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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자, 크로아티아 감동 여정 [카타르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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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자, 크로아티아 감동 여정 [카타르 월드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4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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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라스트댄스’ 더비의 승자는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였다. 4년 전 준우승에 올랐던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는 이번엔 4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크로아티아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에서 0-3으로 졌다.

지난 대회에 이어 연이은 연장승부 속 끈질긴 저력을 보였던 크로아티아는 3·4위전으로 향한다. 아쉬움은 크지만 누구도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던 이들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인 여정이었다.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가 14일 아르헨티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는 관중들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아쉬움 남긴 모드리치 라스트댄스, 투혼을 불살랐기에

모드리치에겐 정말 중요한 대회였다. 4년 전 연이은 연장 승부 속 연전연승하며 결승까지 올랐던 크로아티아는 우승 문턱에서 프랑스에 가로막혔다. 이례적으로 준우승팀 소속으로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을 차지했지만 웃을 순 없었다.

외부의 시선은 달랐다. 누구도 크로아티아를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고 위대한 여정을 이끈 모드리치의 위력을 새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레알에 3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끈 모드리치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가 10년간 나눠가졌던 양강구도를 깨고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에도 크로아티아를 주목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일본과 16강에서도 확실한 ‘탑독’을 차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120분 혈투 끝 1-1 무승부에서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둘 때만 해도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8강에서 브라질마저 승부차기 속에 잡아내자 크로아티아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30대 후반 나이, 확실한 공격수가 없음에도 승승장구하는 크로아티아였기에 모드리치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했고 상대적 열세 속에도 남다른 클래스로 공을 지켜내고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힘없이 무너졌지만 모드리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요슈카 그바르디올은 이번 대회 가장 뜨거운 수비수로 유럽 빅클럽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또 다른 마스크맨 그바르디올, 몸 값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 대회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은 또 다른 마스크맨이 있다. 크로아티아 수비를 책임지는  요슈카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 마스크로 인해 처음 눈길이 갔다면 안정적인 수비력에 한 번, 그의 어린 나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와 함께 센터백 호흡을 맞추는 데얀 로브렌(33·제니트)과 나이차는 무려 13살.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지도 얼마되지 않았으나 그는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비수가 됐다.

마치 김민재(나폴리)를 연상시킨다.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적은 경험에도 상대를 압도하며 에이스 공격수들을 지워내고 과감히 전진해 공격을 돕는다. 특히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그의 수비는 놀라웠다. 8강전까지 5경기에서 3골만 내준 철통수비엔 그의 지분이 상당했다.

이날 메시의 완벽한 돌파 한 번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으나 그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오른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민재와 함께 4년 후가 더 기대되는 수비수로 손꼽힌다.

리바코비치(왼쪽)는 연이은 선방쇼로 크로아티아를 4강으로 이끌었다. [사진=EPA/연합뉴스]

 

◆ 야신상 후보 리바코비치, 4년 후에도 부탁해

4년 전에도 크로아티아는 연장 승부 끝 승부차기로 재미를 봤다. 탄탄한 수비와 지치지 않는 선수들의 체력,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번에도 크로아티아는 강력한 화력보다는 탄탄한 수비에 중점을 둔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16강과 8강에선 일본, 브라질을 연이어 승부차기 끝에 꺾어냈는데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디나모 자그레브)의 존재감은 어떤 골키퍼에도 뒤지지 않았다. 일본전엔 3차례나 승부차기를 막아냈고 브라질전에서도 유효슈팅 11개를 날린 상대의 파상공세를 단 1실점으로 틀어막더니 승부차기에서도 선방을 해내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이날 3실점 장면에서도 그를 탓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른 페널티킥 실점 이후 수비가 흔들렸고 2번째 실점 장면에선 운까지 따르지 않으며 무너져내렸다.

통상 축구선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전성기라고 본다. 그러나 골키퍼는 더 오래 전성기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미 최고의 폼을 보이고 있는 리바코비치는 4년 후, 그 이후에도 충분히 크로아티아 대표 수문장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드리치는 떠나지만 그바르디올과 함께 할 크로아티아의 수비는 4년 후에도 여전히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있어 강력한 수비를 바탕에 둔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쉽게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크로아티아의 여정이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다. 15일 오전 4시 열릴 프랑스와 모로코의 4강전 패자와 오는 18일 3위를 차지하기 위해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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