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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만마 구창모, 건강한 에이스는 다르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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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만마 구창모, 건강한 에이스는 다르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23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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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 3년 동안 20경기 13연승. 구창모(25·NC 다이노스)는 패배를 지운지 오래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엔구행(엔씨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이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랜 공백 끝 돌아온 구창모가 벼랑 끝에 있던 NC에 커다란 희망을 품게 한다.

구창모는 22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팀에 11-0 완승을 안겼다.

시즌 5경기 등판 만에 벌써 4승. 2019년 9월 15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4연승을 이어간 구창모가 NC를 바꿔놓고 있다.

NC 다이노스 구창모가 22일 KT 위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복귀 후 4연승을 달렸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2015년 NC에 입단한 구창모는 빠르게 성장했고 1군 4년차이던 2019년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이듬해엔 패배 없이 9승 평균자책점(ERA) 1.74로 리그 최우수선수(MVP) 1순위로 평가받았다.

부상이 문제였다. 처음 다쳤을 땐 3개월 가까이 휴식을 취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 13이닝 3실점(2자책) 호투하며 팀에 첫 우승을 안겼다.

그러나 이듬해 왼쪽 척골 부상이 발생했고 그해 7월 골반 뼈세포를 부상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 시즌이 통째로 사라졌다. 올 시즌 초반 복귀를 목표로 준비했지만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손상되며 또다시 그 시점은 미뤄야 했다.

1년 6개월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선 구창모는 수술을 받고 온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지난달 28일 두산 베어스와 복귀전부터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기더니 이후 이날까지 4연승을 달렸다. 28⅔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줬다. ERA는 0.31.

최고 시속 148㎞의 속구와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고 있다. 빠른 백스윙과 뛰어난 디셉션(투구 전 허리 뒤로 공을 감추는 동작)을 바탕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9이닝당 탈삼진도 8.16개를 기록하고 있다. 매 이닝 하나 이상 잡아낸 셈.

구창모는 복귀 후 5경기에서 4승, ERA 0.31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통상 좌투수는 우타자에게 더 약한 면모를 보이는데 구창모는 올 시즌 우타자 피안타율이 0.113으로 좌타자(0.243)를 상대할 때보다 훨씬 좋았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활용하며 결정적인 순간 몸쪽으로 찔러 넣는 공을 뿌리며 재미를 보고 있다.

이날 6회 송민섭을 상대로 몸쪽 속구만 4개를 뿌리며 루킹 삼진을 잡아낸 장면이 대표적. 2회에도 첫 안타를 내줬으나 박병호, 황재균, 김준태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노련함도 더했다. 박병호와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듯 무서운 홈런 페이스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병호를 상대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듯 했다.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박병호를 만나서는 볼카운트 2-2에서 허를 찌르는 포크볼로 타이밍을 완벽히 뺏어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4회에도 결정구는 포크볼. 8구 승부 끝에 던진 포크볼에 박병호는 중심을 잃으며 헛방망이질을 했다.

구창모가 NC를 바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구창모 복귀 전 4점 초반대로 전체 9위였던 팀 ERA는 3.70으로 몰라보고 좋아졌다. 4위로 수직 점프했다.

구창모의 활약 속 NC는 완연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여전히 9위에 머물고 있으나 이대로라면 가을야구 진출도 충분히 꿈꿀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를 바탕으로 NC는 구창모가 돌아온 뒤 12승 6패 2무로 완전히 달라졌다. 6월엔 10승 5패 2무로 승률 0.667, LG 트윈스(0.706)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최하위에 머물던 NC는 지난 10일 드디어 탈꼴찌에 성공했고 어느덧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격차를 5.5경기까지 벌렸다. 아직 9위에 머물고는 있으나 시즌이 반환점도 돌지 않은 가운데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KT 위즈와 승차는 5.5경기로 줄었다.

더 바랄 것도 없다. 건강히 올 시즌을 잘 버텨주기만 하면 성공이다. NC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구창모는 복귀 후 10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없다. 물론 깔끔한 투구를 펼치는 구창모의 능력 덕이기도 하다. 이날도 6회까지 98구로 막아내며 7회부터 김진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벤치에서도 무리한 투구를 시키지 않으려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6일 KIA(기아) 타이거즈전에선 팀이 2-0으로 앞서가던 6회 1사 후 투구수가 94개에 달하자 지체 없이 투수 교체를 하기도 했다.

건강한 구창모만 있다면 NC는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고 있다. ‘엔구행’이 아닌 ‘엔건구행’인 셈. NC가 노심초사하며 구창모의 컨디션 관리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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