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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에게 대표팀 2년만 맡긴 네덜란드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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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에게 대표팀 2년만 맡긴 네덜란드의 속내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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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운영체계 구축한 뒤 블린트에게 이양…스페인 성공사례 '벤치마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네덜란드 축구협회가 브라질 월드컵 이후 거스 히딩크(68)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긴다. 40대, 50대의 젊은 감독들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내일모레면 일흔이 되는 노장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네덜란드의 속내는 뭘까?
 
네덜란드 축구협회가 28일 오후(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계약이 끝나는 루이스 반 할(63) 감독의 후임으로 히딩크 감독을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칭스태프로는 대니 블린트(53)와 루드 판 니스텔로이(38)가 선정됐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198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만에 네덜란드 대표팀에 복귀하는 것. 한국에서 최근 무릎 수술을 받기도 했던 히딩크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맡긴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계약기간이다. 2년이기 때문에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까지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 대표팀 복귀설이 나돌 때만 해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2년 계약으로 결론이 났다.
 
네덜란드축구협회가 2년 계약을 맺은 이유는 히딩크 감독에게 유로 2016까지만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기면서 대표팀의 운영 체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뒤에 블린트 코치에게 이양시켜 러시아 월드컵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블린트 코치가 유로 2016 뒤 히딩크의 바통을 이어받는 것으로 발표됐다.

블린트 코치는 현재 반 할 감독 체제의 네덜란드대표팀에서도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현역시절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주전 수비수였던 그는 2008년 아약스의 수석코치를 거쳐 2012년부터 네덜란드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일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먼저 대표팀의 체계를 만든 뒤 블린트 코치에게 물려주는 모습은 고(故) 루이스 아라고네스 전 감독과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이 성공적으로 이끈 스페인 대표팀의 사례와 상당히 닮아있다.
 
아라고네스 전 감독은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이 끝난 뒤 스페인 대표팀을 맡아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에 참가했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두고도 프랑스와 16강전에서 져 조기 탈락했지만 스페인의 팀 칼러인 '티키타카'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키면서 유로 2008 우승을 견인했다.
 
유로 2008이 끝난 뒤 스페인 대표팀에서 물러난 아라고네스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델 보스케 감독이 티키타카를 성공적으로 계승했고 결국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트로피까지 가져왔다. 델 보스케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페인을 벤치마킹한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히딩크 감독 측근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히딩크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의 체계를 잡고 싶어한다.
 
네덜란드는 독일에서 열렸던 1988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1992년과 2000년, 2004년에 4강에 올라 3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기록이고 유로 2012에서는 팀 분열이 일어나면서 3전 전패로 탈락,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팀 체면을 구겼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9승 1무로 본선에 오르긴 했지만 루마니아, 헝가리, 터키, 에스토니아, 안도라 등과 같은 조였기 때문에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네덜란드 대표팀의 조직력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2년동안 할 역할은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 이를 후임에게 성공적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블린트 코치를 자신의 후임자로 만들 책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4강 징크스'를 깨버릴 기회가 되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렌지 군단'의 밝은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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