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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도 형님도' 일본과 대비, 답답한 한국축구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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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도 형님도' 일본과 대비, 답답한 한국축구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1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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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황선홍 감독을 필두로 이강인(21·마요르카)과 조영욱(FC서울), 오세훈(시미즈), 최준(부산 아이파크), 고재현(이상 23·대구FC) 등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이 나선 대표팀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한국은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3으로 졌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의 목표는 왕위 수성이었으나 8강에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A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대비되는 행보로 축구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U-23 대표팀이 12일 일본과 8강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올해 5회째인 이 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나서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났던 한국은 당시 2-0으로 앞서다 3골을 내리 내주며 2-3으로 역전패 당했는데, 이번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완패로 물러서 더욱 굴욕적인 패배였다.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2승 1무를 기록하고도 한국은 C조 1위, 일본이 D조 2위로 8강에서 격돌하게 됐다. 다만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4-1 대승을 거둔 첫 경기를 제외하면 졸전을 거듭했다. 베트남에 1-1로 비겼고 태국에도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심지어 일본은 2년 뒤 파리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2살 어린 U-21 대표팀으로 꾸려 나선 대회였음에도 경기 내용은 완전히 밀렸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들 외에도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고 정상빈(20·그라스호퍼), 홍현석(23·LASK) 등 해외파까지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경기 내용은 이와는 달랐다.

이강인(가운데)이라는 훌륭한 미드필더 자원을 두고도 한국은 좀처럼 원활한 공격 전개를 해내지 못하고 참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인지 지나친 여유 때문인지 몰라도 거의 매 경기 선발 명단이 크게 바뀌었다. 일본전엔 앞두고는 골키퍼도 교체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자리가 아닌 역할을 맡기는 경우들도 있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골키퍼 선방 이후에도 쇄도하는 공격수를 막아서지 못한 실점 같은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2년마다 열리는 U-23 아시안컵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3위 팀까지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얻을 수 있지만 올해는 특별한 혜택이 없다. 올림픽이 병역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겐 특별할 혜택이 없는 이번 대회에 동기부여가 부족했을 수도 있으나 이는 정당한 핑계가 될 수 없다. 한일전 특유의 절박함도 경기력에선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과거부터 준비해온 일본만의 축구를 펼쳤다.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는 마치 한국 A대표팀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속도감도 실려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 마무리하는 능력까지 모두 한국을 압도했다.

자연스레 최근 연이은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A대표팀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A대표팀은 브라질에 1-5 대패를 당했고 2군급으로 한국을 찾은 칠레전 2-0으로 승리했지만 파라과이에 졸전 끝 2-2로 비겼다. 16일 이집트와 평가전을 남기고 있다.

2군급 전력이었던 칠레전을 제외하고는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A대표팀. 일본이 월드컵을 앞두고 순항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멀리 한국 땅을 찾은 팀들은 일본과 경기를 이어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을 만난 뒤 일본으로 건너간 브라질은 일본의 철통 수비에 막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한국을 찾기 전 일본과 만난 파라과이는 1-4로 혼쭐이 났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방향과 속도 두 가지 면을 고려해봐야 한다. 일본은 차근차근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고 브라질을 상대로는 마치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선 것처럼 수비적인 전술을 펼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파라과이전엔 화끈하게 밀어붙이며 오는 11월 월드컵을 앞두고 속도도 더 높였다.

한국도 벤투 감독 부임 후 줄곧 ‘빌드업 축구’를 통한 한 길을 걷고 있다. 방향성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좀처럼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4년 내내 같은 전술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여전히 100% 전력이 아닐 때엔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임 이후 내내 펼친 축구 스타일이 결코 시스템화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6일 이집트전까진 평가를 유보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집트전을 치르고도 확실한 가능성을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전술 혹은 선수 선발의 변화 등 방향성에서도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가슴이 갈수록 답답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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