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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의 얼굴' 김도현, 탐정으로...카사노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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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의 얼굴' 김도현, 탐정으로...카사노바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29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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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 연극 '내 아내의 모든것' 주연 꿰차

[300자 Tip!] 김도현은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천재와 바람둥이, 악당까지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신뢰를 얻는 배우다. 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에서 명탐정 홈즈에 빙의돼 천재의 광기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독특한 손짓, 말투는 주병진, 신구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5월 개막하는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에 몸을 실어 영화 속 류승룡과 달리 디테일한 연기를 쏟아낼 예정이다. 유명 연극배우 고 김동훈과 성우 장유진 슬하에서 예술적 감성을 자양분 삼아 성장해온 그의 꿈은 ‘믿고 보는 배우’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할리우드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9), 영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36), 한국의 김도현(37). 공통점은 셜록 홈즈에 각각의 개성으로 생기를 불어넣은 배우들이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코난 도일의 대표작을 뼈대로 한 스릴러 뮤지컬 ‘셜록 홈즈2: 블러디 게임’의 막공(마지막 공연)을 이틀 앞둔 28일 대학로에서 김도현과 마주했다.

◆ 광기의 홈즈 캐릭터 위해 ‘신구’ ‘주병진’ ‘바이올리니스트’ 탐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2011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각종 뮤지컬시상식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등을 휩쓸었다. 김도현은 창업 공신이다. 시즌1이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소극장 뮤지컬이었다면 시즌2는 연쇄살인마 잭더리퍼를 추격하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장르의 중극장 뮤지컬로 탈바꿈됐다. 송용진이 코믹한 터치로 홈즈를 재해석했다면, 김도현은 광기의 홈즈를 빚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홈즈의 출연 분량, 대사량이 3분의1가량 줄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더 입체적으로 가야한다고 여겼죠. 영화, 드라마와 달리 연극·뮤지컬은 배우 보는 맛이 더 커야하니까 대사에만 의존하면 소설보다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코믹한 면을 가미하고 시각효과를 내야겠다 싶었죠.”

소설 속 홈즈는 바이올린 연주실력이 수준급이며, 한때 극단활동을 했다. 김도현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친구를 통해 얘기할 때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곤 하는 특징을 포착했다. 홈즈는 워낙 생각의 속도가 빠른 인물이라 고개를 기울이는 속도 역시 스피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 ‘OK’라는 의미가 발생할 때마다 적용했다. 좌우, 중앙으로 손을 모으는 동작은 과거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모아 모아~”라는 주병진의 멘트를 떠올려 홈즈의 머릿속에 있는 단서를 손안에 모은다는 의미로 장난스럽게 차용했다. ‘조(말투)’를 살리기 위해 물어보는 대사를 많이 하는 배우가 누가 있을 지를 고민하다가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이혼조정위원 신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렇게 해서 ‘무대형 셜록’의 독특한 트레이드 마크가 탄생했다.

▲ 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에서 독특한 손짓과 말투로 '무대형 홈즈'를 만들어낸 김도현[사진=알앤디웍스]

놀라우리만치 정교한 관찰 및 분석능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시절 과제였던 ‘관찰일지’로 인해 생겨났다. 길거리와 지하철, 서울역 한구석에서까지 행인들의 특징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숙제를 4년 내내 성실히 이행하다보니 습관이 됐다.

“공연예술이 발달한 영국, 일본보다 먼저 ‘셜록 홈즈’를 뮤지컬로 올린 게 뿌듯해요. 저에게 첫 남우주연상(2012 대구국제뮤지컬어워즈)을 안겨준 작품이라 의미가 깊고요. 그래서 ‘셜록 홈즈’가 영원한 고전이 되기를 바라죠. 괴도 루팡이 등장하는 시즌3 출연 여부는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온가족이 즐길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서로 윈윈하도록 저 역시 성장해 ‘조건’을 갖춘 배우가 돼야겠죠.”

◆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카사노바역 디테일 연기로 승부수

그는 5월5일 개막하는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연출 양정웅)에 카사노바 성기 역을 맡아 연습에 막 들어간 참이다. 불화에 삐걱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임수정 이선균 주연의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류승룡이 남편 두현의 의뢰를 받아 아내 정인을 유혹하는 카사노바로 등장,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됐다.

“결혼 3~4년차 부부라면 공감할 법한 이야기죠. 아내 외에 모든 것을 상실한 두현, 남편의 사랑을 갖지 못한 정인, 진정한 사랑이 없는 성기 등 결핍된 캐릭터들이 충돌하고, 서로를 부러워하다가 결국 진정한 행복이 뭔지를 깨닫는 내용이잖아요. 성기는 어느 위치에 존재할까를 계속 고민 중이에요.”

 

공교롭게 류승룡과 외모가 흡사하다. 지난해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 역을 맡았을 당시 프로모션 차원에서 함께 홍보를 했던 이병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와 하선 역)이 “허균(영화에서 류승룡이 연기했다) 역인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김도현을 가리켜 ‘리틀 류승룡’이라 부르곤 한다.

“선배가 영화에서 오히려 연극적으로 과장되고 강렬하게 성기를 표현하셨잖아요. 저는 반대로 소극장 연극이니까 더 디테일한 연기로 풀어가려고요. 굉장히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렵지만 실재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려면 관객이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돼야 하거든요. 재미난 도전이 될 것 같아요. 특히 전혀 안 그래 보이는 사람이 카사노바로 나온다? 코믹하지 않을까요. 하하”

◆ 아버지 연극배우 김동훈, 어머니 성우 장유진...화려한 배경

'배우 김도현'을 만든 8할은 부모님이다. ‘영원한 햄릿’으로 불린 한국 연극계의 거목 고 김동훈 선생이 아버지이고, 1970~2000년대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비비안 리, 잉그리드 버그먼,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줄리아 로버츠 등 미모의 할리우드 여배우 목소리를 전담했던 성우 겸 DJ 장유진이 어머니다.

“중3 때 배우를 꿈꿨는데 아버님이 격노하셔서 맞기까지 했어요. 그 이후론 공대에 진학해 자동차 엔지니어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냈죠. 아버님이 병석에 누워계시던 고3 때 대입원서를 쓰는 상황에서 연극학과를 지원했어요. 어머니께선 ‘10년만 해봐라. 그리고 비전이 없으면 대학원을 진학하든, 입사를 해라’라며 조건부 승낙을 해주셨죠. 아버님은 제가 한예종에 입학하고나서 작고하셨고요.”

누나 역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 당시 교수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김도현의 경우 아버지의 직접적인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다만 어머니가 집에서 더빙 연습을 할 때 아버지가 상대 남자배우 역할을 해주고, 아버지가 연극연습을 할 때 어머니가 상대 여배우 역할을 해주는 장면을 늘 보고 자랐다.

“어느 날 아내가 ‘오빠, 어머니랑 대화할 때 보면 마치 연극하는 배우들 같은 거 알아?’라고 해서 화들짝 놀랐죠. 하하. 지금도 기억나는 건 아버지는 화내실 때도 표정과 발성이 달랐어요. 제가 가장 무서워할 만한 ‘연기’를 하셨던 거 같고. 어머니는 요즘도 가끔 만화 더빙은 하세요. 짓궂게 ‘엄마, 나도 자막이 좋아. 더빙은 오골거려. 시대의 흐름이야!’라고 놀리곤 하죠.”

 

◆ 뮤지컬 연극 누비며 다양한 스펙트럼...‘믿고 보는 배우’ 소망

2001년 연극 ‘오셀로’로 데뷔해 첫 주연작인 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악당 이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후로 ‘인당수 사랑가’ ‘라디오 스타’ ‘형제는 용감했다’ ‘금발이 너무해’ ‘웨딩싱어’ ‘싱글즈’ ‘웃음의 대학’ ‘돈주앙’에 출연하며 선 굵은 외모와 탄탄한 연기로 ‘배우 김도현’을 각인시켰다.

“연기적인 부분이 많은 뮤지컬을 좋아해요. 가수 출신이 아니라 아직도 노래할 때는 떨리거든요. 연극배우치고 노래 잘하는 편인 거죠.(웃음) 하고 싶은 역할을 말할 때 ‘맨 오브 라만차’의 라만차나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 등을 거론해야 하는데 솔직히 현재 없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뮤지컬 분야는 연극과 달리 캐릭터 개발의 여지가 많아요. 창작뮤지컬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아! 영화 ‘노트북’의 남자주인공처럼 인생의 만년에 이른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매력적이잖아요. 그런 노인 역을 꼭 해보고 싶네요.”

자신이 나오면 작품성을 신뢰받는 ‘보증마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이어졌다. ‘믿고 보는 배우’. 배우 김도현이 쓰고 싶은 월계관이다.

[취재후기] 아버지 김동훈은 연극 ‘햄릿’의 고뇌하는 주인공으로 당대를 풍미했다. 아버지의 아성에 한 발을 들이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햄릿이나 왕자를 하는 배우들은 따로 있다. 난 그들이 못하는 역할을 다 해보고 싶다. 아버지와 달리 얇고 넓게 해나가고 싶다”고 쿨하게 대답. 맥베스, 리어왕, 이야고(오셀로)... 뒤틀린 심리의 캐릭터들을 소망했다. 그만큼 맛있게 소화할 만한 젊은 배우가 또 있을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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