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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받던 삼성, 은희석과 지우는 패배 DNA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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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받던 삼성, 은희석과 지우는 패배 DNA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7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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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약팀, 꼴찌가 익숙한 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팀.

서울 삼성에 대한 농구 팬들의 이미지다. 지난 10년 동안 3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고 봄 농구는 단 3번 경험했다. 10년 동안 평균 순위는 7위에 그쳤다. 6강 플레이오프(PO)도 기대하기 어려운 팀이었다.

은희석(45)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6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71-62로 이겼다. 

5승 4패 승률 0.556, 4위. 1라운드를 마친 삼성의 순위다. 삼성이 1라운드에서 5승 이상을 거둔 건 2016~2017시즌(7승 2패) 이후 6년만이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의 상황과 맞물려 생각하면 더욱 예감 좋은 숫자들이다.

은희석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이 6일 전주 KCC를 꺾고 6년 만에 5할 이상 승률로 1라운드를 마쳤다. [사진=KBL 제공]

 

10년 동안 부진하다보면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마저도 패배 의식을 갖기 십상이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팀에 오고 갔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바뀐 적은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2016~2017시즌에도 라건아(당시 라틀리프)의 압도적인 활약이 아니었다면 그러한 결과를 기대키 힘들었다.

잘하는 선수들도 삼성에만 오면 기를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 단단히 꼬여 있는 것 같았다. 2014년부터 팀을 이끈 이상민 감독도 부진 장기화에 결국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은희석 감독의 리더십에 더욱 눈길이 간다. 은 감독은 현역 시절 KBL을 대표할 만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 발 더 뛰려 노력했다. 두 차례나 받은 수비5걸상은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훈장과 같다.

은퇴 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코치로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그는 연세대를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종전 많은 팀들이 고학년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과 달리 고르게 활용하며 로테이션 체계를 확립했다. 허훈, 안영준(이상 상무), 최준용(서울 SK)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단 9승(45패), 승률 0.167로 최악의 부진을 보인 삼성을 맡아 해낼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지 우려도 따랐다. 든든한 베테랑 김시래가 건재하고 오프시즌 과거 동료로 함께 뛰었던 이정현을 영입하며 앞선의 무게감을 더했지만 여전히 선수층은 탄탄하다고 평가하기 힘들었다. 대학팀만 이끌던 그의 지도력이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따랐다.

지난 시즌 9승이 전부였던 삼성은 은희석 감독 부임과 함께 벌써 그 절반 이상인 5승을 챙겼다. 은 감독은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삼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은 감독은 하나하나 팀을 바꿔나가고 있다. 6일 KCC전은 은 감독의 색깔이 명확히 나타난 경기였다. 김시래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것. 2,3주 진단을 받아 당분간 확실한 주전 가드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심지어 외국인 마커스 데릭슨이 14점 9리바운드, 이매뉴얼 테리가 2점 9리바운드로 상대 외인 조합(27점 25리바운드)에 크게 밀렸다.

그만큼 국내 선수들이 더 뛰었다. 김시래의 공백과 외국인 조합의 열세를 메우기 위해 한 발씩 더 움직였다. 팀을 구해낼 확실한 에이스는 없었으나 데릭슨과 신동혁(12점) 이원석, 이호현, 이정현(이상 10점)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KCC를 잡아냈다. 기존에 삼성에서 잘 찾아보기 힘들었던 승리 패턴이다.

선수들 또한 은 감독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따라줬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은 감독은 “어느 특정한 선수에 치우치고 싶지 않다. 체력 소모가 많겠지만 어린 선수와 고참이 어우러지는 농구를 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팀을 바꿔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은 감독은 “임동섭(32)과 장민국(33)조차도 젊은 선수처럼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리는 변해야 하는 팀”이라며 “김시래가 뛰지 못하는 지금처럼 주축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질 때 대학 선수들도 ‘원팀’이 되더라. 그걸 경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김시래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선수들은 한 발 더 뛰며 고른 활약 속에 승리를 챙겼다. 은 감독은 "김시래가 뛰지 못하는 지금처럼 주축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질 때 대학 선수들도 ‘원팀’이 되더라. 그걸 경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BL 제공]

 

은 감독의 새로운 방식은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신인 김동혁은 이날 프로 최다인 12점을 올리면서도 상대 가드라인 봉쇄에도 힘을 보탰다.

“김시래가 있을 때 농구와 없을 때 농구가 달라져야 한다. 없으면 그만큼 체력을 더 써야 한다”며 “우리가 신동혁을 전체 6순위로 선발했다. 바로 이런 움직임과 활동량을 보고 뽑은 것”이라고 제자의 활약에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엽 또한 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단 2득점에 그쳤지만 상대 에이스 허웅을 8득점으로 틀어막은 일등공신이었다. 은 감독은 “이동엽이 득점이 거의 없었지만 허웅을 철통같이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며 “허웅에게 점수를 많이 줬다면 시래의 공백을 더 절실하게 느껴야 했다. 이동엽이 잘 막아준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삼성에 가장 중요한 건 ‘패배 DNA’를 지워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신인과 그동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승리를 이끌었다는 건 더욱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학습효과 속에 승리의 맛을 알아간다는 건 더 반가운 일이다.

‘프로 초보감독’ 은 감독과 함께 변하고 있는 삼성이 지긋지긋한 약자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이제 1라운드를 마쳤을 뿐이지만 삼성의 농구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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