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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기다린 황희찬! 난세영웅의 탄생 [한국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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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기다린 황희찬! 난세영웅의 탄생 [한국 포르투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03 0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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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년 전 독일을 꺾어낸 ‘카잔의 기적.’ 그러나 경기에 나섰던 황희찬(26·울버햄튼 원더러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을 기다렸고 단 30분 만에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영웅으로 재탄생했다.

황희찬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후반 21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며 2-1 승리와 함께 한국의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자신을 향한 많은 비판 여론을 완벽히 뒤집어낸 황희찬은 이제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황희찬이 3일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잔의 기적’ 속 좌절, 성장 촉진제가 됐다

4년 전 한국은 2패를 떠안은 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만났다. 모두 안 된다고 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2골을 만들어냈고 16강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기적을 썼다.

그러나 황희찬은 중심에 서지 못했다. 앞선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황희찬은 독일전 벤치에서 시작해 후반 11분 교체 투입됐으나 기적의 순간 황희찬은 피치에 없었다. 23분 만에 교체아웃됐기 때문.

신태용 당시 대표팀 감독은 전략적 이해 부족을 나타낸 황희찬에게 대노했고 결국 극단적인 수를 뒀다. 다소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대표팀은 ‘카잔의 기적’을 썼고 이 또한 결정적인 용병술로 평가받았다.

황희찬에겐 이를 갈게 만든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선 그는 일본과 결승전 쐐기골 포함 6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금메달 사냥에 앞장섰다. 

이후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와 삼각편대를 이루며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11골을 터뜨렸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전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판다이크를 완벽히 제치고 골을 넣으며 주가를 높였다. 이후 라이프치히(독일)를 거쳐 울버햄튼(잉글랜드)으로 이적하며 주목을 받았다.

황희찬은 대표하는 건 저돌적인 돌파. 이후 대표팀에서도 손흥민과 함께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고 치른 6월과 9월 평가전 4경기에서 맹활약하며 2골을 터뜨렸고 현란한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어놓으며 벤투호에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에게 집중되는 수비 부담을 덜어줄 중요한 옵션이기도 했다.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손흥민(오른쪽)과 포옹을 나누는 황희찬. [사진=연합뉴스]

 

◆ 부상 설움,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빛난 난세영웅

문제는 부상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부상이 재발했다. 결국 대표팀은 1,2차전을 황희찬 없이 치렀고 골결정력에 아쉬움을 보이며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뛰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갔냐”, “엔트리 한 장이 낭비됐다”며 그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도 기대와 달리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황희찬은 양 팀이 1-1로 맞선 후반 교체 투입을 준비했다. 황희찬 효과는 놀라웠다. 공을 잡은 뒤 수비수들을 쉽게 달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공격에서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났다. 단 1골이 필요했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역습에 나섰으나 수비벽에 가로 막혔다. 황희찬은 하프라인 전부터 전력질주한 손흥민의 뒤를 빠르게 따라붙었고 감각적인 침투패스를 받아 논스톱 슛으로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뛸 수 없는 스스로 가장 답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희찬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1,2차전에서 못 뛰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동료들이 뛰는 걸 보면서 정말 눈물이 많이 나왔다”며 “이제야 도움이 돼 너무 기쁘다. 결국 자랑스러운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 팬들께도 자랑스러운 순간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말그대로 몸이 부숴져라 뛰었다. 황희찬은 “경기 투입 여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2차전까지 경기에 못 나와서 이번 경기에서는 더 다치더라도, 몸이 어떻게 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며 “다행히 회복이 잘 돼서 경기에 나설 몸이 준비됐다”고 전했다.

16강에선 브라질을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황희찬은 자신만만했다. “16강에 올라오는 팀은 다 강하다. 우리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계속 국민들께 기쁨을 드리는 게 목표”라며 “회복할 시간이 별로 없다. 잘 쉬고 잘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브라질을 상대로 경기를 한다고 해서 그냥 즐기는 데에만 의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고 잘하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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