의조와 황희찬이 각각 브라질전과 이날 칠레전에서 한 골씩을 넣으며 부담이 줄었냐는 질문에도 “딱히 집중 공략이 없더라”고 말한 손흥민. 이내 동료들의 칭찬에 열을 올렸다. “선수들이 가진 능력이 많은데 다 못 보여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황)의조도, (황)희찬이도 엄청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며 나아가 “(정)승현이, (나)상호, (김)문환이 등 이날 선발로 나가면서 항상 준비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모든 선수가 각자 가진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면 나는 경기장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전했다.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왼쪽)을 격려하고 있는 손흥민. 경기 후에도 "선수들이 가진 능력이 많은데 다 못 보여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황)의조도, (황)희찬이도 엄청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 못 말리는 팬바라기,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손흥민하면 떠오르는 것 하나가 뛰어난 팬서비스다. 경기 후 관중들과 한참 동안 인사를 나눈 손흥민은 “사실은 더 오랫동안 하고 싶다. 유일하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고 내 자신을 보여줄 시간”이라며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안타깝다. 경기 치를 땐 너무 행복하고 기쁘지만 경기 후 인사할 때는 이분들과 곧 헤어진다는 사실에 슬프고 숙소에 돌아가면 공허한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축구 때문인데 축구에 대한 열기와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데로 벗어나지 않게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 지금처럼만 관심 보여주신다면 꼭 만족시켜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일례로 손흥민이 착용했던 축구화와 유니폼이 최근 경매로 나왔는데, 각각 1600만 원, 650만 원에 낙찰될 만큼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리그 경기 중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종종 축구화와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하는 손흥민으로선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 아무것도 아닌걸”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더니 “너무도 큰돈이다. 정말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협회와 이야기해서 따로 챙겨드릴 수 있는 걸 해드리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경기력은 물론이고 동료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국보급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선수들에겐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교과서 같은 존재로, 팬들에겐 실력과 팬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안겨주는 슈퍼스타다. 팬들로선 손흥민이 국가대표로 뛰는 날이 하루라도 더 이어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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