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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는 레저? 커지는 근력운동 중요성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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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는 레저? 커지는 근력운동 중요성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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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에서 교회보다도 많다는 당구장. 그만큼 당구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레저 정도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프로화가 된 후 선수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근력보다는 감각적인 부분과 득점 루트를 볼 줄 아는 눈 등이 더 중시됐다.

최근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당구선수로서 최고가 되기 위해선 뛰어난 감각은 물론이고 기초 체력과 상·하체 근력까지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점차 스포츠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2~2023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 프로 커리어 첫 타이틀을 따낸 조재호(42·NH농협카드 그린포스)는 이 효과를 확실히 경험했다.

새 시즌 개막전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조재호는 우승 비결로 비시즌 기간 꾸준히 근력 운동에 나섰던 것을 꼽았다. [사진=PBA 투어 제공]

 

대한당구연맹(KBF) 소속 시절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11차례나 입상했던 조재호는 프로당구 진출 후 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 차례 결승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이는 조재호를 변화케 했다.

첫 결승 때까지만 해도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두 번째 결승에서도 미끄러진 뒤엔 생각을 바꿨다. 강행군인 일정에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결승 무대에서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트레이너인 지인으로부터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전해 듣고는 함께 헬스장으로 향했다.

하체운동은 조재호도 꾸준히 해오던 터. 지인은 상체운동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초반엔 의구심이 들었다. “팔은 감각적으로 써야 한다기에 운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배팅이 안 되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며 “상체운동을 해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응하긴 했는데 처음엔 당구를 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줬다. 주 4회씩 2개월 가량 상체 운동에 전념한 그는 대회를 열흘 정도 남기고부터 큐를 잡았는데 과거와 달리 스트로크에 한결 쉽게 힘이 실리는 걸 느꼈다. 이는 프로 첫 우승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의아한 점이 남는다. 50대, 60대 선수들도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당구판에서 상체 근력은 어떤 도움을 안겨줄 수 있는 걸까.

조재호는 근력 운동의 효과를 설명하며 "힘이 강해지니 힘을 빼기도 쉬워졌다. 스트로크를 보다 자유자재로 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조재호는 힘 있는 스트로크로 ‘헐크’라고 불리는 강동궁(42·SK렌터카 위너스)을 예시로 들었다. “일정 배치에선 강한 힘으로 쳐야만 득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며 “강동궁이 이런 공을 편안하게 친다면 나는 억지성으로 쳐야 했다. 이젠 운동을 통해 무리 안하고도 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힘을 갖추고 나서야 강약조절이 더 편해짐을 느꼈다. 그는 “배팅이 좋아지니 스스로 힘든 공이라 판단했던 것도 지금은 자신 있게 칠 수 있게 됐다. 이전엔 힘이 부족해 반동을 통해 쳤는데 정확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힘이 강해지니 반대로 힘을 빼기도 쉬워졌다. 스트로크를 보다 자유자재로 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준우승 4차례로 통산 상금랭킹 7위에 올라 있는 강민구(39·블루원리조트 엔젤스)도 근력 운동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당초 목적은 다이어트였다. 전 경기 생중계되는 PBA 투어 특성상 지인들이 그의 경기를 지켜볼 일이 더 많아졌고 그때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그의 뱃살은 화두였다. 지난 시즌을 마친 강민구는 헬스장을 찾기 시작했다.

강민구 또한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번 대회 장비 교체 등으로 아쉬운 성적을 냈으나 향후 성적에 더 큰 기대감이 쏠린다. [사진=PBA 투어 제공]

 

처음엔 어떻게 운동을 해야하는지도 잘 몰랐다. 식이요법도 마찬가지. “초반에 살 빠지기 시작 했을 때 공이 너무 안 맞았다. 몸에 힘이 빠지니 말이 안 될 정도로 힘 배합이 안 맞았다”며 “하루 한 끼만 먹었는데 트레이너가 세 끼를 다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 20년 가까이 한 끼를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3개월 이상 매 끼니를 챙겨먹으며 운동하니 살도 잘 빠지고 몸도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다이어트는 대성공. 대회를 앞두고 만난 그는 10㎏ 이상을 감량한 날씬해진 자태로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아직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이번 대회 128강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급격한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장비도 교체해 완전한 경기력을 뽐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여자부 누적 상금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김세연(27·휴온스 레전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식사 후 헬스장을 찾았다. “순간 스피드와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그는 “특히 경기에서 고도로 요구되는 집중력은 지구력에서 나오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세연도 이번 대회 성적은 아쉬웠다. 64강 탈락. 그러나 본인 스스로 개인전 2개 대회까지는 성적을 기대치 않는다고 말했을 만큼 스트로크 등 기본기부터 다시 점검하며 변화한 영향이 컸다.

조재호는 성적으로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증명해냈다. 이번 대회 아쉬움을 남긴 강민구와 김세연도 장비 교체와 스트로크 변화 등으로 인한 적응기를 마치고 탄탄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기량을 뽐낼 수 있을까. 당구와 근력 운동의 유의미한 상관성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이들이기에 향후 행보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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