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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한진선, 130번 넘어지고서야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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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한진선, 130번 넘어지고서야 [K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2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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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31. 한진선(25·카카오VX)의 프로 생활을 읽어볼 수 있는 숫자다. 131번 도전하고서야 드디어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진선은 2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202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2017년부터 KLPGA 투어에서 뛴 한진선의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 너무도 높아보였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진선이 21일 2022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2017년 조건부 시드로 나섰던 한진선은 이듬해 본격적으로 KLPGA 투어를 누볐다. 데뷔 시즌부터 두 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많은 이목을 끌었으나 이후 한진선을 따라 붙은 평가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고 그런 결과가 반복되다보니 한진선은 어느새 뒷심이 부족하고 끈기와 독기가 부족한 선수가 돼있었다. 대회 초반엔 좋은 성적을 거두다가도 3,4라운드면 미끄러지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  

이번엔 정확히 반대였다. 1,2라운드 2타만 줄였던 한진선은 3라운드 첫홀부터 더블 보기를 하고도 버디 7개를 잡아내며 3타차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종라운드 4번 홀(파5)에서 3퍼트로 한 타를 잃으며 주춤했다. 경기 후 “나는 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진선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2,3라운드 더블보기 하고도 버디를 많이 잡아서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2개 홀을 지나니 버디 찬스가 오더라. 긴장보다는 기회를 살리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짓는 퍼터를 성공시키고 포효하는 한진선과 박수갈채를 보내는 갤러리들. [사진=KLPGA 제공]

 

이후 놀라운 뒷심을 보였다. 보기 없이 5타를 줄여 꿈에 그리던 그린재킷을 입고 상금 1억4400만원도 챙겼다. 특히 14번 홀(파3)에서 9m 롱 퍼트로 잡아낸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한진선은 “그게 들어가자 소름이 쫙 끼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 중 한진선 만큼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를 꼽기 힘들다. 한진선보다 첫 우승까지 더 많은 경기를 치른 이는 KLPGA 역사에서 단 3명에 불과하다. 한진선은 김순희 KLPGA 전무이사와 함께 역대 최다 출전 첫 우승 기록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다 출전 첫 우승 기록은 236경기 만에 정상에 올랐던 안송이(32·KB금융그룹)가 갖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진선은 경기 후 “(첫 우승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며 “뒷심, 끈기, 독기 부족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러나 그런 쓴소리가 이번 우승의 밑거름이 된 건 맞다. 독기를 품었다”고 밝혔다.

대회 직전까지도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경기력과 무관하게 컷 탈락이 잦아졌고 상금랭킹이 90위 밖까지 떨어지자 “이게 마지막인가 싶었다”는 그는 “선수 생활하면서 이번 시즌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한진선(왼쪽에서 4번째)이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스스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진선은 “오늘에서야 선수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긴장할 때 나를 컨트롤하는 방법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데엔 가족의 힘이 컸다. 할머니를 떠올린 한진선은 “늘 TV로 응원하신다. 대회 끝나면 돈 많이 벌었냐고 물어보신다”며 “우승 인터뷰할 때 꼭 할머니 얘기를 하고 싶었다. 드디어 했다. 오늘 TV에 많이 나와서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한진선에겐 첫 우승까지가 커리어에서 가장 버티기 힘들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보이지 않던 벽을 허문 만큼 이젠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한진선은 “최근 샷 감각이 좋다. 이제 매 대회 우승을 노리겠다”며 “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자부한다. 이번 겨울에는 훈련을 열심히 하겠다. 내년에는 장타자로 변신해 나타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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