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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허를 위하여, 더 간절해진 롯데 가을야구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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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허를 위하여, 더 간절해진 롯데 가을야구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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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덩달아 팬들 중에서도 화제가 되는 이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케리 마허(미국) 전 영산대 교수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롯데 구단은 “마허 교수가 16일 별세했다. 구단에서 빈소에 상조 물품과 음료·주류를 지원하고 구단 근조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17일 경기 전에는 추모 묵념을 진행하고 전광판을 통해 추모 이미지를 송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부터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해 온 마허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롯데 자이언츠 열성팬 케리 마허 교수가 16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6일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폐렴으로 양쪽 폐가 손상돼 코로나 집중 치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열흘 만에 눈을 감았다.

롯데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시로 야구장을 찾은 그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고인은 한국에 처음 온 2008년 학생들과 부산 사직구장에 갔다가 롯데의 열성 팬이 됐다.

이전까지 침체기에 있던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부임과 함께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 됐고 당시 사직구장 열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롯데가 가을야구에 나선 건 2017년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자연스레 많은 팬들이 관심을 돌렸으나 케리 교수는 변함이 없었다. 10년 넘게 롯데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았고 투병 중이던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롯데와 인연은 더욱 특별해졌다.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취업 비자가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했다. 심지어 무릎까지 다쳐 새 직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롯데 구단은 그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롯데는 은퇴투어 중인 이대호(오른쪽에서 2번째)와 함께 마허 교수의 별세까지 더해져 가을야구에 나서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응원을 이어간 고인은 올해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원하며 응원했지만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 장례식장 2층 VIP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0일이다.

선수들도 케리 교수의 열정적인 응원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대호(40)는 자신의 SNS를 통해 “캐리 마허 교수님의 롯데를 위한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으며 마허 전 교수를 향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손아섭도 롯데 시절 자신에게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던 그를 향해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와 함께 추모했다.

롯데에 올 시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가 은퇴를 선언했고 어떻게든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을 노릴 것이라고 시즌 전부터 공공연히 밝혀왔다.

여기에 케리 교수의 갑작스런 별세도 롯데 선수단에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년 동안 롯데를 응원하면서도 우승은커녕 응원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것도 보지 못한 그다. 그를 위해서라도 가을야구에 나서겠다는 마음이 더 커질 롯데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는 45승 56패 4무, 승률 0.446으로 6위에 올라 있다. 5위 KIA와는 5경기 차. 롯데가 최근 10경기를 5승 5패로 지킨 가운데 KIA는 3승 7패로 주춤하고 있다. KIA와 맞대결도 3경기나 남았다. 상대전적에서 3승 10패로 몰려 있지만 이 경기를 모두 잡아낸다면 간격은 한순간에 좁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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