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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품격, 유벤투스와 달랐던 결말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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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품격, 유벤투스와 달랐던 결말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13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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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무더운 날씨, 갑작스런 호우, 전반 벤치에 머문 손흥민과 해리 케인. 유벤투스가 방문해 축구 팬들에게 악몽만 선사했던 3년 전이 오버랩됐다.

그러나 끝은 달랐다. K리그 선수들과 팬들, 토트넘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들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토트넘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 친선경기에서 6-3으로 이겼다. 올스타전 격으로 열린 이 경기는 결과를 떠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13일 팀 K리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고 무릎 슬라이딩에 이은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3년 전 유벤투스의 방한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경기 전부터 각종 행사에서 팬들이 예상한 것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고 단체 지각사태가 벌어지며 경기 시작이 1시간 여나 늦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가장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대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벤치에만 앉아서 만원관중을 기만했고 이후 특별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 우의와 우산을 들고서도 밝은 미소로 기대감을 보였던 관중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호날두는 단 90분 만에 ‘날강두’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달랐다. 이날도 많은 비가 경기장에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3년 전과는 다른 결말을 암시한 것일까. 경기를 앞두고 거짓말 같이 비가 멈췄고 토트넘 선수들은 예정대로 몸을 풀러 그라운드에 나타나며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반엔 손흥민과 케인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3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노파심이 생길 법도 했지만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토트넘 선수들은 시즌 중인 K리그 선수들보다도 더 열심히 피치를 누볐다.

해리 케인은 프리킥골 포함 2골을 몰아치며 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불리는지를 국내 축구 팬들 앞에서 증명했다.

 

전반이 1-1로 마무리 되고 시작된 후반전. 드디어 손흥민과 케인이 등장했다. 경기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국내 팬들 앞에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던 손흥민은 페널티킥 포함 2골을 작렬했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무릎 슬라이딩,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며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수비 진영에서부터 공을 달고 달리며 푸스카스상을 수상케 한 번리전 70m 드리블골을 연상시켰다.

토트넘 선수들은 프리시즌 친선경기임에도 시즌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적극적으로 뛰었다. 케인은 환상적인 프리킥골 포함 멀티골, 에릭 다이어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중거리슛 골을 터뜨리는 등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4100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콘테 감독은 경기 후 “좋은 경기를 펼쳤다. 6만4000여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선수들도 신나게 경기를 펼쳤다”며 “경기장 분위기도 좋았고 선수들도 더욱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천천히 돌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어 “사실 친선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특별한 정신력, 무장을 요구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매우 무장이 된 상황이었다”며 “전반전부터 격렬한 장면이 나왔지만 보기 좋았다. 굳이 주문한 점이라면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는데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경기 후 토트넘 선수들은 운동장을 천천히 돌며 모든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응원에 화답했다. 3년 전엔 기대감 가득했던 경기 전과 달리 마지막은 씁쓸했다. 진실공방이 펼쳐졌고 몇 개월에 걸친 법정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은 180도 달랐다. 과정과 결과 모두 토트넘이 프리시즌 해외 투어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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