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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손흥민-인내한 김진수, 감동의 벤투호 [카타르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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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손흥민-인내한 김진수, 감동의 벤투호 [카타르 월드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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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수술 후 3주 만에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김진수(이상 30·전북 현대)는 번번이 부상에 울며 이 시간을 위해 12년을 기다렸다. 결전의 날 대표팀은 많은 이들의 우려와 비판을 날려버리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값진 승점 1을 챙겨왔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리이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객관적 전력 열세에도 무승부가 아쉬울 정도의 뛰어난 경기력을 뽐냈다. 오는 28일 오후 10시 가나, 다음달 3일 0시 포르투갈과 경기 기대감을 더 높인 일전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나선 손흥민은 24일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무승부로 이끈 뒤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답답하기만 했던 벤투호의 빌드업 플레이는 세계 최강 우루과이 미드필더진을 상대로도 통했고 이강인(21·마요르카)을 벤치에만 앉혀뒀던 벤투 감독은 후반 과감히 교체 카드로 활용했다. ‘마치 지난 4년이 월드컵 하나만을 위한 속임수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손흥민,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은 경기 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경기력이 너무도 만족스러웠고 그렇기에 승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 분명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다. 당초부터 가나를 1승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 가나전 승리를 거둔다면 16강에 매우 가까워진다.

너무도 감격스러운 경기였다. 주장이자 팀 기둥인 손흥민은 기적 같이 부상을 극복해냈다. 월드컵을 한 달 여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출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고 월드컵에 대한 강력한 츨전 의지로 마스크를 쓴 채 풀타임 소화했다. 상대의 집중 마크 속에 수 없이 넘어지고 발을 밟혀 양말이 찢어지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일어나 투혼을 불살랐다.

경기를 마친 손흥민은 지상파 방송사와 인터뷰 말미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 채우기 위해 최선 다할 것이고 이 팀 주장으로서 제가 가진 것 모두 보여드릴테니 지금처럼만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그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3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부상 악령을 떨치고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김진수는 "이 감정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러운 순간들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지켜본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KBS 해설위원은 “목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부담감이 컸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대표팀을 향한 많은 비판에 늘 “죄송하다”면서도 “비판만 하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손흥민이기에 간절히 기다렸던 월드컵 무대를 만족스럽게 마친 뒤 감회가 남달랐을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동갑내기 김진수에게도 특별한 월드컵이었다. 뛰어난 폼을 보였던 2014년과 2018년 월드컵을 앞두고 번번이 부상으로 마지막에 고개를 숙였던 아픔이 있었다. 이번에도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월드컵을 준비했지만 막판 부상을 당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부상에도 그를 엔트리에 소집했으나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1차전부터 선발로 출전했고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경기 후 “오랫동안 기다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 감정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러운 순간들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후반 교체 투입돼 뛰어 들어가고 있는 이강인(오른쪽). 짧은 시간이었으나 맹활약하며 향후 활용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나상호(26·FC서울)와 정우영(32·알 사드)도 놀라운 경기력으로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놨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을 이강인도 “선수로서 항상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못 뛰고 있을 때도 뛸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열심히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왔을 때 더 좋은 활약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너무 재미있었다. 선수로서 항상 경기를 뛰고 싶고 뛸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팀을 도와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교체 투입할 때 자신을 향한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들었다고 답한 그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줘서 감사하다. 더 열심히 뛰고 좋은 활약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누구 한 명을 빼놓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고 감격적인 첫 경기였다. “쫄아서 경기하지 않고 자부심을 느낀 경기였다”는 황인범의 말에 더욱 기대감이 커진다. 가나와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2년만의 16강 진출이 꿈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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