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03 07:30 (토)
무뚝뚝한 진봉, 류승룡이라서 미워할 수 없다 [인터뷰Q]
상태바
무뚝뚝한 진봉, 류승룡이라서 미워할 수 없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09.29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아내의 생일을 챙기지 않는 것은 필수, 아내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건 애교, 여기에 아내의 시한부 소식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줏대까지. ‘나쁜 남편’의 요소란 요소는 모두 겸비한 남자임이 분명한데, 마냥 밉기보다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매정하기 짝이 없는 그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8일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가 개봉했다. ‘극한직업’, ‘명량’, ‘7번방의 선물’ 등 장르불문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배우 류승룡은 이번 작품에서 무뚝뚝한 남편 진봉 역을 맡아 뮤지컬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류승룡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첫 뮤지컬 작품에 도전한 그는 “클래식한 뮤지컬이라면 고생했을 거다. 극중 가수 역을 맡아 노래한다고 해도 힘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말에 솔깃했다”고 출연 결정 계기를 밝혔다.

이어 “데뷔 이래 사전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며 “평소보다 약 3배 정도 품을 더 들인 것 같다. 계약 전부터 노래 연습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연습은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 1년 넘게 꾸준히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등 1980년대 명곡들로 채워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에 류승룡은 “저 또한 그 시절 노래를 많이 불렀다. 가사가 시적인 곡들이 많지 않나. 대사가 가사로 치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배세영 작가가 상황에 맞게 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14곡이 최종적으로 선정됐지만,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을 포함 약 40곡이 후보로 있었다고. 그는 “곡을 고르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며 “들어갔으면 하는 곡은 너무 많았는데 논의 끝에 좋은 명곡이 적절하게 들어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알 수 없는 인생’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부르기 어려웠던 곡으로는 ‘부산에 가면’을 꼽으며 “멜로디가 익숙해서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해보니까 왜 젊은 친구들이 최백호 선생님의 노래를 어려워하는지 알겠다”고 전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죽음을 앞두고 첫사랑 찾기에 나선 아내 세연(염정아 분)과 그를 따라나선 진봉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린다. 극중 진봉이 세연에게 보이는 태도는 관객마저 서운하게 만들 정도로 매몰차다. 그럼에도 관객이 진봉을 미워할 수 없는 배경에 류승룡의 공이 컸다. 배우 특유의 재치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한 일. 

류승룡은 진봉의 성격을 두고 “초반 시나리오에선 더 심했다. 상을 뒤엎는 모습도 있었는데 조율됐다”며 “영화 전반부에 깔린 진봉의 태도를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싶다가도, 젊은 시절 그의 서툰 모습이 공개되는 순간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진봉은 영화에 있어 꼭 필요한 장치이기도 했다. 그는 “영화엔 안타고니스트(주인공에 대립하는 인물)가 필요하지 않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인물이 가진 단면을 배치한 것”이라며 “빌런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그의 행동들을 상쇄시키는 장면이 중요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저에겐 노래 이상의 미션이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봐도 얄밉더라고요. 진봉을 향해 욕설을 뱉은 분도 있으시다고 하던데.(웃음) ‘저러면 안 되지’라고 하지만, 영화 말미에 가선 모두가 ‘나한테도 저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 하나쯤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나 아내에게 전화 한통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류승룡은 “소위 아내가 가장 무섭다고 하는데, 없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는 거다. 아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지금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배운 점도 많다. 우리나라는 죽음을 금기하고 외면하지 않나. 웰다잉을 준비한다는 거시적인 측면까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과 염정아는 두 캐릭터의 20대 시절 연기까지 소화해 눈길을 끈다. 이에 류승룡은 “젊은 시절이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다. 분장팀과 의상팀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병 시절을 연기할 땐 연대장 같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적인 약속이 재미 요소로 자리한 거다. 영화가 판타지다 보니 관객들도 감안하고 보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과거로 완벽하게 돌아가기 위해 최국희 감독에게 특별한 제안도 건넸다. 바로 서울예술대학 동기들을 출연시킨 것. 그는 “‘미인’에서 진봉과 세연의 친구로 등장한 배우들이 실제 제 대학 동기들이다. 뮤지컬 배우, 안무가 등으로 활동 중인 친구들인데 감독님에게 제안했더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친구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열정적으로 임했다. 3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관객 입장에서도 ‘저 배우가 저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이렇게 세월을 담아내는구나’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또한 “당시의 저는 독특하고 특이했다. 머리도 기르거나 빡빡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기이함으로 발현됐던 게 아닐까. 나는 이렇게나 뜨거운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은 염정아와의 첫 호흡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1990년대 당시 염정아 씨는 근접할 수 없는 연예인이었다. 반대로 저는 기인처럼 하고 다녔고.(웃음) 결 자체가 달라서 30년 뒤에 이렇게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런 게 알 수 없는 인생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이어 “저 혼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있었는데, 염정아 씨가 첫 만남에서 바로 깨줬다. ‘오빠랑 연기 하고 싶었어요’라는 살가운 말 한마디 덕분에 무장해제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배우 박세완, 옹성우, 심달기, 하현상 모두 다음 작품이 기대될 정도”라며 “극중 아들 역을 맡은 하현상 배우가 ‘거짓말’을 부를 땐 가슴에 다리미를 댄 것처럼 뜨거워지더라. 연기 학원을 다녔거나 레슨을 받았다면 나오지 않을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옹성우에 대해서도 “대단한 춤꾼이라 춤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후련했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경계를 잘 아는 배우다. 현장 태도도 너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선 옹성우가 자신의 아역이 아니라고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영화 공개 전, 옹성우 배우가 제 아역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들 거기에 분노하더라”며 “아역은 절대 아니다. 이런 오해 때문에 영화를 보러 오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까. 나이를 먹으며 얼굴이 커질 순 있어도 키가 작아지진 않을 것 아닌가”라고 재치 넘치는 해명을 내놓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은 세연처럼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 보다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할 수 있을 때 모든 걸 해보는 편이다. 공예도 도전해보고, 섬도 다 가보고, 차도 원없이 마셔보고. 오지 여행을 좋아해서 이번 추석에도 큰아들과 4박 5일 몽골 트레킹을 다녀왔다. 요즘 가족과 여행을 많이 가는데, 네 컷 사진 찍듯 유난히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아버지로서 류승룡은 “친구 같은 아빠”라고 이야기하며 “이번 몽골 여행에서도 함께 여행한 분들이 많이 부러워하더라. 고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아빠와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대단해 보였던 것 같다. 저도 이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아들의 손과 어깨를 잡아보곤 했다”고 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평소에도 아들과 자주 붙어 지낸다. 아이들은 저의 가장 큰 엔진이자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영화를 배구에 빗대어 “염정아 씨가 김연경 선수 수준으로 올려주고 때려준다. 저는 때리기 쉽게 토스를 잘 해주려 한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28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