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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테니스 황제, 우린 페더러 시대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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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테니스 황제, 우린 페더러 시대에 살았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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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길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테니스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황제의 은퇴에 모두 애석함을 느끼고 있다.

페더러는 15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분이 알고 있듯이 지난 3년간 부상과 수술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쟁력을 온전히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 몸의 한계를 저는 잘 알고 있다”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페더러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레이버컵을 끝으로 커리어를 마감한다.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20년 이상 커리어를 마친다. 페더러는 오는 23일 열릴 레이버컵을 끝으로 은퇴한다. [사진=AP/연합뉴스]

 

페더러는 “24년간 1500경기 이상을 뛰었고 테니스는 내가 꿈꿨던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나를 대해줬다”며 “이제는 경력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열리는 레이버컵은 남자프로테니스(ATP)에서 내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테니스를 하겠지만 그랜드슬램(메이저 4개 대회)이나 투어에서는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페더러는 세계 테니스계의 전설이다. 6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그는 17세 때인 1998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을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내더니 2001년 2월 ATP 투어 밀란 인도어에서 첫 투어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20년 이상 세계 정상을 지켰다. 

2003년 윔블던에서 메이저 단식 첫 정상에 오른 뒤 2018년 호주오픈을 제패하며 가장 빠르게 메이저 단식 20승 고지에 올랐다. 메이저 우승 횟수는 영원한 라이벌 라파엘 나달(36·스페인·22회), 3대 천왕 중 하나였던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21회)에게 밀리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369승을 따내며 2위 조코비치(334승)에 크게 앞선 1위에 올라 있다. 

페더러가 들어올린 8개의 윔블던 트로피. 왼쪽 위부터 2003년∼2006년, 왼쪽 아래부터 2007∼2017년. [사진=AFP/연합뉴스]

 

더불어 윔블던에서는 8차례나 우승해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US오픈에서도 5회 우승으로 최다 공동 1위다. 투어 대회 단식에선 1251승으로 지미 코너스(미국·1274승)에 이은 2위다. 투어 대회 우승도 103회로 코너스(109회) 다음이다.

2004년 2월 처음 올라선 세계 랭킹 1위 자리는 2018년 6월까지 총 310주간 지켰다. 이는 373주간 1위를 지킨 조코비치의 뒤를 잇는다. 연속 세계 1위 기록은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4년 6개월간 237주로 독보적인 1위다. 2위는 1970년대 중반 160주 연속 1위를 달린 코너스.

각종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세계 테니스에 길이 남을 전설로 추앙받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상징성은 그 이상이다. 파워나 체격 조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편이 아님에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두뇌 플레이, 특유의 원 핸드 백핸드 등으로 테니스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20년 이상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9년 동안 ATP 투어가 선정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영예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테니스계에 끼친 영향을 놓고 보면 라이벌로 평가 받던 나달, 조코비치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최근 1년간 테니스 선수 수입 순위에서도 페더러는 17년 연속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나달(왼쪽)은 자신과 함께 찍은 페더러의 사진을 올리며 "코트 안팎에서 엄청난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었다"고 밝혔다. [사진=나달 인스타그램 캡처]

 

그런 페더러도 세월의 무게는 견디기 힘들었다.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기량이 크게 쇠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사이 세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고 힘겨운 재활을 반복해야 했다. 스스로 신체적 한계를 느꼈고 페더러는 박수칠 때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쉬움 가득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나달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은 나 개인적으로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당신과 코트 안팎에서 엄청난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었다”고 존경의 의미를 표했다.

여자 테니스 전설로 이달 초 US오픈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동갑내기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도 SNS에 “당신은 테니스를 완벽히 평정했다. 항상 당신을 존경해왔다”며 “우리가 걸어온 길은 매우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당신은 나를 포함해 엄청나게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은퇴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페더러의 시대의 종말. 그럼에도 테니스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에게 테니스를 이야기 할 때 페더러의 이름은 영원히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년 이상 너무도 경이로운 커리어를 써낸 페더러. 우린 페더러의 시대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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