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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고 탄성 뱉고, 아바타2보다 생생한 ‘슬램덩크’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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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고 탄성 뱉고, 아바타2보다 생생한 ‘슬램덩크’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1.1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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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뜨거운 코트를 가르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생생한 숨결은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경험이었다.

1990년대 돌풍을 일으킨 만화 '슬램덩크'가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탄생했다. 20대 시절 슬램덩크를 연재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중견 작가가 됐고 슬램덩크에 푹 빠져 만화방을 들락 거리던 청년들도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시간의 흐름은 이들의 위치를 바꿔놓았지만 추억만큼은 고스란히 향수로 남았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이번 작품은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채치수, 정대만이 고교 농구 최강 산왕공고의 벽을 넘는 만화 내 마지막 경기를 그린다. 여기에 만화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송태섭의 서사가 전개된다. 슬램덩크의 주연이었던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주연과 조연 사이에 놓여있던 송태섭의 속내다. 그렇기에 슬램덩크가 생소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슬램덩크에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오로지 농구를 향한 열정과 끈기만 가득하다. 각 인물의 서사는 "농구가 하고 싶다"는 목표로 이어진다. 그래서 특별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스포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가 아닌 스포츠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활기를 불어넣는지 보여준다. 이는 월드컵을 보며 축구 선수의 공을 따라 눈을 굴리고 손에 땀을 쥔 기억과 닮아있다.

몇 분간 진공 상태가 되는 클라이맥스가 그렇다. 관객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스크린에 빠져들게 된다. 순간 객석은 부스럭 거림도 없이 고요해지고 관객들도 긴장감으로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느껴진다. 모두가 한 마음이 돼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정적은 꽤 긴 시간동안 오로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작품 속 심장 박동 소리로만 채워진다. 네트 안으로 공이 떨어지고 버저비터를 완성한 강백호와 서태웅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명장면이 펼쳐질 때 비로소 객석 곳곳에서 숨통을 트는 작은 탄성이 들려온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가 끝나고 곧바로 객석을 떠나는 관객은 없었다. 쿠키 영상의 영향도 있지만 다들 여운에 잠겨 자리를 뜨지 못하거나 들뜬 목소리로 함께 온 친구, 가족,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엔딩이 다른 영화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관객들의 데시벨에 있다. 이들은 하나의 스포츠 경기를 보고 난 뒤 소감을 나누는 것처럼 큰 소리로 감탄을 내뱉곤 했다. 그럴 때면 객석 곳곳엔 낯선 이의 공감 가득한 웃음이 터졌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작품과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의 공감이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NEW 제공]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아바타: 물의 길' 이상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아바타2가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평면적인 2D를 넘어 낯선 옆 사람과 호흡을 함께하고 공의 움직임과 선수의 움직임에 긴장하는 공기를 느끼는 4D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느낀 스포츠 경기 못지 않은 경험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이는 OTT로, TV로 감상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며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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