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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일깨운 베테랑, 이용규 간절한 가을 꿈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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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일깨운 베테랑, 이용규 간절한 가을 꿈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26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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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공격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선택했다. 상대 선발을 괴롭히기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맹활약했던 백전노장이 돌아왔다. 이용규(37·키움 히어로즈)는 홍원기 감독의 기대에 100% 이상 부응했다.

이용규는 2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PO 2차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하며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가 25일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PS PO 2차전 2회 6-0으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1차전 에릭 요키시를 선발로 내보내고도 뼈아픈 실책 속에 무너진 키움. 역대 5전 3승제 PO에서 1차전을 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단 19.4%(5/31)에 불과했다.

홍 감독은 1차전 이용규 대신 박준태를 지명타자로 내보냈다. 시즌 중 상대 선발 케이시 켈리에 통산 8타수 4안타 1홈런으로 강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실패였다. 박준태는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KT와 준PO에서 타율 0.364 고타율을 보였고 희생번트를 4개나 성공시키며 주자들의 진루를 위해 노력했던 그였기에 더 아쉬운 결정이었다.

이날은 다시 이용규가 선발로 나섰다. 준PO에서 좋았던 타순 그대로였다. 이정후, 김혜성, 야시엘 푸이그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게 주 임무였고 더불어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는 것에도 기대를 걸었다.

‘이용규 효과’는 놀라웠다. 단순히 밥상을 차리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한 달 만에 등판한 아담 플럿코를 적극 공략했다. 1회 초구 속구를 공략해 중전안타를 만들어냈고 이정후의 안타와 상대 포일로 홈을 밟았다.

2회 2사 2,3루에서 다시 플럿코를 만난 이용규는 초구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노려 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영리한 타격의 표본이었다.

경기 후 이용규는 “올해 4번 상대해봤는데 주로 속구 승부를 펼쳤고 타이밍이 늦었던 데이터가 있었다. 빠른 공만 생각했고 어제부터 감이 좋아서 눈에 들어왔다. 방망이가 쉽게 쉽게 나가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두 번째 타석에선 김준완에게 체인지업으로 카운트 잡는 걸 눈여겨 봤다. 초구로는 체인지업과 커브만 생각하고 나섰는데 존에 들어와 결과가 생각대로 잘 나왔다”고 밝혔다.

1회 안타 이후 득점에 성공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이용규(가운데).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키움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고 타율 0.296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으나 올해는 타율이 0.199까지 떨어졌다.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급격한 기량 저하)가 의심됐다.

그러나 베테랑은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빛을 발했다. 홍 감독은 준PO 때부터 이용규의 경험을 높이 사며 중용했고 그는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감독이 기대했던 상대 투수에게 많은 투구를 하게 하는 역할은 김태진이 맡았다. 이용규는 “김태진만의 야구다. 조언해준 건 없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하며 “가을야구엔 좋은 투수들이 나온다. 적극적으로 안 치고 카운트가 몰리면 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준PO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적극적으로 승부에 나섰던 것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준PO를 시작할 때부터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어 나에겐 출루를 못하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승부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공을 많이 보던) 시즌 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가을야구 끝날 때까지는 적극적으로 치려고 하면서 공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4회 타석도 인상 깊었다. 선두 타자 김준완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초구에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주자가 쉽게 2루로 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앞선 타석 타격감이 좋았음에도 사령탑이 원하는 걸 주저 없이 완벽히 해냈다. 김혜성의 안타가 나오며 김준완은 손쉽게 7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막판 추격을 당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값진 한 점이었다.

홍원기 감독(왼쪽)의 믿음 속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이용규는 데일리 MVP에 오르는 맹활약으로 보답했다.

 

더그아웃 리더로서 역할도 충실하다. 6-0으로 앞서가던 키움은 선발 요키시가 흔들리고 실책이 연이어 나오며 7-6까지 추격을 당했다. 이용규는 6회가 끝난 뒤 선수들을 소집했다. “상황을 지켜보며 더그아웃에 있는데 이기고 있는데도 분위기는 꼭 지고 있는 것 같았다”며 “투수들이 3이닝을 잘 막아줄 것이라고 말하며 초반처럼 뭔가 하려고 하기 보다는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자고 했다”고 밝혔다. 베테랑의 조언은 후배들을 일깨웠고 결국 키움은 집중력 있게 1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값진 1승을 수확했다.

끈질긴 카운트 싸움,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희생번트와 나아가 이러한 심리를 역이용한 적극적인 타격.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 이용규는 “모든 선수가 간절하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며 “19년 프로생활을 하면서 한국시리즈엔 단 한 번 나섰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선수들에게도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고 말했다. 개인성적이 큰 의미가 없고 오직 팀 승리가 첫 번째인 가을야구이기에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상금 100만원과 부상으로 100만원 상당 화장품 교환권도 받은 이용규는 “프로 생활하면서 이런 건 처음이다. 처음이다.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준PO 5차전도 그렇고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이젠 못하면 후배들 보기가 미안하다. 후배들이 기대하는 것 같고 해서 결과 보여주려고 한다. 가을야구는 나도 긴장된다. 긴장감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어서 후배들 보는 게 시즌 보다는 조금 떳떳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LG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더구나 키움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쳤고 준PO도 5차전까지 치른 뒤 단 하루 만을 쉬었다. 이날도 패배의 기운이 엄습했지만 이용규는 경기력은 물론이고 후배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한 마디로 값진 1승을 팀에 안겼다. 3차전 선발은 리그 최강 안우진. 이날 승리로 이용규가 그토록 원하는 한국시리즈 진출 꿈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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