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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김가영, 할머니께 바친 마지막 선물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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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김가영, 할머니께 바친 마지막 선물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05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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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제 ‘포켓볼 여제’ 이미지는 완전히 지워졌다. 김가영(40·하나카드 원큐페이)은 3쿠션 무대에서도 따를 이가 없는 절대자에 등극했다. 특별한 사연이 그의 우승을 더욱 의미 깊게 만들었다.

김가영은 4일 경기도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2~2023시즌 PBA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예은(24·웰컴저축은행 피닉스)을 3시간에 걸친 풀세트 접전 끝 4-3(11-8 5-11 11-9 4-11 11-7 7-11 9-5)으로 꺾었다.

전인미답의 경지인 통산 5번째 정상. 이미래(TS샴푸·푸라닭 히어로즈) 임정숙(크라운해태 라온·이상 4회)와 격차를 벌리며 LPBA 최다 우승자로 올라섰다.

김가영이 4일 2022~2023시즌 PBA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예은을 잡아내며 통산 최다우승자(5회)에 등극한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PBA 투어]

 

포켓볼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서는 등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는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3쿠션 세계에 뛰어들었다. 3쿠션으로 당구에 입문했고 이벤트성 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전문 선수의 길은 또 달랐다.

첫 시즌 64강에서도 탈락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김가영은 6차례 도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남다른 당구 DNA를 자랑했다. 이후 누구보다 꾸준했다. 2021~2022시즌엔 LPBA 월드챔피언십 포함 2회 우승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4차 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더 놀라운 건 꾸준함.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엔젤스)와 김세연(휴온스 레전드)이 64강, 김보미(NH농협카드 그린포스)와 이미래가 32강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김가영은 달랐다. 이번 대회는 물론이고 올 시즌 5차례나 4강에 올랐다. 지난 시즌부터 단 한 번도 ‘죽음의 서바이벌’ 무대에서 탈락하지 않고 모두 16강 이상 성적을 거뒀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흐름을 뒤집는 김가영(가운데). [사진=PBA 투어]

 

첫 두 시즌을 포함해도 25차례 정규투어 대회에서 23차례나 토너먼트 진출, 생존률은 무려 92%에 달한다.

확실한 동기부여도 있었다. 대회 도중 조모상이 겹친 것. 온전히 빈소를 지키지 못한 김가영은 유독 어두운 표정과 함께 애도를 표하는 상주 머리핀을 꽂고 경기에 나섰다. 결승 진출 후 김가영은 “평소에 친할머니께서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시고 경기도 빠짐없이 보시면서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항상 큰 힘을 받으며 경기를 잘 할 수 있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경기 준비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1세트 7이닝까지 연속 득점에 성공했던 김가영은 이후 7이닝 연속 공타에 그치더니 15이닝 행운이 섞인 3득점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 세트씩 치고 받으며 끝까지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5세트 행운의 득점 등이 겹치며 흐름이 김예은에게 넘어간 3-7에선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하이런 8득점, 위기를 넘기고 분위기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7세트에서도 김예은의 끈질긴 추격에도 김가영은 결국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냈다.

이번 대회 조모상이 겹쳤던 김가영은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에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그는 "이 트로피를 할머니를 위해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PBA 투어]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김가영은 “우승해도 잘 안 우는데 저희 가족이 항상 결승전에 와주시는데 오늘은 못오셨다”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늘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주시던 할머니께서 하늘나라에 가셨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제대로 해드린 게 없는 것 같다. 오늘만큼은 이 트로피를 할머니를 위해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우승자 등극 이상으로 할머니 영전에 우승트로피를 바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김가영은 위닝샷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기보다는 감정을 억누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한 그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하고 오열했다.

이미 누적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있던 김가영은 2000만원을 추가하며 누적 1억9945만, 2억원을 바라보게 됐다. 

1999년생 토끼띠로 388일 만에 결승에 나선 김예은은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더불어 김예은은 64강 서바이벌에서 에버리지 1.600를 기록하며 한 경기에서 최고 기록을 낸 선수에게 돌아가는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까지 수상했다. 아쉬움은 남았으나 준우승 상금 600만원에 이어 200만원을 추가로 손에 넣은 그는 올 시즌 최고성적을 경신하며 기분 좋게 새해를 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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