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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프리카 반란, '대평준화' 시대 [카타르 월드컵 결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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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프리카 반란, '대평준화' 시대 [카타르 월드컵 결산②]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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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덜미를 잡히며 힘든 출발을 했다. 시작부터 이변이 넘쳐났던 대회였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의 화려한 ‘라스트 댄스’가 돋보였던 이번 대회의 두드러지는 특징 하나는 ‘이변’이었다. 그동안 월드컵에선 변방으로 분류됐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돌풍이 돋보였다.

그만큼 세계 축구가 평준화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4년 뒤 48개국 체제로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끓어오르는 이유다.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뤄낸 모로코. [사진=AP/연합뉴스]

 

독일과 벨기에, 우루과이. 월드컵만 나오면 16강은 밥 먹듯이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기대케하는 세계 축구의 강호지만 이번 대회에선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각각 일본과 모로코, 한국 등에 밀리며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첫 경기부터 사우디에 덜미를 잡히며 간신히 16강에 올랐고 포르투갈은 한국에, 프랑스는 튀니지에, 스페인은 일본에 각각 패하기도 했다.

카타르가 개최국으로서는 최초로 3연패하며 자존심을 구겼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국이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썼다. 이전까지 AFC 소속 국가의 단일 월드컵 최다 16강 진출은 2개국이었다.

한국은 최악의 경우의 수를 뚫고 포르투갈을 잡아내며 역대 2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영향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현장을 누빈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은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것이 이유 중 하나”라며 “특히 유럽에 기반을 둔 호주, 일본, 한국 선수들이 많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주장을 맡은 선수도 있다, 유럽 팀과 경기에서 겁먹지 않게 되고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비결을 꼽았다.

아프리카의 돌풍도 거셌다. 4년 전 러시아 대회 때는 아프리카 5개국 중 단 한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모로코와 세네갈 두 팀이 16강에 진출했다. 나아가 모로코는 16강에서 스페인, 8강에서 포르투갈을 잡아내는 돌풍을 일으키며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로 4강 진출 역사를 썼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선전에 대해 차두리 실장과 생각을 같이하며 “축구의 세계에 비밀이 없어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조별리그를 마친 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역대 최고였다. 더는 강팀도 약팀도 없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대륙에서 16강에 올랐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전술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변을 써낸 대부분 국가가 매우 수비적인 전술을 펼쳐들며 역습에 중심을 둔 플레이를 펼쳤다. 작정하고 내려선 팀을 잡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점이었다. 많은 강팀들이 이들을 상대로 여유 있게 공을 돌리며 기회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활로를 뚫어내기 쉽지 않았고 그러다가 맞은 철퇴 한 방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약팀들로선 4년 뒤 월드컵에 대한 방향성을 미리 확인한 셈이기도 하다. 반면 상대적 전력 우위에 있는 팀들은 이를 파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꺼내 들어야 할지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은 미래의 다양한 전술과 스타들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온 아프리카-아시아 돌풍이 향후 4년 동안 세계 축구계에 얼마나 더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일으킬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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