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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 프로세스가 만든 산물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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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 프로세스가 만든 산물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3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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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프로세스(과정)다. 그 중에서도 어린 선수들 육성이 중요하다.”

성민규 단장이 늘 강조하던 프로세스. 지난 시즌 도중 퓨처스(2군) 감독이던 래리 서튼(52)을 공석인 사령탑 자리에 앉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는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구단을 바라보고 이 중 하나로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대로 준비해 시즌을 시작한 올해. 프로세스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황성빈(25)이 이를 대표하는 히트상품이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22일 LG 트윈스전에서 임찬규를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장 돋보이는 건 황성빈이다. 경남고를 거쳐 2020년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한 시즌도 치르지 않고 현역병으로 입대하며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2년간 공백이 있었지만 이른 군 입대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마침 손아섭이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떠났고 조금씩 존재감을 나타낸 황성빈에게 기회가 왔다.

입대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고로 2022년은 내꺼”라고 적었는데 이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롯데가 그리워하는 박정태, 손아섭과 같은 ‘악바리’ 스타일로서 더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기 전 서튼 감독은 “선수마다 성장에 필요한 시간은 다 다르다. 황성빈과 고승민에 대해 얘기하자면 둘은 시즌 초와 비교했을 때 지금 가장 크게 성장한 선수들”이라며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는 팀에 없던 유형의 선수였다. 황성빈은 발 빠르고 운동능력이 있고 중견수 수비가 가능한 선수고 고승민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왼손타자”라고 평가했다.

감독의 칭찬에 제자도 화답했다. 2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0-0이던 3회초 균형을 깨뜨렸다. 잘 던지던 임찬규가 무사 1루에서 박승욱의 번트 때 실책성 플레이로 주자를 1,2루에 내보냈는데 황성빈은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3루타를 날리며 팀에 승기를 안겼다.

결승타의 주인공 황성빈은 신인왕에 대해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치고 열심히 달리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팽팽하던 승부에 균열을 일으킨 한 방. 황성빈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나온 결과라는 게 더 놀라움을 자아냈다. “번트 사인이 나왔지만 평소 김평호, 나경민 코치님과 상대 수비 위치를 보며 슬래시 연습을 많이 했다”며 “코치님들과 훈련한 덕분인 것 같다. 타구 위치와 속도가 모두 좋았고 1루 주자가 발 빠른 (박)승욱이 형이어서 3루만 보고 달렸다”고 전했다.

올 시즌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 61득점. 롯데의 테이블 세터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롯데에서 1992년 염종석(은퇴)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한 번 신인왕을 배출할 수 있을까. 황성빈은 “요즘 팬분들이 신인왕과 관련해 응원을 많이 보내주신다. 롯데엔 1992년 이후 없다고 들었다”면서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치고 열심히 달리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더 바람직한 건 롯데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작품이 황성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롯데는 생각하는 대로 야구가 술술 풀렸다. 경기 전 서튼 감독은 전날 활약한 신용수(26)와 조세진(20) 등 벤치자원들을 칭찬했다.

신용수(오른쪽)는 7회초 대타로 출전해 결정적인 안타로 타점을 올리고 득점까지 성공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신용수는 이날 벤치를 지키다 7회초 대타로 나서 쐐기타점을 올렸다. 선발로 나선 김민수(24)와 이호연(27)도 호수비로 LG 타선을 틀어막는데 공헌했다. 하체 쪽에 피로도가 있어 벤치에서 시작한 한동희(23)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경기에 나와서 팀에 도움을 준 선수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라인업에서 뺐지만 대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또한 7회 바뀐 투수 최성훈에 맞춰 대타로 나서 절묘한 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서튼 감독은 “타자들이 힘을 내서 득점권을 많이 만들었다”며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수비의 집중력이었다. 김민수, 이호연이 하이라이트에 나올 법한 수비를 했다. 벤치 선수들도 활약했다. 한동희, 신용수가 타점을 만들어냈는데, 이건 타자들이 계속 집중했다는 뜻”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가을야구 막차 탑승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7위 롯데는 5위 KIA(기아) 타이거즈와 승차 2경기, 6위 NC(엔씨) 다이노스는 0.5경기 차로 쫓고 있다. 그러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올 시즌 롯데의 행보를 실패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그 결과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확연히 보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이대호(40)가 은퇴를 선언했음에도 특유의 프로세스 덕에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롯데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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