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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나상호 이강인, 벤투의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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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나상호 이강인, 벤투의 '밀당'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2.11.2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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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마치 축구팬과 ‘밀당’하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와 1차전을 통해 여러 논란을 잠재우게 됐다.

피파랭킹 28위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을 획득했다.

선수단 면면을 보면 열세가 당연했다. 14위 우루과이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다윈 누녜스(리버풀), 파쿤도 펠리스트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주전으로 뛰는 나라.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다.

벤투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적료 기준 몸값이 한국은 2200억원, 우루과이는 8200억원이다. H조엔 우루과이보다 더 화려한 진용을 갖춘 피파랭킹 9위 포르투갈도 있다. 이런 강팀을 상대로 과연 우리나라가 빌드업 축구를 전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래도 벤투 감독은 뚝심 있게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였다. 대한축구협회(KFA)도 아시안컵 8강 탈락, 한일전 참패 등 이런저런 위기가 있었음에도 벤투에게 신뢰를 보냈다. 4년 동안 감독 교체 없이 월드컵을 맞이한 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벤투 한국'의 월드컵 첫 경기는 꽤 성공적이다. 전혀 기죽지 않고 맞서 싸웠다.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최종 점유율은 우루과이 47%, 경합 16%, 한국 37%다. 전반전엔 한국 45%, 경합 13%, 우루과이 42%로 오히려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버스를 세운 채, 공중볼 경합하라 때리는 세컨드볼만 노리는 축구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세계 최고 클럽에서 핵심자원으로 뛰는 미드필더 발베르데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은 공을 갖고 통제하려는 성향의 팀"이라며 "전반에는 공을 빼앗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강인(왼쪽)에게 지시하는 벤투 감독. [사진=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모든 선수가 상황을 잘 판단해 경기를 풀어갔다. 우리가 훈련한 대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있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했지만 상황에 따라 판단해 가면서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나상호(FC서울), 이강인(마요르카) 기용도 결과적으로 ‘쇼앤프루브’가 됐다. 벤투 감독은 K리그에서 뛰는 나상호를 줄곧 발탁해 기회를 부여한 반면 스페인 라리가에서 도움머신으로 괄목성장한 이강인은 사실상 아예 배제해버려 축구팬들의 반발을 샀다.

황희찬(울버햄턴)의 허벅지 부상으로 생긴 공백. 벤투의 선택은 나상호였다. 여론 눈치를 보는 지도자라면,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나상호가 전반 초반 시원한 돌파에다 김문환(전북 현대)과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며 스승의 믿음에 보답해버렸다.

화룡점정은 이강인 교체였다. 지난 평가전 때 한국으로 멀리 비행해온 이강인을 단 1분도 쓰지 않았던 벤투였다. 그래서 후반 30분 나상호를 대신한 이가 이강인이라 놀란 팬이 대다수다. 벤투 감독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패스가 좋기 때문이다. 탈압박에 능하다”고 이강인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빌드업, 나상호, 이강인. 우루과이전은 끊임없이 제기된 세 질문에 대한 벤투 감독의 답변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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