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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김가영, 집중력이 가른 이변 드라마 결말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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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김가영, 집중력이 가른 이변 드라마 결말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1 0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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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던 주인공들의 몰락. 이변이 속출하는 PBA 투어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렇기에 흔들리지 않고 더욱 꿋꿋이 힘을 내는 이들에 눈길이 쏠렸다. 이변의 드라마에서 가장 마지막에 웃은 건 다비드 마르티네스(31·크라운해태 라온)와 김가영(39·하나카드 하나원큐)이었다.

마르티네스는 31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PBA 투어 4차전 PBA(남자부)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김영섭(47)을 세트스코어 4-3(14-15 15-3 13-15 11-15 15-5 15-8 11-7)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405일 만에 결승에 오른 다비드 마르티네스(오른쪽)가 31일 김영섭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통산 3번째 정상에 선 뒤 여자부 우승자 김가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짧은 세트제, 뱅크샷 2점제, 전 경기 방송 중계, 큰 상금 등으로 인해 PBA 투어는 늘 많은 이변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번엔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 정도로 우승 후보들의 조기 탈락 현상이 거셌다. 남자부에선 128강에서 엄상필, 강민구, 다비드 사파타(이상 블루원리조트 엔젤스·스페인)와 , 서현민, 비롤 위마즈(이상 웰컴저축은행 피닉스·터키), 에디 레펜스(SK렌터카 다이렉트·벨기에), 조재호(NH농협카드 그린포스)이 줄줄이 탈락하며 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64강에선 강동궁(SK렌터카), 마민캄(NH농협카드·베트남),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 하나원큐·그리스), 오성욱(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마저 고개를 숙였다. 여자부와 달리 128강부터 세트제를 펼쳤기에 더욱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32강까지 ‘지옥의 서바이벌’을 펼친 여자부에서도 적지 않은 이변이 연출됐다. 64강에서 김세연, 최혜미(이상 휴온스), 김민아(NH농협카드), 용현지(TS샴푸·푸라닭 히어로즈), 32강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캄보디아), 이미래(TS샴푸·푸라닭), 강지은(SK렌터카)과 김갑선 등이 세트제에 나서지도 못한 채 짐을 쌌다.

고난도 샷을 성공시키며 3번째 우승을 확정한 마르티네스는 "평소에도 체력관리를 잘해서 유지하려고 한다"며 놀라운 집중력의 비결을 밝혔다. [사진=PBA 투어 제공]

 

이 가운데서도 마르티네스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프로당구 원년 우승 한 차례 포함 4강 진출만 세 차례 성공했던 마르티네스는 128강에서 김용수를 승부치기로 제압한 뒤 강동구, 모리, 박기호, 주시윤을 차례로 쓰려뜨리며 4강에서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벨기에)을 꺾어내며 지난해 9월 이후 405일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마르티네스의 간절함이 돋보였다. 1세트를 내준 뒤 곧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김영섭에게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며 준우승에 머무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3세트 세트포인트를 잡고도 기회를 놓치며 하이런 6득점에 성공한 김영섭에게 세트를 내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점점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세 세트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포효했다. 마지막 7세트에서 9-1로 앞선 가운데 하이런 6득점한 김영섭에 쫓겼으나 곧바로 환상적인 뱅크샷을 성공시키며 통산 3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정말 기쁘다. 특히 4강에서 강호 쿠드롱을 꺾어 더 만족스럽다. 결승전에서도 세트스코어 1-3에서 굉장히 집중력이 필요했는데, 잘 극복하고 이겨내 뿌듯하고 좋다”며 “준결승 이후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고 침대에 누워 쉴 시간이 20~30분 정도 뿐이었다. 평소에도 체력관리를 잘해서 유지하려고 한다”고 남달랐던 집중력의 비결을 밝혔다.

마르티네스는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에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톱에버리지도 수상했다. 32강에서 에버리지 3.400을 기록해 우승상금 1억원에 상금 400만원까지 더했다.

김가영은 줄줄이 탈락한 경쟁자들과 달리 놀라운 집중력으로 최다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도 다시 한 번 빛났다. 30일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4회 우승자 임정숙(크라운해태)을 만난 그는 세트스코어 4-1(11-6 10-11 11-3 11-1 11-7)로 승리, 통산 4회 우승으로 이미래, 임정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를 대하는 자세와 놀라운 집중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가영은 많은 경쟁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우승으로 상금 2000만원과 2만점의 랭킹포인트를 얻은 김가영은 누적 상금랭킹(1억7745만원) 1위를 굳게 지켰다. 

경기 후 김가영은 “앞으로도 경기 승패를 떠나 ‘믿고 볼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자타공인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굳은 다짐을 했다.

이번 대회 PBA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국가 애도기간에 동참하기 위해 대회 사전 계획된 핼러윈 관련 이벤트를 전면 취소하고 경기장 LED 전광판을 통해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또 공격을 결정하는 뱅킹전 추모 묵념, 선수 및 대회 관계자들은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로 했다.

마르티네스는 기뻐하면서도 우승자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그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충격적 비보를 전해들었다. 가족과 지인, 친구 등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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