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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89) 조성식] 국제스포츠 분야에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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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89) 조성식] 국제스포츠 분야에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2.08.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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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채은 객원기자] 스포츠는 온 세상에 통하는 공용어로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누군가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는다.

스포츠는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간에 유대감이 생긴다. 외교에서는 소프트파워로 작용해 징검다리 역할을 해낸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메가스포츠이벤트는 세계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는 89번째 인터뷰 인물로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국제스포츠기구의 직원을 택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즉, 유네스코(UNESCO)의 국제무예센터 조성식 선임전문관이다. 국제스포츠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이 많다. 

2014년 OS/OCA (Olympic Solidarity/Olympic Council of Asia) Forum에서. [사진=본인제공]
2014년 OS/OCA 포럼에서.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국제협력팀 조성식 선임전문관입니다."

- 현재 하고 계신 업무는요. 

"전반적으로는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 유네스코 관련 기관 및 기타 국제스포츠기구들과의 교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처음 열린 모의 유네스코 회의를 프로젝트 매니저로 담당했습니다."

-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는 기관인가요?

“정식 명칭은 '청소년 발달과 참여를 위한 유네스코 후원 국제무예센터'입니다.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 협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목적은 인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무예의 가치를 발굴하고 무예를 통해 청소년들의 발달과 사회 참여, 나아가 지속가능발전목표 등 인류 공동과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네스코 본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예 및 스포츠기구들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국제스포츠기구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진지한 계기로 국제스포츠기구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학부 졸업 후 해군 장교로 근무하던 부대에서 마침 영어로 일할 수 있는 자를 필요로 해 첫 국제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역 후 국제평화 전공으로 석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 일을 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국제부에 입사하게 됐죠.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협력과 서비스 업무를 맡았고요. 이 과정에서 NOC뿐 아니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다른 국제스포츠기구들과 협력하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사실 스포츠를 원래 좋아합니다. 사람 만나는 것과 외국어로 일하는 것 역시 좋아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이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여러 국제기구들이 있는데, 스포츠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국제스포츠대회로 한정해 생각한다면 ‘시점이 정해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협력하며 달려가는 과정과 그 성취감’ 때문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이 분야에 남게 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해외로 진출해 여러 대회를 경험한 전문가들과 같이 일하면서 확신은 더욱 커졌고요.

다른 이유는 다소 수직적인 문화가 강한 타 분야 국제업무와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유연함 속에서도 구성원 간 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2021 ISF 국제스포츠 커리어 컨퍼런스에서. [사진=본인제공]
2021 ISF 국제스포츠 커리어 컨퍼런스에서. [사진=본인 제공]

- 외국어 능력 이외에도 국제스포츠기구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우선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력과 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올림픽 무브먼트를 포함한 국제스포츠 활동의 기본은 국제대회입니다. 따라서 이를 원활히 운영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과 상황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이를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소속된 조직, 그리고 대회를 평가하는 입장의 외부 전문가에게 동시에 인정받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문제 해결력과 상황 대응력은 결국 그 문제와 상황을 함께 마주한 사람들과 갈등을 얼마나 잘 조정하고 최선의 결론에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요하고요."

- 전문성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전문성 확보는 몇 가지 단편적인 특성이나 덕목이 아닌, 단계별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담당한 분야를 공부하고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이 갖춰지면, 그 능력을 통해 지향하는 전문 분야의 역량을 키우고 다시 그 역량을 현장에서 국내외 전문가 또는 국제기구 직원에게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확보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맡은 업무를 여러 대회에서 경험하며 외국어와 직무 역량을 더하는 게 국제스포츠 분야에서 말하는 전문성입니다. 많이들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말씀하시지만 이는 단순히 유명인을 자주 만나거나 친분 과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해당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한 국내외 전문가에게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았을 때야 비로소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죠."

- 국제스포츠 분야의 인재상은?

“인종과 성별 등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국제적으로 일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의 대중문화나 그 사회의 흐름, 상대 국가 혹은 내가 같이 일하는 이들이 주로 있는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에게 호감도와 매력을 줄 수 있다면 이는 협상에서도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가 될 수 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여러 대회에서 활동해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입니다. 선수촌 프레스매니저를 담당할 때 일어났던 일인데요. 원래 올림픽에서 모든 방송 카메라는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올림픽방송서비스(OBS)의 허가 스티커가 붙여진 경우에만 반입이 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입촌식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이려는 북측 기자들과 OBS 매니저 사이에 갈등이 생겼어요. 원래 방송 카메라는 프레스매니저 담당이 아닌데 하필이면 그날 방송 관련해서는 외국인 OBS 매니저만 현장에 있었어요. 결국 현장에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양측 사이 소통을 도울 사람이 저밖에 없었던 거죠. 실질적으로 제가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중재안을 낼 수는 없었지만 국내 관계기관 및 북측 취재단과 OBS 매니저 사이에서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양측을 진정시키고 상황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버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된 걸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보람찼던 경험이었습니다."

2022년 모의 유네스코 회의에서. [사진=본인제공]
2022년 ICM 모의 유네스코 회의에서. [사진=본인 제공]

- 2022 모의 유네스코 회의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회의를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국제스포츠를 둘러싸고 사회적가치 실현이라는 화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더불어 스포츠기구들 내의 ESG 가치 실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국제스포츠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 특히 체육전공자분(체대생)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국제무예센터 모의 유네스코 회의를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을 구상 중입니다. 2023 모의 유네스코 회의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 외국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개인적인 팁이 있나요?

“외국어는 끝이 없어요. 제게도 마찬가지죠. 일단 자신의 외국어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즐겨 쓰는 방식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일단 한국어로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100%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영어로 같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 단위로 생각해 비교를 해보는 거죠.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서를 떼야 한다거나, 주문과 다르게 나온 음식에 항의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영어로 해결할 수 있는지 자꾸 비교해보세요. 주의할 점은 ‘그 때 가서 바디랭귀지로 해결하면 되겠지’ 같은 안이한 생각을 배제하는 겁니다. 과정을 고민해 보면 언어 능력에서 어떤 부분이 더 부족한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해결력 자체도 강해집니다.

두 번째로, 스포츠 기사를 읽다가 ‘어디, 누구에 따르면’ 같은 출처를 보면 즉시 영어 원문을 찾아 읽어 보세요. 정확한 영문 표기가 없어도 자꾸 찾아보면서 검색 능력을 키우세요. 일단 한국어로 된 기사가 있기에 내용 파악이 더 쉽죠. 하루 서너 개 혹은 딱 하나만이라도 찾아서 꾸준히 영어로 읽는다면 주요 용어들을 국어사전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오늘 보고 앞으론 절대 다시 안 볼 사람도 없고, 오늘만 대충 때우고 넘어가면 되는 교육이나 지식 같은 것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특히 어떤 분야를 지망한다면 말이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간을 영리하게 쓰는 게 내면화되어서 그런지, 요즘 이벤트에 참가한 분들 중에 ‘한 번 보고 말건데 뭐’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진 거 같아요. 보통이야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지망하는 분야의 행사나 이벤트에서 그런 자세가 나온다면 향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람과의 관계든, 지식을 쌓는 과정이든 어떤 분야를 지망한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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