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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겨울-중동월드컵, 극명했던 명암 [카타르월드컵 결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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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겨울-중동월드컵, 극명했던 명암 [카타르월드컵 결산 ③]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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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역사상 처음 중동 국가에서 겨울에 개최된 월드컵. 시작부터 우려가 많았고 대회 내내 진통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부분도 분명했다. 명암이 극명했던 대회였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은 지난 19일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한 달 가까운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인권 탄압, 노동자 착취 문제 등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갑작스럽게 지은 경기장들의 수준과 무더위에 대비한 냉방 시스템, 오프사이드 반자동 시스템 등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루사일 스타디움. [사진=AP/연합뉴스]

 

대회 전부터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카타르가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사실상의 전제 군주국이었고 걱정대로 인권 문제가 계속됐다.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이주 노동자를 건설 현장에 많이 활용했으나 이들 중 6500여 명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아랍 전통 터번을 소재로 만든 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 ‘라이브’가 숨진 이주노동자들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퍼졌다.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도 심각했다. 미국 기자 그랜트 월은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가 담긴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입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찰했고 심지어 대회 막판 경기장 기자석에서 대동맥류 파열로 숨지며 논란을 키웠다.

카타르의 성 소수자 탄압에 반대한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이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FIFA가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사실상 금지시켜 무산됐지만 선수들의 반발심리도 상당했다. 독일 대표팀은 경기 전 입을 가렸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무언의 시위를 펼쳤다.

독일 선수들은 성 소수자 탄압에 반발하는 의미로 입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AP/연합뉴스]

 

중동의 뜨거운 여름을 피해 겨울에 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문인지 부상자도 유독 많았다. 유럽 리그는 여름에 시작해 다음 시즌 봄까지 운영되는데 시즌 도중에 월드컵을 치르게 되면서 일정이 타이트해진 영향 때문이었다.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폴 포그바(유벤투스·이상 프랑스),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세네갈) 등이 부상으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고 한국에서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이 부상을 당했으나 이를 딛고도 경기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경기만 놓고 보면 호평할 부분도 많았다. 전라남도 정도 면적인 카타르 내에서 콤팩트하게 대회가 열린 덕에 선수들이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한 경기장에서만 치르기도 했다. 다른 팀들 또한 구장 사이 거리가 멀지 않아 이동의 어려움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무더위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냉방 시스템으로 완벽히 대비했다. 잘 마련된 선수들은 한낮에도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경기를 치렀고 관중들은 추위를 호소할 정도로 선선한 기온 속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SAOT는 이번 대회 가장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다음달부터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FIFA 제공]

 

경기 내적으로는 FIFA가 이번에 본격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12개의 추적 카메라가 공,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어 오프사이드 상황이 전개되면 곧바로 비디오판독(VAR) 심판에게 알리는 SAOT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대회 개막전에서 킥오프 3분 만에 결정적인 오프사이드를 잡아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에서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의 2번째 득점 때 부심은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으나 SAOT에 의해 온사이드로 판명나며 골이 인정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는 SAOT를 다음달 말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하는 등 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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