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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해, 끝까지 빛난 프로야구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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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해, 끝까지 빛난 프로야구 슈퍼스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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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해 타격왕에 오르며 부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쓴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한 발 더 나아갔다. 24세 시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5관왕(이종범은 공식 4관왕)에 올랐고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우뚝섰다.

이정후는 1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시상식에서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로 뽑혔다. 취재기자단 유효표 107표 중 104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최고 스타에 등극했다.

데뷔 시즌 단숨에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내며 신인왕에 등극한 이후 꾸준히 성장한 그는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 올해 시작부터 끝까지 단연 가장 빛난 별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7일 타격 5관왕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넥센에 지명을 받은 그는 ‘바람의 아들’, ‘천재’ 이종범(52)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로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신인왕을 차지하며 ‘이종범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지워나갔다.

부족할 게 없는 성적에도 매 시즌 더 성장했다. 콘택트 능력을 더 배가시키기도 했고 장타력을 증대하기도 했다. 완벽을 꿈꾸던 이정후는 올 시즌 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타율 0.349, 193안타, 113타점, 장타율 0.575, 출루율 0.421로 5관왕에 올랐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2010년 이대호(은퇴·당시 7관왕) 이후 두 번째 공식 5관왕이다. 비공식을 포함해도 6번째. 23홈런, 볼넷 66개(이상 5위), 85득점(6위) 등도 돋보였다. 특히 홈런은 개인 커리어 최다였다. 규정타석을 채운 52명 중 가장 적인 삼진(32개)은 그가 얼마나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4월까지 타율 0.323을 기록했던 이정후는 6월 타율 0.392를 기록하더니 7월 0.290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타격 5관왕을 가능성이 높아진 9월 이후 타율 0.400을 써냈고 4홈런 23타점을 몰아치며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부자 MVP가 나온 건 처음. 150년이 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70년이 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부자 MVP는 전무했다. 이정후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서건창(현 LG)에 이어 KBO리그 사상 세 번째로 신인왕과 MVP를 모두 차지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28년 전 아버지 이종범과 마찬가지로 5관왕, MVP를 차지한 이정후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오늘 그 목표를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MVP 선정이 정규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하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하지만 이정후는 가을야구에서도 가장 빛났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시작한 키움은 KT 위즈를 5차전 혈투 끝 잡아내더니 PO에선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챔피언 SSG 랜더스를 상대로도 투혼을 불태우며 멋진 승부를 펼쳤다. 단연 이정후가 선봉에 섰다. 올 가을야구에서 타율 0.355 맹타를 휘둘렀고 특히 PO에선 타율 0.500 1홈런 2타점으로 MVP에도 등극했다.

경기의 중요성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결점 타자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올 시즌 이정후는 이종범 코치가 갖고 있던 최소 경기 900안타 기록을 698경기에서 670경기로, 이 코치의 최소 경기 1000안타 기록도 779경기에서 747경기로 갈아치웠다. 더할 나위 없었던 2022년이었다.

스스로도 이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학창 시절부터 항상 아버지와 비교돼 힘들었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기에 열심히 운동했다”며 “어떻게 하면 아버지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프로야구 MVP를 받거나 해외 진출을 하면 조금은 지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오늘 그 목표를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야구 최고 스타다운 품격도 보였다. 이정후는 MVP 상금 1000만원과 개인 타이틀 5개 상금 1500만원(각 300만원) 총 25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일찌감치 어머니와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립 청소년들을 위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무대는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팬들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정후의 시선도 해외 진출을 향한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앞서 강정호, 박병호(KT)가 그랬듯 더 큰 목표를 위해서라도 내년 더 좋은 성과를 내야한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정후지만 보다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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