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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우상혁 고진감래, "이제 시작이야"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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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우상혁 고진감래, "이제 시작이야"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1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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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은 2m37 실패 후 바를 더 높여 2m39까지 넘지 못한 뒤에도 밝게 웃었다. 충분히 뛰어난 성과였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2위를 차지했다.

‘현역 최강’이자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을 발견한 의미 있는 은메달이었다.

우상혁이 19일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불의의 사고와 짝발,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8세 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우상혁은 ‘짝발’로 살게 됐다.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강한 힘으로 빠르게 도약해야 하는 높이뛰기 선수에게 이는 치명적인 약점. 그럼에도 우상혁은 “구름발인 왼발을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긍정의 힘을 보였고 부단한 노력으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달리기가 좋아 육상부에 들어간 우상혁은 지도자의 권유로 높이뛰기에 입문했다. 다른 발 크기는 균형감각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훈련에 매진했다.

188㎝의 큰 키. 그러나 높이뛰기 선수로는 결코 큰 편이 아니다.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은 대부분 190㎝를 넘는다. 높이뛰기에선 자신의 키의 50㎝ 이상을 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만큼 우상혁은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만큼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결국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육상 역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낸 우상혁은 아쉬울 법한 마무리에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사진=EPA/연합뉴스]

 

◆ 한국 육상 새 시대를 열다

우상혁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1년 전부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했고 이후 슬럼프에 빠졌고 부상도 찾아왔다. 포기하려고도 생각했던 그 때 만난 김도균 대표팀 코치와 인연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가까스로 도쿄올림픽에 나선 그는 2m35로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4위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실패 후에도 결코 기죽지 않고 미소짓는 쾌활함은 그를 단숨에 올림픽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세계를 정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와 김도균 코치는 훈련과 체중관리에 더욱 매진했고 올 초 실내대회를 시작으로 육상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육상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 세계선수권만 바라봤던 우상혁은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외쳤다.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써낸 바심 앞에 무릎 꿇었지만 육상 세계선수권 은메달이라는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경보 김현섭(3위)을 넘어서는 한국 육상 사상 최고 성적을 써냈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라 불리는 2m38을 향해 나아가는 우상혁. 2년 뒤 파리올림픽에서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한다. [사진=EPA/연합뉴스]

 

◆ 마의 2m38 향해, “이제 시작이야 레츠고”

우상혁의 인스타그램 계정명은 ‘woo_238’이다. 자신의 키보다 50㎝ 높은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날 첫 주자로 나서 2m19, 2m22, 2m27, 2m30까지 모두 첫 시기에 뛰어넘은 우상혁은 성공 때마다 특유의 밝은 표정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며 긴장을 잊은 듯했다. 총 5명이 나선 2m33에선 첫 두 차례 실패했으나 앞선 실패를 곱씹었고 다음 기회를 잡았다.

2m35 도전에서 첫 시도를 실패한 우상혁은 2차 시기를 성공시켰다. 바심을 제외한 이들이 모두 실패하며 이제 바심과 1대1 승부가 됐다.

시즌 내내 바심을 압도해온 우상혁이지만 이날 바심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2m37을 1차 시기에 성공했다. 우상혁은 한 번도 넘어선 적 없는 높이지만 앞서 실패가 많아 순위에서 밀린 그는 2㎝ 높인 2m39에 도전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

앞서와 달리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비장한 표정을 지은 그는 박수유도와 함께 웃음을 지은 뒤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경기를 마친 그는 당당하고 씩씩한 태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화답한 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거수경례를 했다.

경기 후 우상혁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며 “또 (내년) 세계선수권, 올림픽이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노력해서 금메달을 따는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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