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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록'서 웃은 양효진, 현대건설 난세영웅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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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록'서 웃은 양효진, 현대건설 난세영웅 [여자배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11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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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김연경(35·인천 흥국생명)과 양효진(34·수원 현대건설).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지만 치열한 선두 경쟁을 위해선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만 했다. 양 팀 사령탑이 가장 경계한 것도 둘이었다.

11일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이 펼쳐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여기 전에도, 후에도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단연 양 팀의 슈퍼에이스였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승부는 결국 풀세트로 향했고 마지막에 웃은 건 양효진이었다. 세트스코어(30-28 25-20 16-25 21-25 15-11), 159분간 진행됐던 경기, 팀의 간판인 둘이 맞붙은 라이벌전은 매 세트가 하이라이트였다.

수원 현대건설 양효진(왼쪽에서 4번째)이 11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워 스파이크를 꽂아넣고 있다.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현대건설은 3라운드 1-3으로 흥국생명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기록적으론 부족했다기보다는 범실이 많았다”며 “문제점이 있다기보다는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는 잘 막았지만 김연경이 워낙 컨디션이 좋았다. 그렇게 핑계를 대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경 흥국생명 감독 대행이 가장 경계한 건 대체불가 미들블로커 양효진. 그는 “현대건설은 높이도 좋고 양효진이 풀리면 어려워진다”며 “때려서 흔들고 윙쪽으로 가게 만들어 경기를 풀어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양효진에게 갈 기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었다.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이 빠져 있는 건 3라운드와 같았다. 양효진은 복수극을 위해서, 김연경은 갑작스런 감독 경질로 인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팀을 살리기 위해 어깨가 무거워졌다.

1,2세트 김연경이 주춤하는 틈을 타 양효진이 매서운 기세를 떨쳤다. 1세트에만 블로킹 2개 포함 홀로 10점을 올린 양효진은 2세트까지 14점, 공격 성공률 61.11%를 기록했다. 양효진을 막겠다는 김 대행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현대건설이 손쉽게 경기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울 때 영웅이 등장했다. 김연경은 본격적으로 공격 비중을 높였다. 3세트 8점, 무려 공격성공률 72.73%로 현대건설을 폭격했다. 4세트에도 7득점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다.

양효진(오른쪽)이 팀 동료들을 다독이고 있다.

 

5세트 김연경은 두 차례 공격을 모두 성공시켰으나 행운의 여신은 현대건설을 향해 미소지었다. 흥국생명의 연이은 불운은 현대건설의 득점으로 이어졌고 결국 승점 2를 챙겼다. 끈질긴 추격을 받았지만 현대건설은 19승 2패, 승점 53으로 2위 흥국생명(승점 48)과 격차를 미세하게 더 벌렸다.

양효진은 블로킹 4개 포함 21득점, 김연경은 블로킹 하나 포함 24득점. 기록은 물론이고 클러치 능력까지 고려했을 때 누구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경기였다. 그럼에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승리를 챙긴 양효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양효진은 “5세트까지도 긴박한 승부가 펼쳐져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며 “상대가 워낙 강해 선수들끼리 끝까지 끈기 있게 한 게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흥국생명 감독 경질 원인이 되기도 한 김연경과 옐레나를 전위에 함께 배치하는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옐레나나 연경 언니를 늘 잡아야 해서 항상 힘들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태극마크를 반납할 정도로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양효진이지만 올 시즌에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미들블로커임에도 득점은 전체 9위(299점), 오픈(45.14%)과 속공(59.52%) 성공률은 1위, 시간차(55.17%)는 김연경(61.67%)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세트당 블로킹(0.743개)도 한수지(서울 GS칼텍스·0.788)에 이어 2위다.

양효진과 김연경 등이 떠난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팀 복귀 생각은 없을까. 양효진은 “그냥 웃겠다. 죄송하다. 은퇴를 선언했고 선수들이 내 생각엔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센터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응원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잘하고 있고 리그에서도 (기량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후배들을 존중하는 마음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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