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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굿바이 고척돔', 전설은 또 전설을 낳고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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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굿바이 고척돔', 전설은 또 전설을 낳고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3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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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벌써 5번째.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은퇴투어를 맡은 키움 히어로즈. 엄밀히 말하자면 진짜 마지막은 아니었지만 이대호는 많은 홈·원정 팬들의 환대 속에 고척돔에서 멋진 마무리를 했다.

이대호는 3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는 롯데에 매 경기가 결승과 같은 중요한 승부지만 이날은 경기 시작 전부터도 이대호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운데)가 31일 키움 히어로즈가 마련한 은퇴투어에서 이용규(왼쪽에서 2번째)와 홍원기 감독(왼쪽에서 4번째)로부터 해바라기 꽃다발 선물을 받고 함께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공언한 이대호. 지난달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각 구단 홈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 마지막 경기 때 은퇴투어를 진행했다. 키움은 두산 베어스(7월 28일), KIA 타이거즈(8월 13일), NC 다이노스(23일), SSG 랜더스(28일)에 이어 5번째로 이대호 은퇴투어를 준비했다.

경기를 앞두고 사전신청을 받아 선정된 양 팀 팬 50명씩, 총 100명이 이대호와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대호가 준비한 모자에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내며 자연스럽게 롯데에 스며들었다는 정아름(21) 씨에게 이날은 더욱 특별했다. 지금은 부천에 거주하며 키움과 펼치는 고척돔 원정경기를 주로 찾았는데, 롯데와 함께 했던 특별한 사연을 눌러 적으며 100명에게만 주어진 팬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를 떠난 손아섭(NC 다이노스)의 팬이었다는 그에게 일본, 미국에서 뛴 시간을 빼면 모두 롯데와 함께였던 이대호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롯데는 물론이고 한국 야구를 대표할 만한 대타자가 은퇴를 하게 된다는 게 매우 아쉽다”며 “가까이서 직접 보니 더욱 은퇴가 안 믿긴다. 지금껏 팀에 기여해준 게 너무 많다. 은퇴 후 제 2의 인생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엔 6685명이 찾았다. 전날(4381명)에 비해 2000명 이상 더 경기장을 찾았다. 

키움으로부터 자신을 형상화한 피규어 선물을 받은 이대호(가운데)가 양 팀 선수들과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남기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플레이볼을 앞두고 키움은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위재민 키움 히어로즈 대표이사는 선수들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이대호와 고척스카이돔 모양의 피규어를 선물했다. 피규어 받침대는 이대호가 이곳에서 이룬 업적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실제 고척스카이돔의 흙을 사용해 제작됐다.

이대호는 이에 자신의 사인이 적힌 배트로 답례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주장 이용규가 해바라기 꽃다발을 전달했다. 해바라기는 일편단심, 행운, 그리움과 동경 등의 꽃말을 지닌 꽃으로 키움이 앞으로도 이대호를 응원하고 지금까지 그랬듯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에서도 이대호는 팬들의 인상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은퇴투어만 되면 더욱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던 이대호. 지난달 28일 두산전에서 멀티히트 3타점, 이달 13일 KIA전에서도 멀티히트를 작성했고 23일 NC전에서도 안타와 타점을 챙겼고 28일 SSG전에선 투런 홈런까지 날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은 야구에 도가 터 있었다. 1회 1사 1,2루에서 더블스틸로 주자 2,3루가 됐고 이대호는 노련한 팀 배팅으로 타구를 2-유 간으로 보내며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관중석에선 이대호를 연호했다.

3회엔 1사 3루 기회에서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러 타구를 중견수 앞에 떨어뜨려 타점을 추가했다. 타격왕 3회, 최다안타 2회를 차지했고 2010년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하며 사상 첫 타격 7관왕에 올랐던 그는 이 안타로 1400번째 타점을 신고했다. 전설 이승엽(은퇴), 국내에서만 뛴 최형우(KIA)와 당당히 통산 타점 톱 3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빛났던 경기였으나 팀 패배 속 의미 깊은 날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 이대호. 그러나 이날이 고척돔에서 이대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은 아니다. 롯데와 키움은 개막전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2연전으로 시작한 탓에 마지막 한 경기는 추후 편성돼 치르게 된다. 진짜 커리어 마지막 고척돔 경기에선 환히 웃으며 작별을 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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