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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감독 이승엽, '초보 딱지' 뗄 키워드 셋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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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감독 이승엽, '초보 딱지' 뗄 키워드 셋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8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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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기본기, 디테일, 팬. 한국프로야구 전설이자 은퇴 후 지도자 경험 없이 곧바로 감독직에 오른 이승엽(46)이 강조한 3가지다.

이승엽은 1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사령탑에 부임한 소감을 밝혔다.

현역 시절 KBO 40년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은 그였으나 여전히 감독으로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감독직을 맡은 걸 지도자 커리어로 꼽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사령탑으로서의 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산 베어스 11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이 18일 취임식 후 새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기본기와 디테일, 홈런타자 이승엽에 가려졌던 노력들

감독으로서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한 생각만큼은 확고했다. 이 신임 감독은 첫 번째로 기본기를 강조했다. “현역시절 홈런타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선수 이승엽은 항상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기본기를 다지기 위한 방법은 훈련량에 있다. 이 감독은 “난 엄하기보다는 유한 스타일이다. 전제조건은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해야 한다. 다만 경기에선 좀 엄해질 것”이라며 “경기에서 당연히 본헤드 플레이나 실책, 실수도 나올 수 있지만 잦아진다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해서 이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나태한 플레이, 태만한 플레이 나온다면 간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디테일과도 연관된 부분이다. “디테일 강한 일본야구를 몸으로 경험하며 (야구에 대한) 그 철학은 더욱 강해졌다”며 “기본은 땀방울 위에서 만들어진다. 선수시절 경험한 두산은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을 앞세워 상대팀을 압박했던 팀이었다. 허슬두 팀 컬러를 다시 되살려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나아가 V7도 그 토대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비 문제를 꼬집었다.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 진출했던 기간 두산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위권을 지켰다. 최소실책에서 늘 3위 안에 머물렀고 3차례나 1위에 올랐다.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은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이 부문 6위였다. 이 감독은 “팀 ERA(5위), 팀 타율(6위) 모두 좋지 않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책이었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에 향방이 갑자기 바뀔 수 있다. 투수들이나 경기 이기고자 하는 팀원들 상실감 있을 수 있다”며 “타격을 잘해 홈런 치고 득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로 상대에 기회 줘서는 안 된다. 수비적으로 보충하고 싶다. 내년엔 더 단단한 야구, 실수하지 않는, 예전 두산처럼 활기찬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리는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결코 연습량이 적지 않았다. 반복 훈련을 해보고 싶다. 연습이 되지 않으면 경기에서 긴장감이 생기고 그럴 때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며 “준비가 부족했기에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계속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기에 가을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내년에 다음 시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복습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9위로 마무리해 훈련할 시간이 생겼다. 수비에서 많은 반복 훈련을 하고 대화를 통해 올해보다 훨씬 나아진 두산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 실수로 더 강해지는 법, ‘감독 이승엽’의 팬퍼스트

끝으로 이 감독이 강조한 건 팬이었다. “아무리 강한 야구라도 팬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 물론 이 감독도 현역시절 팬서비스와 관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인볼을 판매하는 이들이 있다며 사인요청에 팬들에게 인색한 반응을 보였던 것.

그러나 이 감독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선수 때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해봤다”며 “실수하면 더 얻는 게 있다. 팬들께 더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다. 선수 때는 더 가깝게 못 다가갔지만 이젠 좀 더 여유를 갖고 팬들께 다가서서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감독으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팬퍼스트 정신을 강조하겠다는 이 감독이다.

이승엽 감독의 취임식에 함께 한 김태룡 단장(왼쪽부터), 전풍 사장, 이승엽 감독, 김재환.

 

그러나 가장 좋은 팬서비스는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김 전임 감독과 함께 왕조 시절을 구가했던 두산은 말라버린 인재풀, 끊임없는 선수 이탈로 인해 전력이 약화됐다. 잘 버텨왔지만 올 시즌 많은 문제점이 한 번에 터져버렸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 감독은 “올해 두산이 9위에 머물렀다. 지난해까지 너무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9위 팀을 이끌고 ‘당장 내년 우승하겠다’, ‘가을야구 가겠다’는 건 좀 섣부른 것 같다. 아직 선수들 만나보지도 못했다”면서도 “다만 올해보다는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은 약속드리겠다. 내년엔 올해보다 좋은 성적, 그 후년엔 더 좋은 성적, 계약기간이 3년인데 임기 내엔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큰 걸림돌이 경험 부족이라는 점도, 그러한 걱정이 뒤따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바로 ‘초보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즌이 시작되면 지금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현역 23년간은 물론이고 은퇴 후 5년 야구장 밖에서도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며 언젠가 찾아올 ‘감독 이승엽’을 준비했다.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인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선택하냐고 하나 같이 말한다. 지금이 더 편할 건데.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도 “23년간 선수 생활하며 항상 스트레스와 압박감, 승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게 내 천직인 것 같다. 걱정도 많이 해주시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와 그동안 해왔던 야구, 사랑하는 야구 유니폼 다시 입을 수 있어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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