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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전 22기' 히가시우치 우승, '고맙습니다 한국'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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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전 22기' 히가시우치 우승, '고맙습니다 한국'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6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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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그저 한국이 좋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교환학생으로 왔던 한국에서 당구를 처음 접한 뒤 인생이 달라졌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드디어 가장 감격스런 자리까지 올라섰다.

히가시우치 나츠미(40)는 15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2022~2023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1(11-4 11-8 11-5 8-11 11-2)로 꺾고 프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세계챔피언이 이뤄낸 감격의 우승. 한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인생역전이었다.

히가시우치 나츠미가 15일 2022~2023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백민주를 꺾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프로당구 출범 원년 멤버인 히가시우치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2012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그를 상대하는 선수는 압박감을 느껴야 했지만 두 차례 4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첫 대회 8강, 4차 대회 4강에 이어 22번째 나선 이번 대회에선 드디어 감격의 우승을 맛봤다.

첫 세트는 15이닝까지 가는 장기전 끝에 기선 제압에 성공한 히가시우치는 기세를 올려 3세트를 내리 따냈다. 3세트엔 2-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하이런 9득점하며 세트를 가져와 우승을 예감케 했다.

4세트는 백민주에게 내줬으나 5세트 10이닝 만에 11-2로 승리하며 완벽한 우승을 이뤄내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22번째 도전 만에 PB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히가시우치(가운데)가 우승 트로피와 상금 2000만원을 받고 장상진 PBA 부총재(왼쪽), 이삼걸 하이원리조트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우승상금 2000만원과 2만점의 랭킹포인트까지 얻은 히가시우치는 시즌 랭킹도 9위에서 3위까지 끌어올렸다. 사실상 시즌 막판 열리는 왕중왕전 격의 월드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히가시우치는 플래시 인터뷰에서 직접 적은 한국어 수상소감을 읽어나갔다. 그만큼 한국이 익숙한 그였다. 프로당구 대표 친한파인 그는 인터뷰 또한 통역 없이 막힘 없이 진행할 정도다.

일본 도쿄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5년간 전공했고 2003년 교환 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해 당구를 처음 접했다. 1년 후 일본으로 귀국한 뒤엔 본격적으로 3쿠션 선수의 길에 발을 디뎠다. 히가시우치는 “만약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당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포기까지 생각했다. 이번에도 한국이 그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PBA 출범 직전에 당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프로당구가 한국에서 출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도전했다”며 “처음엔 잘 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도 힘들었다.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어서 더욱 값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글로 직접 작성한 우승 소감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히가시우치. [사진=PBA 투어 제공]

 

조력자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우승 직후 가장 먼저 박수향(LPBA) 선수가 떠올랐다”는 그는 “프로데뷔 이후 많이 친해졌고 코로나 때문에 일본과 한국을 오가기 힘들어졌을 때 수향 언니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박수향 선수가 집을 얻는 것부터 다방면으로 많이 도와줬다. 이번 대회도 본인 경기가 끝나도 계속 내 옆에 있어주며 힘을 줬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히가시우치에겐 당구 인생의 확실한 전환점이 됐다. “(세계선수권 우승 땐)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참가했었다. 운도 좋았고 여러가지 조건들이 맞아서 우승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느낀다”면서 “솔직히 이번 우승이 더 좋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 이룬 우승이어서 더 값지게 느껴졌다.

한 경기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낸 선수에게 돌아가는 웰뱅톱랭킹은 64강에서 애버리지 1.789를 기록한 일본인 동료 히다 오리에(SK렌터카)가 차지했다. 히가시우치에게도 일본 선수와 함께 가장 높은 곳에서 함께 웃을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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