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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값'하는 전성현, 슈퍼스타 탄생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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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값'하는 전성현, 슈퍼스타 탄생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2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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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생팀 고양 캐롯의 선전. 무게감이 떨어지는 전력에도 5할 승률을 사수할 수 있는 데엔 김승기(50) 감독과 전성현(31) 효과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히 캐롯에서 슈퍼에이스로 떠오른 전성현이 눈길을 끈다.

캐롯은 27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경기 막판 박지훈의 원맨쇼에 당하며 82-84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팀 패배에도 전성현은 누구보다 빛났다. 이날도 3점슛 5개를 꽂아 넣으며 23점을 폭발했고 놀라운 기록도 함께 세웠다.

고양 캐롯 전성현이 27일 안양 KGC인삼공사전 23점을 폭발하며 국내선수로는  20년 만에 9경기 연속 20득점 이상 기록을 세웠다. [사진=KBL 제공]

 

중앙대를 거친 189㎝ 포워드 전성현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김승기 감독 지도 하에 꾸준히 성장하던 그는 상무에 다녀온 뒤 리그 정상급 슈터로 거듭났다.

KGC에서 우승도 경험하며 리그 최고 슈터로서 가치를 높인 전성현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신생팀 캐롯은 김승기 감독을 선임했고 그의 첫 영입은 애제자 전성현이었다.

이대성이 떠나고 리빌딩을 택했지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고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을 적임자로 꼽았다. 캐롯은 보수총액 7억5000만원을 주고 전성현을 데려왔다. 김선형(서울 SK·8억원)에 이어 리그 연봉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뛰어난 슛 감각을 지녔지만 과연 선수층이 얇은 캐롯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였으나 뚜껑을 열자 전성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세근, 변준형 등 화려한 스타들이 많았던 KGC와 달리 캐롯에선 독무대가 깔렸고 전성현은 주인공을 자처하며 한층 더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이날 전성현은 의미 깊은 기록을 세웠다. 9경기 연속 20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프로농구 25년 역사에 국내 선수 중엔 단 6명만 가진 기록이다. 최근 기록은 20년 2002년 서장훈이 마지막이었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초창기인 1999년부터 2002년까지 22경기, 18경기, 14경기, 11경기, 10경기, 9경기 등 다양한 연속 20득점 경기를 펼쳤다. 문경은 KBL 본부장, 김영만 원주 DB 코치와 현주엽, 조성원 전 창원 LG 감독들만이 이 기록을 갖고 있다.

선수들의 질이 하락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수비 전술 발전과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20년 동안 이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벌써 100개 이상 3점슛을 적중시킨 전성현은 단일시즌 3점슛 200개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KBL 제공]

 

과거보다 3점슛 거리가 더 멀어졌다는 걸 고려하면 득점기계 전성현의 활약에 새삼 더 눈길이 간다. 전성현은 KGC전 3점 5개를 적중시키며 개막 후 역대 최단기간인 25경기 만에 세 자릿수 3점(102개)도 달성했다. 종전엔 2000~2001시즌 조성원 전 감독의 26경기(103개)가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그렇다고 난사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의 올 시즌 3점 성공률은 무려 44%다. 순도 또한 매우 높다. ‘3점슛의 대가’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판 커리의 통산 3점슛 적중률이 42.8%니 얼마나 매서운 손끝 감각을 보여주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전성현은 프로농구 최다 연속 경기 3점 성공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66경기 연속 3점을 넣은 전성현은 ‘역대급’ 3점 슈터의 길을 걷고 있다. 

평균 20.1점을 넣고 있는 전성현은 자밀 워니(서울 SK·23.8점)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가 득점 순위에서 5위 안에 든 건 2010~2011시즌 문태영(22점)의 2위가 마지막이다. 토종 선수의 득점왕도 2009~2010시즌 문태영(21.9점) 이후 없었다. 전성현은 13년 만에 토종 득점왕에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귀화 선수 등을 빼면 단 한 번도 없었고 20점 이상 시즌을 보낸 선수도 2007~2008시즌 방성윤, 2004~2005시즌 서장훈(이상 22.1점) 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5경기에서 102개의 3점을 넣은 전성현은 산술적으로 220개를 성공시킬 수 있다. 프로농구 역사상 단일 시즌 200개 이상 3점슛을 넣은 선수는 전무했다. 우지원 전 국가대표팀 코치, 문 본부장이 2003~2004시즌 각각 197개, 194개를 성공한 게 최다 기록. 그러나 이마저도 마지막 경기에서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각종 꼼수로 인해 21개, 22개를 몰아치며 세웠던 기록이어서 제대로 인정을 받긴 어려웠기에 전성현의 행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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