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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희 감독이 밝힌 '인생은 아름다워' 비하인드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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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희 감독이 밝힌 '인생은 아름다워' 비하인드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0.0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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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최국희(46) 감독이 한국 뮤지컬 역사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발자국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을까.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담은 뮤지컬 '그날들', 故 이영훈 작곡가를 추모하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 등 국내에서 잘 알려진 주크박스 뮤지컬 장르가 스크린으로 향했다.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세연(염정아 분)이 남편 진봉(류승룡 분)에게 자신이 죽기 전 첫사랑과 재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된 좌충우돌 여정을 그린다. 이들 곁에는 신중현, 임병수, 이문세, 이승철 등 국내 대중가요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의 곡이 멤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 또한 뮤지컬 장르는 처음이다. 최국희 감독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걸 하는 게 좋다"고 메가폰을 잡은 계기를 밝혔다. 

- 2020년 개봉 예정이었던 작품이 2년 기다림 끝에 빛을 보게 됐다. 팬데믹 상황이 야속했겠다.

"투자사 측에서도 영화를 아끼고 좋아해서 더 좋은 날짜를 잡기 위해 미룬 걸 알기 때문에 개봉이 밀린 것에 섭섭함은 없었다. 계속된 팬데믹 상황에 답답함은 있었지만, 다른 작품에 모든 신경이 쏠린 상황이어서 조급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더 좋은 날짜에 많은 관객을 만나는 게 중요했다."

-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모든 기획은 한 기사로부터 시작됐다. ‘살아서 하는 장례식’이라는 기사였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죽어서 하는 장례식이 무슨 의미냐’며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한 내용이었다.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이들과 다시 만나고 웃고 즐기는 잔치에 가까운 장례식이었다."

- 뮤지컬 업계에서도 뮤지컬 영화 제작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적당한 감독이 없다’, 뮤지컬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감독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저 또한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뮤지컬 장르의 열성팬은 아니다. 그래서 뮤지컬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뮤지컬 무대와 뮤지컬 영화는 완전히 달랐다. 뮤지컬 영화는 결국 영화다. 프리 단계에서 뮤지컬 안무감독님과 작업을 해봤는데 영화적 소통이 어렵더라. 그래서 촬영 시작 전 음악감독님과 안무감독님을 모두 영화 작업을 하는 분들로 교체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다. 음악도 선배님마다 음색이 다르니까 편곡을 해야 하는데, 음계를 정하는 게 쉽지 않더라. 실제 영상과 사전 녹음한 음악 간의 감정이 달라서 재녹음한 적도 있다. 물론 이제는 뮤지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안다. 다시 뮤지컬 영화를 한다면 처음부터 실수없이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뮤지컬 영화에 재도전하겠다는 의미일까.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건 지루할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촬영에 앞서 곡 후보가 다양했던 걸로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택된 곡은 모두 남성 보컬곡이다. 이 부분에 염정아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곡 선택 기준은 무엇이었나.

"3~40곡 정도 리스트가 있었다. 시대나 장르, 성별 등에 국한하지 않고 추린 결과다. 최신곡이나 너무 오래된 곡은 뺄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톤과 대사 늬앙스에 맞추다 보니 시대가 1980년대로 모이긴 하더라. 여성 보컬곡을 쓰지 못한 점이 후회가 되긴 한다. 좋은 후보가 많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밸런스를 위해 하나쯤은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넣었다면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넣었을 거다. 세연이 언제 불러도 매칭되는 곡이다. 또 염정아 선배님의 음색과도 잘 어울린다."

- 작품의 정체성으로 어떤 곡을 꼽을 수 있을까.

"정체성보단 ‘세월이 가면’을 선택하게 된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엔딩 크레딧 곡은 원래 극중 세연의 아들인 서진(하현상 분)이 밴드 무대에서 불렀던 완곡이 들어갔다. 후반 작업을 끝내고 기술 시사를 하면서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감정이 깨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다음날 새로 녹음헤 교체했다. 세월이 가면은 엔딩의 여운이 계속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 류승룡, 염정아에 따르면 크랭크인 1년 전부터 보컬 트레이닝에 들어갔다고.

"보통은 영화 후반 작업에 가서야 노래를 붙일 건데 왜 1년 전부터 노래 연습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실 거다. 촬영 전 노래 연습을 진행한 이유는 배우 스스로 노래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음정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해를 해주신 두 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두 분의 노력이 없었으면 제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촬영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가장 공들인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솔로예찬’은 품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작업이다. 이 장면 하나만 리허설을 포함해 일주일 정도 촬영했다. 100명의 인원이 안무를 하다 보니 틀리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동선도 매번 정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루해도 계속해서 촬영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체육관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촬영 앵글을 연습해보곤 했다. 뮤지컬 영화는 인내력이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솔로예찬은 실사와 2D 세트장을 오가는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이다. 이런 연출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휴게소 대관비가 비싸기도 하고 적어도 3일은 촬영해야 하는데, 휴게소를 장시간 막을 수 없다 보니 현실적으로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참신한 대안이 있을까 고민하다 2D 세계를 택해 세트를 지었다."

- 두 주연 배우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류승룡 선배님은 분위기메이커다. 쿨하고 스태프들과 같이 잘 어울리고. 염정아 선배님은 부상 투혼이 기억에 남는다. 솔로예찬을 촬영할 때 리프트를 하다가 다리를 삐끗해서 꽤 많이 다치셨다. 모든 촬영을 중단하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고 촬영장으로 복귀하셨다. 정말 많이 아프셨을 텐데 촬영을 이어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해당 신의 첫 번째 테이크가 사용됐다는 말을 하더라. 라이브한 느낌을 선호하는 편인가.

"염정아 선배님의 경우 저는 언제나 첫 테이크에서 선배님의 연기가 가장 좋다고 믿는다. 보통 풀샷을 먼저 찍고 클로즈업을 촬영하는데, 가장 좋은 연기를 풀샷에서 해버리면 아까우니까. 선배님의 성향을 잘 알다 보니 첫 셋업에서 클로즈업을 먼저 촬영해버리곤 했다. 날 것 같은 장면들을 많이 담아낸 건 맞다. 이 부분에 있어 류승룡 선배님의 배려도 있었다. 남녀 배우가 대화 장면을 찍다 보면 남자 배우가 메인이 되는 신이 있다. 촬영은 메인이 되는 인물을 먼저 찍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하지만 류승룡 선배는 오히려 세연의 첫 테이크를 담을 수 있도록 넘겨주신 부분이 많다. 이건 배우로서 어마어마한 배려다."

류승룡(왼쪽),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왼쪽),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연의 10대 시절은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반면 20대는 류승룡, 염정아가 그대로 연기하게끔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뮤지컬 영화는 장르적으로 따지면 판타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이 모든 게 판타지라서 관객들이 허용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40~50대 배우가 20대 역할을 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관객분들은 더 좋아하시더라. 10대 시절은 풋풋함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첫사랑의 느낌은 판타지로 이야기하기엔 한계가 있다."

- 세연의 첫사랑 정우 역으로 출연한 옹성우는 연이은 연출작 ‘별빛이 내린다’의 주연 배우로 캐스팅했다.

"대중들은 옹성우를 두고 워너원 출신 아이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연기 욕심이 많다. 연기력이 과소평가됐는데 준비된 배우다. 인격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배려심이 정말 깊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마치고 또 한번 작업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제안을 한 거다. 별빛이 내린다는 현재 편집을 마친 상황이고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 연기 경험이 전무한 가수 하현상을 캐스팅한 부분도 의외였다.

"하현상 씨는 옹성우와 정반대 케이스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찾자’ ‘이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을 울릴 수 있을만한 목소리를 찾자’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눈에 띄었다. 캐스팅 당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핫했던 친구라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런데 연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 일단 만나보자 하고 만나서 노래 한 곡을 부탁했는데, 듣는 순간 ‘이 친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번이나 고사했다. 그럼에도 계속 너 아니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연기도 잘하더라."

- 하현상이 부른 ‘거짓말’은 극에 삽입된 14곡 중 유일하게 현장 녹음을 진행했다고 하던데.

"노래를 잘하는 친구니까 당연히 라이브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무엇보다 울음이 섞인 감정으로 노래를 하면 사전 녹음과는 완전히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 같았다."

옹성우(위), 하현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옹성우(위), 하현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일각에선 진봉의 성격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죽음을 앞둔 아내에게 너무 매몰찬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현실에는 진봉보다 더 한 사람도 있다. 평균치보다 괴팍한 남편인 건 맞지만 영화적으로 충분히 과장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저 또한 결혼 20년 차가 됐는데, 결혼하신 분들이라면 진봉과 세연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젊은 분들은 많이 놀라시더라."

- 후반부 진봉의 서사는 이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나.

"사실 후반부 서사는 삭제할까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진봉의 과거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관객들이 진봉에게 미운 감정만 가진 채로 객석을 떠나는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빼지 않았다."

- 결국 영화는 세연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럼에도 슬프기보다 가슴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구석이 있다.

"철학적인 이야기까진 아니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웰다잉이다. 우리 모두 삶이 유한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죽음을 기피하곤 한다. 저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깊숙이 생각하게 되더라. 소재가 소재다 보니 죽음을 미화하기에도 이상했다. 그렇다고 너무 직설적으로 보여주기도 그래서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세연의 장례식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잔치 장면과 겹치는 것 같아서 촬영에선 아예 제외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객석을 나섰으면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어머니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어머니께 전화 한통 할 수 있는 영화로 남으면 좋겠다. 세연은 우리네 어머니를 대표하는 지점이 많다. 고생하고 헌신하고 떨어진 양말을 신은 채 맛있는 건 전부 자식에게 양보하고. 촬영하면서도 어머니라는 키워드에 몰입해서 찍었다."

- 인생은 아름다워를 ‘OOO한 영화다’로 표현한다면.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뮤지컬 영화이자, 여러분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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