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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오버랩' 양의지, 이승엽호 두산 핵심 퍼즐 [2023 프로야구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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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오버랩' 양의지, 이승엽호 두산 핵심 퍼즐 [2023 프로야구 F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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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집 나갔던 곰돌이 양의지(35)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2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30대 중반 나이에도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두산 베어스는 22일 FA 포수 양의지와 4+2년 총액 최대 152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첫 4년은 계약금 44억원에 연봉 총액 66억원, 이후엔 인센티브 포함 2년 최대 42억원. 김광현(SSG 랜더스·4년 151억원)을 넘어 FA 단일 계약 최대 규모다.

스토브리그에서 좀처럼 외부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던 두산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확실한 구단의 철학과 함께 과감한 투자를 했고 원하던 것을 이뤄냈다.

양의지가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왔다. 6년 최대 15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포수로 골든글러브 2회(총 6회)를 수상한 국가대표 출신 홍성흔(45·은퇴)에 밀려 일찌감치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전역 후 2010년 20홈런 포수 대열에 합류한 이후 그는 리그 최고 포수로 거듭났다.

부드러운 타격으로 타율 3할에 20홈런이 보장되는 타자인 동시에 포수로서는 영리한 야구두뇌로 투수를 노련하게 리드했다. 2015년 이후 두산이 2회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데에도 양의지의 공을 빼놓을 수 없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포수 골든글러브도 그의 몫이었다.

양의지는 2018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고 두산 또한 잔류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재정상황이 어려운 두산은 4년 125억원을 제안한 NC 다이노스에 밀렸다. NC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4년 동안 타율 0.320 103홈런 397타점을 올렸다. 포수로는 프로야구 역사상 2번째로 타격왕에 올랐고 2020년엔 NC에 창단 첫 우승까지 안겼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언제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급격한 기량저하)를 겪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도 여전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이었다. 원소속팀 NC는 물론이고 한화와 두산까지 달려들었다.

양의지(오른쪽)가 22일 두산 베어스와 FA 계약을 맺고 전풍 대표이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외부 FA보다는 내부 전력을 잡는데 주력하는 두산이지만 확실한 기준이 서면 과감히 투자했다. 2015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장원준(4년 84억원)을 데려올 때가 그랬다. 또 앞선 FA 때 잡지 못한 집토끼를 다시 데려오는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2013년 롯데로 떠났던 홍성흔(4년 31억원)을 데려온 적도 있다.

특히 포수 출신 타자라는 점, 두산을 떠났다가 다시 불러들인 점에서 홍성흔이 오버랩된다. 당대 최고 포수 중 하나였던 홍성흔은 지명타자 변신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2008년 타격 2위에 오른 뒤에도 4년 30억원에 롯데로 떠났다. 4년 동안 타율 0.330 59홈런 321타점을 올린 뒤 두산은 4년 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들여 홍성흔을 복귀시켰다.

다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포수로는 송구에 입스(압박감 등 심리적 문제로 특정 동작을 하지 못하는 것)를 겪으며 나설 수 없었고 지명타자로만 나서면서도 첫 두 시즌에 비해 마지막 2년은 아쉬움을 남긴 채 커리어를 마감해야 했다.

양의지에 대한 기대는 이와는 계약 규모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16시즌 통산 1585경기에서 타율 0.307 228홈런 9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2를 기록 중인 양의지는 골든글러브 7회 수상에 빛나는 리그 최고 포수로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 올 시즌에도 타율 0.283 20홈런 94타점 OPS 0.860을 기록하며 포수 골든글러브 1순위 후보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 모두 프로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야한다는 공감대를 가졌다. 팀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며 “무엇보다 팬들이 양의지의 복귀를 원했다. 그 목소리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한 결과 계약에 성공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4년간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한 뒤 돌아온 양의지는 이승엽 감독 아래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사냥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미래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두산은 올 시즌 9위로 추락했다. 그 기간 핵심선수 7명을 떠나보내면서도 육성과 트레이드 등으로 잘 버텨왔던 게 기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두산의 추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시즌 후엔 ‘왕조 시절’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 이별했다. 프로야구 전설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럼에도 성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부 FA 박세혁(32)이 있음에도 이 감독은 부임과 함께 포수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구단은 양의지를 데려오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승엽 감독 시대의 성공을 위해선 확실한 리빌딩 결과와 함께 꾸준히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 양의지가 짊어져야 할 몫이 크다.

양의지는 “좋은 대우를 해주신 박정원 구단주님 이하 두산베어스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팬들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4년간 아낌없이 응원해주신 NC 구단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두 차례 FA로 총액 최대 277억원을 챙기게 된 양의지는 김현수(LG 트윈스·230억원)를 넘어 역대 FA 계약 총액 1위로 올라섰다. 프로 무대에서 많은 대우는 그만한 책임감과 비례한다. 그 또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목표는 하나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두산 베어스 재도약을 위해 모든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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