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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임지열, 우주의 기운 키움 향하나 [KBO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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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임지열, 우주의 기운 키움 향하나 [KBO 포스트시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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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미친 선수’가 나와야 시리즈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가을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전력 분석을 한 뒤 치러진다. 서로의 패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타자들은 상대 투수들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시즌 때와는 달리 예상 외 타격감을 뽐내는 타자들이 나와야 한다고들 말한다. 평소에 비해 훨씬 뜨거운 감을 보여주는 선수를 ‘미친 선수’라고 부르곤 한다. 임지열(27·키움 히어로즈)이 좋은 예시다. 미친 선수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활약으로 가을을 달구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임지열이 27일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PS PO 3차전 7회말 대타로 나서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올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지열은 2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 5전 3승제) 3차전에서 팀이 3-4로 끌려가던 7회말 2사 1루 대타로 등장해 이정용의 초구 시속 145㎞ 속구를 통타, 중앙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정후의 백투백 홈런까지 나왔고 8회초 무사 1,2루에서 조기 등판한 마무리 김재웅이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와 정확한 송구로 위기를 넘기는 등 행운도 따르며 6-4 승리, 2승 1패로 앞서갔다.

이보다 강렬할 수 없는 임팩트다. KT 위즈와 준PO 1차전에서도 대타로 출전한 임지열은 동점을 허용한 뒤 맞은 8회말 2번째 타석에서도 대포를 날렸다. 송성문의 역전타와 김준완의 희생플라이로 흐름을 바꾼 뒤 나선 그는 상대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날렸다.

이날은 더욱 짜릿했다. 2차전 쉽게 승기를 잡고도 실책과 불펜 난조로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던 키움은 이날 에이스 안우진을 선발등판시켰으나 6이닝 2실점하며 끌려갔다. 6회 잘 던지던 김윤식이 내려가고 올라온 진해수와 믿었던 정우영을 연속 공략하며 3-2 역전에 성공했지만 7회 곧바로 다시 3-4로 흐름을 내줬다.

임지열(오른쪽)의 역전 홈런 이후 연이어 아치를 그린 이정후. 둘은 LG 이정용을 단 2구 만에 무너뜨리며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휘집과 송성문이 연속 아웃되며 흐름이 끊긴 것 같던 때 김준완이 행운의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이용규의 타석 때 임지열이 대타로 나섰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임지열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격감이 좋았다. 상대 투수를 가리지 않고 일발 장타를 기대했다”고 그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임지열은 속구를 기다렸다는 듯 초구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고척스카이돔 가장 깊숙한 중앙 담장을 훌쩍 넘는 역전포가 됐다. 홍 감독은 “임지열 홈런과 김재웅 호수비밖에 기억 안 난다”고 믿음에 보답한 제자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임지열은 2014년 데뷔해 4시즌 동안 71경기 출전에 그쳤던 ‘미생’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은 40경기에 나서 타율 0.275로 준수한 활약을 보였으나 가을야구에선 벤치를 지켜야 했다. 통산 홈런도 단 하나에 불과했기에 그가 포스트시즌에서만 2홈런을 쳐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짜릿하고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이날 나란히 홈런을 친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야구인 2세다. 1999년 한화 이글스 우승 멤버였던 임주택(54) 한화 운영팀 퓨처스 파트장 아들인 그는 “그때 한화도 슈퍼스타가 많지 않았던 팀으로 안다. 우리와 같이 짜임새 있는 팀으로 우승했다고 들었다”며 “우리도 그 팀처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전홈런을 때려낸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임지열(왼쪽에서 3번째). [사진=연합뉴스]

 

이번 가을 키움은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준PO에서도 5차전 혈투 끝에 웃었고 PO에선 2위 LG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기존에 잘해주던 선수들은 기대대로 활약하고 있고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이들의 깜짝 활약이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임지열을 비롯해 올 시즌 타율이 2할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용규, 김준완은 홍 감독의 신뢰 속에 더할 나위 없는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하고 있고 ‘신구 가을사나이’ 김휘집과 송성문 또한 가을에 더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키움으로선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바뀐 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단 2구 만에 2홈런을 만들어낸 건 LG로선 불운의 결과였다. 번트 타구 때 몸을 날려 잡아낸 뒤 2루 송구로 더블아웃을 만들어낸 장면도 LG로선 허탈함을 자아냈다.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하위팀이지만 ‘업셋’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기대치 않았던 타자들이 폭발하고 여러 면에서 행운이 키움을 향하는 모양새다.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키움이기에 4차전에서 무조건 시리즈를 마감해야 한다. 4차전 선발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사흘씩 쉰 키움 타일러 애플러와 LG 케이시 켈리. 켈리는 LG의 가을 승리요정이지만 1차전 6이닝 95구를 던진 뒤 사흘만 쉬었다. 반면 애플러는 초반 흔들리며 3이닝 47구만을 던져 조금 더 유리한 상황.

무게감만 보면 LG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4차전에도 행운의 여신이 키움을 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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