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단호한 손웅정, 손흥민 평가절하 이유는?
상태바
단호한 손웅정, 손흥민 평가절하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5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 흥민이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말이다. 이후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까지 차지했지만 그의 아버지 손웅정(60) 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손웅정 감독은 14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동안 손흥민을 교육하며 겪은 이야기, 교육 철학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 중에서가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역시나 ‘월클 논란’에 대한 것이었다. 손 감독은 세계가 주목하는 공격수 손흥민에 대해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14일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해 '손흥민 월클 논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사진=tvN 유퀴즈온더블럭 방송화면 캡처]

 

손웅정 감독은 어릴 적부터 기본기를 강조하는 혹독한 훈련으로 손흥민의 성장을 도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조세 무리뉴 토트넘 전 감독이 그를 만난 뒤 손흥민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릴 적부터 공을 좋아했던 손흥민은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축구선수의 꿈을 나타냈고 손 감독은 이후 ‘축구선수 손흥민 키우기’에 인생을 바쳤다. 다만 부모나 지도자로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어린 선수의 성장 속도에 맞는 훈련법을 솔선수범하며 지도했다.

손흥민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양발 모두 강력하고 정교한 슛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 또한 손 감독의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발 씻을 때, 양말 신을 때, 옷 입을 때, 신발 신을 때, 운동장에서 첫 터치를 할 때도 왼발부터 하게끔 습관을 들였다. 또 슛 연습할 땐 1.5배 정도 왼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더 정확한 건 왼발, 강한 슛을 날릴 수 있는 건 오른발”이라고 말할 정도로 양발의 완성도는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높아졌고 양발의 득점 비율은 거의 대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늘 손흥민(오른쪽) 옆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손웅정 감독. [사진=연합뉴스]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28세에 은퇴를 한 뒤 공사판에서 일을 하기도 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콘테이너로 만든 가건물에서 살기도 했던 그는 손흥민이 함부르크에 진출했을 때까지도 어려운 환경 속에 자식을 위해 몸을 바쳤다. 공중화장실을 써야하는 숙소에 몇 년간 머물렀고 차도 없어 춥고 더운 날씨 속에서도 매일 6시간씩 밖에서 아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부족함 없이 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벽 같이 일어나 훈련을 도왔다.

늘 겸손하고 더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중시하는 손 감독이다. 데뷔전에서 함부르크 역사상 최연소 골을 터뜨린 후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골을 넣고 손흥민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안아줬으나 그는 이후 노트북을 건네받아 숙소로 돌아갔다. 혹여나 손흥민이 한국 팬들의 반응에 고무되고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웠다는 것. 심지어는 “며칠 동안은 아들이 망각증이 걸렸으면 바랐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중용 받지 못하던 때엔 토트넘과 이적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직접 수뇌부를 만나 설득하며 결국 손흥민의 이적을 이끌어냈다.

항간에 아들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직도 런던에선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손흥민이 편히 쉬고 최고의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버지의 교육과 함께 빠른 성장을 거듭한 손흥민은 어느덧 세계가 주목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자신의 교육 철학 등을 담은 책을 발간하기도 한 손웅정 감독(왼쪽)은 이날도 확고한 자신만의 교육관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월드클래스’라는 평가에 대해 이날도 여전히 같은 입장을 나타내며 “강요하지 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 그는 “축구 전 부분에 있어 10%씩 더 성장하길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득점왕을 했을 때에도 ‘전성기란 내려가란 신호’라고 말했다. 단 한 번에 추락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아름답게 내려가야 한다”며 “흥민이가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지면 축구 팬들이 실망할 수 있다. (잘하는 건) 젊어서 잠깐이다. 영원한 건 없다. 거기에 도취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고향인 춘천시에서 ‘손흥민 도로’ 등에 대한 제안을 주기도 하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이 역시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유소년 축구 발전 위해 170억원 들여 축구운동장을 건립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등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자식의 대한 평가에 야박하기만 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전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런 그도 손흥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손 감독은 “어릴 적부터 어려운 곳에 가서 강한 정신력을 갖고 게으름 피우지 않아 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여태껏 표현을 한 적은 없는데 고맙다. 네 꿈을 이루고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뤄서 너한테 고맙다고 은퇴할 때쯤 되면 이 얘기는 해줄 것”이라고 끝맺음을 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