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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은퇴, 두산 왕조와 함께 지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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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은퇴, 두산 왕조와 함께 지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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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차례 우승. 2010년대 중후반부터 두산 베어스는 가장 꾸준히 리그 정상권을 지킨 팀이었다. 그 중심에 오재원(37)이 있었다. ‘허슬두’의 상징과 같았던 그가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준비한다.

오재원은 28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이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떠나는 길을 더 캡틴(the captain)으로 갈 수 있게 해주신 박정원 회장님께 감사하다”고 은퇴를 시사했다.

두산 구단도 “오재원이 은퇴한다. 팀의 마지막 경기인 다음달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의 은퇴식을 연다”고 전했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스포츠Q DB]

 

2003년 두산의 지명을 받은 오재원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16시즌 동안 쉼 없이 뛰며 두산의 상징과 같은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뛰어난 수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재원이 활약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두산이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한 건 단 두 차례 뿐이었다. 2011년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통산 15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 1152안타를 만들어냈다.

더 놀라운 건 가을 성적이었다. 가을야구에서 타율 0.299로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을 가을의 강자로 이끈 게 오재원이었다. 특히 2015년과 2019년엔 주장 완장을 차고 특유의 리더십을 자랑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에서도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프리미어12 일본과 준결승에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안타로 출루한 뒤 대역전승의 발판을 놨던 장면은 여전히 야구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다.

그러던 그도 완연한 내림세를 탔다. 2019년부터 타율이 2할 중반도 넘기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선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김태형 감독을 비판하는 여론도 많았다. 그럼에도 수비와 가을야구에서 맹활약하는 그를 제외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큰 경기만 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며 팀 분위기를 휘어잡는 그가 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나는 오재원을 위해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은퇴식을 연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러나 세월을 이겨낼 순 없었다.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던 그는 결국 가을야구에도 나서지 못했고 올해에도 반전을 쓰지 못하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올 시즌 막판 은퇴를 결심했다. 오재원은 “은퇴를 결심하니 여러 순간이 떠오른다. 기쁜 장면, 아쉬운 장면 모두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무한한 사랑을 보내주셨던 ‘최강 10번 타자’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새로운 시작을 허락해주신 박정원 회장님 이하 두산 베어스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시작을 두산 베어스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팀을 떠나도 끝까지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며 ‘영원한 두산인’으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특유의 장난기를 잊지 않았다. 오재원은 “10월 8일 뭉클한 마음으로 배웅을 받고 싶은 주장의 마지막 명을 팬들께 전한다. 그날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겠다”며 “그날 오지 않는 사람, 배신이야”라고 덧붙였다.

7년 간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두산은 계속되는 전력 누수 속 결국 올 시즌 추락했다. 현재 10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9위로 처져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두산 왕조가 오재원의 은퇴와 함께 막을 내려 두산 팬들 입장에선 서글픔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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