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응답하라 전병우! 키움은 히어로'즈'다 [KBO 한국시리즈]
상태바
응답하라 전병우! 키움은 히어로'즈'다 [KBO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1 2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지금 원팀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선수에 치중되지 않고 골고루 잘해줬으면 한다.”

홍원기(47)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기대에 올 시즌 타율 0.203 타자 전병우(30)가 응답했다. 에이스 안우진이 조기강판되는 커다란 악재도 키움의 기세를 꺾어 놓을 수는 없었고 전병우가 방점을 찍었다.

전병우는 1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회초 대타로 등장해 작렬한 역전 투런과 10회초 1타점 겾결승타로 팀에 7-6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키움 히어로즈 전병우(왼쪽)가 1일 SSG 랜더스와 KS 1차전 9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가까스로 KT 위즈의 추격을 따돌리고 3위에 오른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준PO) 5경기를 치르고 PO로 향했다. 올 시즌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 LG 트윈스에 객관적 전력에서 밀렸으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3승 1패로 KS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키움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선수들은 지쳤고 안우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 불펜진도 불안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공은 둥근 법. 이날 선발 등판한 안우진은 다시 한 번 오른손에 물집이 터지며 3회를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지만 키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지영이 선봉에 섰다. 5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펼치던 김광현에게 첫 안타를 선사했고 이후 키움은 기세를 드높였다. 송성문의 안타와 상대의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고 SSG가 다시 1점을 낸 뒤 맞은 6회초 이정후와 김태진이 안타로 동점을 만들자 1타점 적시타로 4-3 역전을 안겼다.

6회초 역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는 키움 이지영.

 

6회 1점, 8회 1점을 더 내주며 패색이 짙던 9회초 4-5 상황. 김태진이 걸어나갔고 이지영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냈다. 타석엔 김휘집 대신 대타 전병우. 올 시즌 내내 부진했고 올 가을야구에서도 타율 0.250(8타수 2안타)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그는 노경은의 초구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흐름을 단숨에 뒤집어냈다.

안우진 조기강판 나비효과는 컸다. 양현에 이어 2차전 선발이 유력했던 에릭 요키시까지 등판했고 승부가 팽팽하게 흘러가며 필승조 최원태, 김동혁, 김재웅 등이 총동원됐다. SSG의 매서운 방망이에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타선은 달랐다.

연장 10회 1사에서 푸이그는 모리만도에게 안타를 빼앗아냈고 이지영이 8구 승부 끝 끈질기게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2사 1,2루 타석엔 다시 전병우가 나섰다. 풀카운트 싸움. 숀 모리만도의 낮은 체인지업을 정확히 때려냈고 야시엘 푸이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올 가을야구 키움은 KT와 혈투 끝 승리, LG에 업셋 승리를 거두며 KS에 올랐다. 이정후, 푸이그, 김혜성, 안우진, 김재웅. 이들의 활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던 이용규, 김준완, 송성문, 임지열이 ‘미친 선수’가 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전병우(왼쪽 끝)는 역전 투런포 이후에도 SSG의 동점포로 맞은 연장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살리며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타를 때려냈다.
전병우(왼쪽 끝)는 역전 투런포 이후에도 SSG의 동점포로 맞은 연장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살리며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타를 때려냈다.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전병우는 “야구 인생 최고의 날인 것 같다”며 “홈런 상황에 대해 “초구보다는 높은 쪽 공략하고 나섰다. 마지막 타석엔 전 타석에 운을 다 썼다고 생각해 편하게 나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전병우가 시즌 내내 백업으로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며 “극적인 상황에서큰 일을 해주는 선수였고 그런 바람으로 대타로 기용했다. PS 때 타격감이 괜찮았고 마지막에 장타를 기대하는 마음에 대타를 썼는데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 때도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내곤 했고 시즌 타율(0.203)에 비해 대타로 타율 0.286을 기록하는 등 높은 집중력을 펼쳐온 그다. 전병우는 “비결이라기보다 앞에서 잘 만들어줘 나에게 기회가 왔다. 앞에서 동료들이 잘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가을 똘똘 뭉쳐진 키움의 원팀 정신을 읽어볼 수 있는 발언이다.

역대 KS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76.3%(29/38). 그만큼 기선제압이 시리즈 성패를 가른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최대 1,4,7차전에서 활용할 계획이었던 안우진이 불의의 부상을 당한 가운데 전력을 100% 쏟아부은 상황에서 만들어낸 승리기에 더욱 값진 성과다.

시즌 때와 달리 가을 들어 제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 히어로즈. 영웅군단의 기적과 같은 행보가 야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병우는 “계속 좋은 결과가 났으면 좋겠다”며 “내가 스타팅이든 뒤에 나가든 내 할 일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