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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친일 복수극의 새로운 시선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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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친일 복수극의 새로운 시선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0.1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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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처절한 응징만이 답일까. '리멤버'가 친일 복수극에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

첫 장편 영화 '검사외전(2016)'으로 970만 관객을 동원한 이일형 감독이 신작 '리멤버'로 돌아왔다.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의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를 리메이크한 리멤버는 아우슈비츠와 나치라는 원작의 설정을 일제강점기와 친일파 등 한국역사로 가져온 작품이다.

80대 노인 필주(이성민 분)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속하며 젊은 직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밖으로는 전쟁 영웅이라는 훈장을 달고 존경받는다. 젊은 세대와 어우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MZ세대의 유행까지 꿰고 있는 '힙한 할아버지'다. 그의 곁에는 베스트 프렌드인 20대 청년 인규(남주혁 분)가 있다. 60 가량 나이 차이로 전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둘만의 핸드사인까지 맞출 정도로 우정이 깊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평온해 보이는 어느 날, 필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퇴임하며 그간 꾸며온 계획을 하나씩 처리하리라 마음 먹는다. 바로 친일파 척결. 친일파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필주는 자신을 악몽에 빠트린 이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필주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로 기억을 점차 잃어간다는 점이다. 거동도 편하지 않아 혼자서 복수를 행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필주는 인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필주는 빨간색 페라리를 미끼로 던지고 인규는 그것을 덥석 문다. 그렇게 두 세대의 아찔한 동행이 시작된다. 

80대 노인의 처절한 액션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카 체이싱, 명품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 여기에 감동 한 스푼. 착하디 착한 영화는 관객이 기대한 바를 배신하지 않으려 최선를 다한다.

특히 친일을 향한 국민적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처절하게, 잔인하게 그들을 사살하는 필주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고 영화적 허용이 난무한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통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필주의 복수는 스토리라기 보다 일종의 FPS게임(1, 3인칭 슈팅 게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위 필주는 관객의 분노라는 조종키 아래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캐릭터나 다름없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러나 이일형 감독이 리멤버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관객의 분노 표출을 대신하겠다는 일차원적인 방향이 아니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이야기에 반전을 더해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세대로서 현재를 성숙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이 드러나는 것이 영화 말미다. 모든 복수가 죽음으로 끝나려는 순간, 죽지 말고 죗값을 받으라 부르짖는 젊은 청년의 모습과 친일파 척살이 개인적인 복수로 둔갑한 늙은 노인의 모습이 겹친다. 친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한 분노와 폭력이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직관적인 장면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이윽고 친일의 잔재는 다시 기억을 잃은 채 젊은 이의 앞에 선다. 몸은 죗값을 달게 받았지만 정신은 도피를 택한 상황이 이어진다. 이때 젊은 세대는 그것마저 포용하고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한다. 외교적인 문제를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세대 간의 화합으로 풀어내는 모습은 익히 봐왔던 친일 복수극을 넘어 새로운 시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만, 관객들이 이를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22년에 그려볼 법한 시선이긴 하나 실제하는 잔재와 피해자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를 떠올릴 수 있을까.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 젊은 세대라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를 묻어두는 낙관적 화합에는 찝찝한 부분이 많다.

영화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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