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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도 강한 현대건설, 절대강자 위엄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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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도 강한 현대건설, 절대강자 위엄 [여자배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6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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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수원 현대건설의 기세가 무섭다. 주전 미들 블로커 양효진(33)의 이탈에도 연승 기록을 이어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현대건설은 15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GS칼텍스와 프로배구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8-26 25-19 29-27)로 꺾고 개막 후 13연승을 달렸다.

지난 시즌 자신들이 세운 개막 후 최다 연승(12연승) 기록을 경신했다. 양효진 없이도 백업 선수들의 활약으로 챙겨낸 승리라는 점이 더욱 값지다.

수원 현대건설 나현수(가운데)가 15일 서울 GS칼텍스전 양효진 대신 선발출전해 맹활약하며 팀의 개막 13연승을 이끌었다. [사진=KOVO 제공]

 

개막 후 12연승을 달렸으나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강성형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로 평가받는 양효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빠졌기 때문.

이는 경기력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중앙의 장벽 하나가 사라지자 현대건설은 흔들렸다. 1세트에선 높이의 열세 속 양효진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며 내줬다. 2세트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10-5 리드에서도 모마 바소코 레티치아(등록명 모마)를 앞세운 공격을 좀처럼 막아내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다.

나현수(23)가 소방수로 나섰다. 지난 5월 트레이드로 대전 KGC인삼공사에서 유니폼을 바꿔입은 그는 백업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현대건설이 12연승을 달리는 동안 그가 기록한 건 단 2득점 뿐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강 감독은 나현수가 현존 미들 블로커 중 유일한 왼손잡이라는 부분을 이용했다. 블로킹과 속공 득점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고 분위기를 탄 현대건설은 야스민 베다르트(26·등록명 야스민)의 공격력을 살려 분위기를 되찾았다. 덕분에 듀스 승부 끝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야스민 베다르트는 31득점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사진=KOVO 제공]

 

흐름을 되찾아온 현대건설은 3세트를 여유 있게 따냈고 4세트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뒤 다시 돌입한 듀스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에이스 야스민은 서브 에이스 4개를 포함해 31점으로 맹활약했고 양효진을 대신해 나선 나현수도 블로킹 4개를 합해 10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만큼은 또 다른 주전 미들 블로커인 이다현(21)보다도 존재감이 컸다.

강성형 감독의 시스템 배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올 3월 부임한 강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누구 하나가 빠지면 어떤 선수로든 대체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실제로 지난달 야스민이 어깨 통증으로 빠졌을 땐 황연주(36)가 그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그 덕에 야스민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현대건설이 연승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야스민에 대한 의존도가 작지 않지만 실제 점유율은 33.3%다. 상대 주포 모마가 이날 41점을 기록하고 올 시즌 점유율 43.2%를 보이고 있음에도 GS칼텍스가 5위에 처져 있는 걸 보면 함께 풀어가는 강성형식 배구가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 잘 나타난다.

강성형 감독(가운데)은 팀 전체가 시스템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조직화하며 현대건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지난 경기 승리를 거둔 뒤 연이은 풀세트 접전 승부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던 강 감독이지만 반대로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현대건설의 DNA로 자리잡고 있다. 이날도 양효진의 공백 속 어려운 경기가 될 뻔했지만 강 감독의 승부수 등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뒤집더니 4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현대건설은 역대 최강팀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5라운드까지 27승 3패 승점 80을 달성하며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 승점 기록을 넘어섰고 이 기간 V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에 10연승 이상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최소 경기 20승(21경기), 개막 후 최다 연승(12연승), 역대 최다 연승(15연승)도 모두 현대건설이 새로 썼다.

아쉬움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5라운드에서 조기 종료되며 우승팀 대신 1위팀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이었다.

올 시즌은 더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우선 개막 후 연승 기록은 갈아치웠다. 이젠 역대 최다 연승에 도전한다. 오는 18일 14연패 중인 최하위 광주 페퍼저축은행, 22일 3위 김천 한국도로공사, 25일 6위 KGC인삼공사를 연이어 상대한다. 2경기만 더 힘을 내면 최다 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3연승을 더 달리면 역대 최다 연승팀에 등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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