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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 CG 호평, 한국인 손길 닿았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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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 CG 호평, 한국인 손길 닿았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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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13년 공백 지우기에 성공했다. 월드와이드 흥행 1순위에다 국내 외화 중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은 전작보다 더욱 빠른 속도다. 성탄절 연휴인 지난 주말에는 이틀 만에 무려 150만명 넘게 아바타2를 관람했다.

아바타2를 향한 호평 중심에는 압도적인 CG 퀄리티가 있다. 작품 속 물 99%가 CG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듣는다면 인간의 시각이 더이상 현실과 가상을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이에는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시리즈, '어벤져스', '아이언맨3' 등에 참여한 VFX 스튜디오 웨타FX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 보면 한국인 스태프의 숨결까지 확인해볼 수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아바타2 CG 전반을 관리한 최종진 CG 수퍼바이저와 가상 캐릭터 제이크 설리, 키리, 토나와리에게 사실감 있는 표정을 불어넣은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셰이프 아티스트. 웨타FX의 한국인 스태프들이 전하는 아바타2 이야기를 지난 2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들어봤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제임스 카메론과의 작업, 한마디로 '행운'

13년 전 등장한 '아바타'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영화 내 CG 영역을 확장시킨 것은 물론, CG가 단순한 수단을 넘어 심미적인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최종진, 황정록도 아바타를 처음 본 순간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당시 웨타FX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VFX 스튜디오 ILM에 몸 담았던 최종진은 "ILM도 아바타 일부 작업에 참여했던 터라 스튜디오 설립자인 조지 루카스 감독님 별장에서 모든 직원이 모여 영화 시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극장을 나서는데 직원 모두가 엄청난 분량의 CG와 퀄리티, 스테레오 기술 등에 놀라 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두 사람은 아바타2를 통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최종진은 앞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CG 참여를 위해 웨타FX로 발을 들였고, 미국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의 작업을 이어오던 황정록은 이번 작업을 위해 뉴질랜드로 거주지까지 옮기며 웨타FX에 입사했다.

최종진 CG 수퍼바이저(왼쪽),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셰이프 아티스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종진 CG 수퍼바이저(왼쪽),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셰이프 아티스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땐 엔딩 크레딧 속 제 이름을 보고 아내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이들도 제가 무슨 영화에 참여하는지 관심있게 봐줬죠.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까 어느샌가 그냥 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아바타2에 참여한다고 하니 다들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도 소식을 들으셨으면 기뻐하셨을 거라 생각해요."(최종진)

최종진은 제임스 카메론과의 작업이 오롯이 기술과 비주얼에 집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CG 퀄리티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예산 제약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제약이 없었던 것은 예산 뿐만이 아니었다. CG 작업 기간 역시 다른 작품에 비해 약 1년 정도 긴 2년이 소요됐다.

황정록 또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과 작업하게 된 건 큰 행운"이라며 "(예산, 시간에) 작업의 질을 타협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정말 만나기 힘든 작업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 최고의 작업물을 목표로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감독님에게 존경을 표현한다"고 공감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수평적인 작업 방식도 인상 깊었다고.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가지고 감독님과 피드백을 나눴다. 이러한 수평적인 자세로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13년 만 후속작이 탄생한 과정

모든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높은 CG 기술 이해도를 갖고 있기에 가능했다. 최종진은 "CG 수퍼바이저인 저보다 아시는 게 많다"고 감탄했다. 이어 "정확한 디렉션에 꼼꼼하신 편이라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예상할 텐데, 실질적으로는 큰 수정 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독님이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쓰시기도 하지만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영화로서 가지는 스토리텔링, 시네마토그래피 등 큰 그림을 더 많이 보시는 분"이라며 "영화의 재미에 중점을 두시기 때문에 제가 좋아한 작업도 한 샷 한 샷이 아름다울 지언정 영화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편집과정에서 수백 샷이 빠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제외된 장면은 수중 추격 신이다. 작업자로서 아쉬운 결과지만 영화의 질을 위해서 감내할 부분이었다.

배우의 표정과 가상 캐릭터 나비족을 연결하는 중요 역할을 한 황정록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으로부터 '호랑이 얼굴'이라는 힌트를 얻었다. 그는 "감독님의 상상력과 방향성을 제시받으면서 놀라움을 느꼈다"며 "작업에 앞서 모든 배우의 얼굴 표정을 미리 만들게 되는데,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배우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싱크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나비족은 인간보다 눈이 크고 동물의 코를 하고 있기에 퍼포먼스 캡처된 배우의 얼굴을 바로 적용하면 밋밋한 느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제이크가 분노하는 경우 호랑이 레퍼런스를 사용해서 가이드 셰이프를 줬다. 호랑이가 화를 낼 때 코와 미간 사이가 얼마나 깊이 파이는지 등을 연구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키리(왼쪽), 시고니 위버.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70대인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14세 키리를 표현하는 경우 시고니 위버의 젊은 시절 가이드 셰이프가 사용됐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으나 젊은 시절의 가이드 셰이프를 연구하는 과정이 있기에 키리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다.

황정록은 "모든 사실적 표현은 배우들에 관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표정 데이터와 가이드 셰이프를 모아서 한 캐릭터의 시스템이 완성된다. 이것이 퍼포먼스 캡처와 어우러져 성공적인 페이셜이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최종진은 "CG에는 주요 장면인 히어로 샷과 히어로 샷을 연결하는 필러 샷이 있다. 그런데 아바타는 모든 샷을 공들여서 필러 샷이라고 할 게 없다"고 전했다.

황준록은 "가상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표정 연기를 신경 써서 봐주셨으면 한다. 새로운 비주얼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이니 극장으로 오셔서 판도라의 가상 공간을 110% 즐기셨으면 한다"고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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