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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이영표 대신 김병지, 여론 싸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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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이영표 대신 김병지, 여론 싸늘한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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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강원FC에 꿈같은 순간을 선사했던 이영표(45)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또 다른 한국 축구의 전설 김병지(52)가 메운다.

강원FC는 15일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미디어실에서 열린 제10차 임시주주총회에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맹활약했고 K리그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레전드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15일 강원FC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앞서 2020년 12월 취임한 이영표 전 대표는 2년 임기만 채운 채 강원을 떠나게 됐다. 이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을 맡은 상황에서 강원 대표이사로 부임했는데,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대표직보다는 미디어 활동에 적극적으로 보이는 이 전임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끄는 강원은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시즌을 앞두고 최용수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고 시즌 초부터 성장세를 그리며 상위권에서 머물렀다. 결국 구단 사상 최고 타이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적극적이 미디어 활동은 구단 홍보로도 자연스레 이어졌고  스폰서 유치, 유료 관중 확대 등으로 인해 강원은 올해 K리그 구단 운영 수익률 1위에 올랐다.

그렇기에 2년 임기를 마친 이영표 전 대표와 재계약에 미온적인 구단의 태도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곧이어 김병지 대표 선임설이 돌자 축구 팬들 사이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정치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와 작별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FC와 같은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앞서 이영표 전 대표의 선임도 최문순 전 지사가 최종결정한 사안이었다. 정치적 라이벌인 최문순 전 도지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김진태 도지사가 김병지 대표를 앉혔다는 의구심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순간부터 이 같은 일이 예견됐다고도 한다.

강원FC 공식 서포터즈 나르샤는 이에 반발했고 공식 SNS를 통해 재계약을 강하게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강원도가 이 대표와 재계약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고 강원FC를 사랑하는 축구팬 모두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고 있다”며 “강원FC는 도민의 것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지사가 이번 만큼은 도민이 원하는 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영표 강원FC 전 대표이사는 구단을 최고 성적과 구단 운영 수익률 1위로 이끌었음에도 분명한 이유 없이 재계약에 실패한 채 물러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럼에도 결국 향후 2년 동안 강원FC는 김병지 신임 대표가 이끌게 됐다. 김병지 대표를 향한 반발심리도 더욱 커졌다.

여기에 김병지 KFA 부회장이 한국의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년을 준비하면서 벤투호에 염려스러운 부분이 사실 많이 있었다”며 “세계무대에서 빌드업 축구가 통할지, 이강인이 뛸 수 있을지 등의 우려가 있었다. 벤투 감독의 고집이라면 고집일 텐데 그 전략이 과연 월드컵에서 먹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많은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이 월드컵 이전 가졌던 일반적인 생각.

그러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역전승을 만들었을 땐 ‘벤투호의 뚝심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저는 좀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전에 4년간 벤투 감독이 보여줬던 선수 구성이나 선수 교체 타이밍, 전술 등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 동안에는 완전히 달랐다”며 “4년 전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안 했다고 보이는데 이번 월드컵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그대로 보여줬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화했는지 저도 사실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월드컵에서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성과를 낸 수장을 평가하는 말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의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에도 관련된 것이 아닌 영상에도 많은 비판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다.

김병지 대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61경기(72실점)에서 활약했고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데뷔해 통산 706경기 출장, 최다 무실점(229경기), 최다 연속경기 무교체 153경기 출장 등 각종 기록을 세운 전설이다.

김병지 대표는 “강원도민과 축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 좋은 성적으로 거듭나는 구단, 도민 속으로 들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구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이 대표의 석연찮은 퇴진과 맞물려 그 자리를 꿰찼다는 점,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벤투 감독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 등으로 스스로 어려운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젠 이 전 대표를 뛰어넘는 구단 운영으로 축구 팬들의 시선을 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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