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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장착 키움 이정후, 아버지 넘어 정상 향해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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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장착 키움 이정후, 아버지 넘어 정상 향해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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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정교함과 선구안, 해결사 본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바람의 손자’라는 수식어는 지운지 오래다. 통산 타율 1위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에게 아쉬웠던 단 한 가지 장타력. 이젠 그 마지막 하나까지도 메워가고 있는 천재 타자의 놀라운 행보다.

이정후는 28일 서울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기아) 타이거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5회 팀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5-2 승리를 안겼다.

이정후의 대포가 심상치 않다. 프로 데뷔 후 5시즌 동안 최다 홈런은 2020년 15개였는데 벌써 한 개 차로 바짝 다가섰다. 이정후 커리어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시즌이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2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쐐기 스리런 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버지 그림자 지운 이정후, 아쉬운 건 대포 한 방

키움의 지명을 받고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 그는 이정후라는 이름보다 LG 트윈스 2군 감독인 ‘이종범(52) 아들’로 더 많이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2년 차에 타율 0.393로 타격왕에 오르고 공수주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활약으로 팀을 전성기로 이끌었던 이종범의 임팩트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데뷔 첫해부터 타율 0.324 179안타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고 단숨에 KBO를 대표하는 타자로 떠올랐다. 아버지 그림자를 빠르게 걷어냈다.

매해 성장을 거듭한 그는 지난해 타율 0.360으로 타격왕에 오르며 부자 선수로는 세계 최초 동시에 이 타이틀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좀처럼 부족함을 찾기 힘든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홈런이었다. 지난 5지즌 동안 15홈런이 최다였다. 첫 시즌 0.417이었던 장타율을 점점 끌어올려 지난해 0.522까지 만들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그에게 기대하는 건 안타지 홈런이 아니었다.

 

부족한 홈런이 유일한 약점이라 손꼽혔던 이정후(오른쪽)는 올 시즌 이 부문 공동 2위에 오르며 무결점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정후가 달라졌어요, 무서운 홈런 타자로 변신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6월 8개 홈런을 몰아치며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이젠 대포 한 방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타자가 됐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6홈런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1997년 30홈런을 날렸던 아버지의 기록에도 도전해볼 법하다. 이미 타격 기술 자체는 이종범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전성기 시절 기준으로 이종범은 이정후보다는 확실히 홈런 생산 능력이 뛰어났다. 이젠 그 부분에서도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는 이정후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이날 경기 후 열린 인터뷰에서 “한 시즌 가지고 홈런 타자라고 하기엔 섣부른 것 같다”며 “홈런을 한 번도 의식한 적은 없다. 홈런을 의식하고 스윙을 하면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혼난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예전에 아버지가 계속 홈런 스윙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셨다”며 “25살 정도 되면 힘이 붙어서 자연스럽게 홈런 타구가 나올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한국 나이로 25살이 된 해에 아버지 말씀이 맞아가고 있어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즐기는 자세로 타석에 들어서고 이정후는 "제일 하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우승"이라며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즐기는 자세로, 우승을 향해

천재를 이긴다는 노력하는 사람, 그 위에 있다는 즐기는 자가 됐다. 이정후는 “지난해 와일드카드전 1차전 때 이후로 득점 기회에 타석에 서도 떨린다는 느낌이 없고 설렌다”며 “어렸을 때는 혼자 흥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타율 2위(0.351), 홈런 공동 2위(14개), 타점 3위(58), 최다안타 1위(98개), 출루율 1위(0.426), 장타율 1위(0.581)로 4관왕 이상을 노려볼 만한 페이스다.

그럼에도 아직은 만족하지 못한다. 더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한다. 그는 “KIA 나성범 선배나 최형우 선배가 계시고 우리 팀에서도 김하성 선배의 플레이를 많이 봤었고 박병호 선배님의 경기도 계속 지켜봤다”며 “대표팀에서도 선배들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성적은 선배들을 잘 만난 덕인 것 같다”는 것. 나아가 일본프로야구 등을 보며 배울 점을 캐치한다.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키움은 선두 SSG 랜더스를 2경기 차로 바짝 쫓고 있다. 이정후가 가장 원하는 건 단연 우승트로피. “제일 하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우승”이라는 그는 “아무도 우리 팀을 상위권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시즌에 이렇게 멋진 성적을 내고 있어서 팀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팀 평균자책점(3.31) 1위에도 타율은 0.250으로 7위에 머물고 있는 키움. 이정후의 홈런포가 더해지며 타격에도 더 탄력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우승 도전이라는 꿈이 어느 때보다 가능성 높은 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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