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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23% 희망, 베테랑 '가을 DNA' 믿기에 [KBO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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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23% 희망, 베테랑 '가을 DNA' 믿기에 [KBO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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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SSG 랜더스가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1차전을 내주며 SSG의 우승 확률은 단숨에 23.7%로 떨어졌지만 이번만큼 이 숫자에 신뢰가 떨어지는 적도 없었다. 여전히 SSG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질 정도다.

한국시리즈(KS)에 8번 나섰고 최대 4개의 우승 반지가 있는 베테랑의 막강한 ‘가을 DNA’라는 큰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패배에도 이들의 가을 본능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SSG 랜더스 김광현이 1일 키움 히어로즈와 KS 1차전에서 3회초 연속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KS 1차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 연장 10회 6-7로 졌다.

상대 선발 안우진이 손에 물집이 터지며 3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고 많은 불펜 투수들이 번번이 실점했으나 결국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한 달 가까이 쉰 SSG에 비해 9경기를 더 치르고 올라와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키움이 모든 걸 쏟아부은 경기였기에 막판에 승리를 내준 게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23.7%처럼만 느껴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확실한 가을 베테랑 파워를 확인한 게 큰 소득이었다.

선발 김광현(34)이 선봉에 섰다. 개인적으로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시즌 막판 안우진에 평균자책점(ERA) 타이틀을 내줬기 때문. 지난 8월 맞대결에서도 6이닝 2실점 호투했지만 7이닝 무실점한 안우진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김광현은 역시 달랐다. 5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다. 외야수 한유섬의 어설픈 포구 실책과 포수 김민식의 포일로 2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6회 2사까지 99구를 던지며 삼진 6개를 잡아냈다. 4실점했지만 자책점은 2에 불과했다.

3회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안우진을 조기 강판시킨 최정. 이날 3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으로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타선에서도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때려내며 안우진을 흔든 김성현(35)은 키움에 3-4 역전을 허용한 뒤 맞은 6회말에도 4번째 투수 최원태를 상대로 좌중간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SK 왕조 시절 주역이었던 최정(35)과 김강민(40)이 남긴 임팩트는 더 강렬했다. 경기 전 “과거엔 선배님들이 있으니 부담이 없었다”면서도 “내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한 최정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해냈다.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우진의 시속 153㎞ 속구를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렸다.

키움에 동점을 허용한 뒤 맞은 5회엔 2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엔 기회가 없었다. 7회 1사 2루에선 상대가 자동 고의4구를 택했고 9회 동점 상황에서도 상대는 조심스러운 승부를 펼쳐 결국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 역시 최정이 살아야 팀이 산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강민도 결정적인 때 한 방으로 팀에 힘을 보탰다. 전병우에게 불의의 투런 역전포를 내준 뒤 찾아온 9회말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번 가을 ‘미스터제로’로 호투쇼를 펼치고 있는 클로저 김재웅을 상대로 대타로 나섰다. 그러나 관록의 승리였다. 김강민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차갑게 식어있던 홈구장 열기가 터질 듯 달아오른 순간이었다.

벤치에서 대기하던 팀 최고참은 9회 대타로 결정적인 동점 아치를 그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비록 팀은 10회 재역전을 당하며 졌지만 김강민은 KS와 PS에서 최고령 홈런 신기록(40세 1개월 19일)을 갈아치우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SSG로서도 김광현을 내보낸 경기를 잡지 ㅁ소했다는 것이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더 불안한 건 키움이다. 1차전에 이어 최대 4,7차전까지 세 번을 쓰려했던 안우진이 물집에 발목을 잡혔고 2차전 선발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에릭 요키시는 물론이고 최원태와 김동혁, 김재웅까지 모두 활용하게 만들었다. 특히 마무리 김재웅은 47구를 던지면서도 김강민에게 홈런을 내주며 이번 가을야구 6경기 만에 첫 실점을 했다.

반면 SSG는 베테랑들이 앞장 서며 준수한 타격감을 보여줬다. 김광현도 선방하며 투수진을 무리하게 끌고가지 않았다. 숀 모리만도의 투구가 예상보다 많기는 했으나 여전히 키움에 비해선 마운드 운영의 여유가 있다.

경기 결과를 떠나 가을에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SSG 베테랑의 힘을 확인했다는 건 큰 성과였다. 상대에겐 공포감을 심어줬고 SSG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 원천이었다. KS에서 1차전을 내주고도 승부를 뒤집은 건 역대 9차례(9/38)에 불과했지만 이 중 김광현과 김강민 등은 두 차례나 업셋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베테랑들의 활약이 이번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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