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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완, 인생은 아름다워로 버킷리스트 지웠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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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완, 인생은 아름다워로 버킷리스트 지웠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09.2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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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버킷리스트에 이룰 수 없는 건 적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적어둔 리스트가 많지는 않지만 그중 첫 번째가 뮤지컬 도전이거든요. ‘인생은 아름다워’ 덕에 지울 수 있게 됐죠.”

뮤지컬은 배우 박세완(29)의 버킷리스트였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공연장으로 향할 정도로 애정하는 취미이자, 언젠간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그렇기에 어느때보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의 오디션 결과를 기다렸다고. 무대 위에서 펼치는 노래와 춤은 아니었지만,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지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 그 자체였다.

박세완.
[사진=롯데인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세완은 “제게 너무나 소중했던 작품이었다. 찍으면서 힐링하고, 촬영장 가는 길이 즐겁고, 촬영 마치는 게 아쉬웠다"며 "하루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인생은 아름다워’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 분)과 마지못해 그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 분)의 눈물 겨운 여정을 담는다. 작품은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980~90년대 명곡을 삽입해 풍성함을 더했다.

1994년생인 그는 작품 속 곡을 소위 ‘즐기며’ 자란 세대는 아니다. 극중에서 부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그가 태어나기 약 10년 전에 발매된 곡이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부모 세대의 감성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박세완은 “가족 이야기이기에 나이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장르적 특성을 들어 “뮤지컬을 볼 때도 모르는 노래를 즐길 수 있지 않나. 영화의 미장센이나 춤추는 장면 등을 보면 (관객들도) 신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두고 염정아의 아역에 박세완을 캐스팅한 것이 탁월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에 박세완은 “촬영할 때 옹성우 씨나 류승룡 선배님이 (염정아 선배님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때는 ‘닮았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 자신감을 주는 말이었던 것 같다”며 “이후 염정아 선배님께서도 ‘우리 닮지 않았니?’라고 하셨다. 반대로 어머니께선 ‘엄마보다 선배님이랑 더 닮았다’고 하더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아역 연기를 위해 들인 노력으로는 “말투나 행동을 억지로 따라하기보다 선배님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하게 보이려 했다. 선배님의 분위기를 닮아가려고 노력했다”고 꼽았다.

“인터뷰 전날 염정아 선배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사랑한다고, 말갛고 예쁘다고, 너가 아역 연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주신 거예요. 받고선 거의 울 뻔했어요. 선배님들 메시지는 다 캡처해뒀어요. 류승룡 선배님도 ‘세완이 짱!’이라고 보내주셨고요.”

박세완(왼쪽), 옹성우. [사진=롯데인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연기한 어린 세연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을 담아내는 인물이다. 절친 현정(심달기 분)을 따라 방송반을 구경 갔다가 이상형 정우(옹성우 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박세완은 가장 많은 신을 함께한 옹성우와의 호흡에 대해 “조금 서먹한 관계에서 촬영을 시작했던 것 같다. 성우 씨가 말을 잘 못 놓는다고 하길래 배려 차원에서 ‘저도 안 놓을 게요’ 이랬다”며 “덜 친한 방식으로 시작한 데다 잘생겨서 배역에 집중하기 쉬웠다. 사랑에 빠진 눈빛이나 떨림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3년이나 돼서 많이 친해졌다. 함께 홍보 차 라디오 방송에 나갔던 모습 그대로다. 성우 씨는 장난이 많은 편인데, 타율로 따지면 드립 10개 중 9개가 웃기다. 촬영할 때도 계속 웃으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출신 배우 옹성우에게 연기 선배로서 건넨 조언이 있냐고 묻자 “성우 씨가 촬영하고 나면 걱정을 많이 하더라. 누구나 본인의 부족함에 대해 걱정하지 않나. 그래서 선배님과 제가 계속 괜찮다고 안심시켜주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롯데인터테인먼트 제공]

반대로 격한 안무를 소화해야 할 땐 옹성우의 실력이 자극이 됐다고. 그는 “제가 ‘댄뽀걸즈’도 했고, 저 스스로 춤을 좀 춘다고 생각했다. 리딩 때도 춤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데, 옹성우 씨를 만나고 많이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성우 씨와 둘이서 손가락을 화살표로 만들고 찌르는 동작이 있어요. 저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머리를 흔드는데, 성우 씨는 카메라를 장면으로 보고 살짝 흔들더라고요. 동작도 디테일이 너무 달랐죠. ‘댄뽀걸즈 했다고 될 게 아녔구나’ 싶었어요. 댄뽀걸즈 때는 나름 제가 에이스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돌 친구 빼고는 배우들끼리의 싸움이어서.(웃음)”

이밖에 단짝 연기를 펼친 심달기에 대해 “그전부터 독립영화를 보고 알고 있었던 배우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달기가 연기를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며 “현장에서 달기 연기를 보고 반했다. 자유롭게 연기를 하더라. 특히 떡볶이를 먹는 신에서 저와 성우 씨는 얌전하게 있고 홀로 방방 뛰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래, 춤, 연기에 이어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전라도 사투리였다. 부산 출신인 그는 “부산 사투리가 가진 포인트와 전라도 사투리의 포인트가 너무 달라서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연습했다”며 “두 사투리는 중국어 성조가 다르듯 다르다. 저는 사투리에서 표준어로 고친 입장이다 보니까 성조를 배우는 것처럼 연습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개 방송 현장에서 ‘한 번만요’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감독님께서 이 장면에 애드리브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셔서 급하게 사투리 선생님께 전화해 ‘대사 하나 알려주세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사진=롯데인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개봉한 영화 ‘육사오’에서는 북한 군단선전대 병사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북한말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말은 보는 관객분들도 정확히 모르실 거라는 용기가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육사오는 텐트폴 영화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극장가 코미디 바람을 불고 온 작품이다. 초대형 영화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입소문 여파로 손익분기점(160만)을 훌쩍 넘기고 2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박세완은 “단톡방이 난리가 났었다. ‘저희 짐 싸요?’ ‘#캐리어’ 이런 말도 오가고.(웃음) 손익분기점을 넘었던 날 마지막 무대인사 중이었는데, 배우들끼리 결과를 확인하지 말자고 약속해놓고 12시가 되자마자 확인했다. 다들 ‘와!’ 이랬다”고 전했다.

육사오의 흥행 질주 이후 인지도 또한 달라졌다며 “아직까진 제 이름을 이야기했을 때 많은 분들이 모르실 거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최근 제 트레이너 분이 다른 회원과 이야기하다 제 이름을 언급했는데 ‘육사오에 출연한 배우?’ 이런 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 그동안 이름을 듣고 아시는 분들보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고 이런 작품에 나왔구나 하고 알아보시는 분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가 의미부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좋은 꿈을 많이 꾼다”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흥행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남에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해서 저 혼자 품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그 썰을 풀겠다”고 공략을 내놓았다.

[사진=롯데인터테인먼트 제공]

박세완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 역시 영화 개봉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홍보 열정에 감탄하며 “완전히 ‘박세완’으로 빙의되셨다. 아파트 부녀회 단톡방에도 영화 개봉 이야기 하신다. 육사오 때도 직접 표를 사서 부녀회 단체관람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께서 한 천 명은 보탠 것 같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올해는 그에게 있어 20대의 마지막 페이지이기도 하다. 그는 다가올 30대에 대해 “오히려 좋다”는 경쾌한 대답을 내놓고 “그동안 나온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다가올 30대가 기대된다. 하루 빨리 2023년과 만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극중 세연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절이 있냐는 질문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스물이 가장 좋았다. 집이 엄해서 하지 못했던 일탈을 마음껏 해본 나이였다. 심야 영화도 보고, 연극한다고 밤도 새보고, CC도 해봤다”고 소소한 추억을 공유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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