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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7패’ 안겼던 ‘천적’ 넘고, 전영오픈 정복한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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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7패’ 안겼던 ‘천적’ 넘고, 전영오픈 정복한 안세영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3.2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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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한 경기 뛰고 예선 탈락했는데 정말 창피했어요. 천위페이(중국)와 처음 만났었죠. 국가대표로써 진짜 이대로 이렇게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창피해서 (그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해야겠다(결심했어요)…쉬는 날에도 런닝을 하던 배드민턴을 치던 해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안세영(21·삼성생명)이 이번 달 초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 한 말이다. 지난 19일(한국시간) 2023 전영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의 뒤에는 눈물겨운 노력과 거듭된 훈련이 있었다. 안세영은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7년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최연소로 통과해 국가대표에 선정됐다. 2018년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에서 4경기 전승으로 대표팀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는 등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천위페이와 맞붙으면 족족 졌기 때문이다. 첫 아시안게임 무대였던 2018 자카르타 대회에서는 32강에서 완패했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8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7월 2022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천위페이에게 이겼다. 오로지 노력 끝에 나온 7전 8기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천위페이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지난해 9월 HSBC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예선에서는 0-2로 완패했다.

안세영이 19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은 후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안세영이 19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은 후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안세영이 올해 천위페이를 2번 만나 모두 이겼기 때문.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준결승에서 이기더니 전영오픈 결승에서도 대등한 승부 끝에 또 한 번 꺾었다. 이번엔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안세영(세계랭킹 2위)은 이날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천위페이(세계랭킹 4위)에 2-1(21-17 10-21 21-19)로 이겼다.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맞아 1세트를 따내면서 먼저 앞서 나갔지만 2세트를 손쉽게 내줬다. 안세영은 3세트에서 1-0에서 무려 59번의 샷이 나오는 긴 랠리 끝에 득점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는 줄곧 앞서 나갔고 17-20에서 19-20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강력한 중앙 스매싱 공격으로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안세영은 이 대회 세 번 도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 출전한 2020년에는 32강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지난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인도네시아오픈을 차례로 돌며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를 품은 기세를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다. 준결승에서는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타이쯔잉(대만·세계랭킹 3위)을 2-1(17-21 21-19 24-22)로 눌렀다.

안세영은 경기 뒤 “엄청나게 행복하다. 모든 경기에서의 경험이 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며 “내 커리어에 역사적인 순간이고 내가 성장할 기회다”라고 말했다.

안세영이 19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은 후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안세영이 19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은 후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영오픈은 1899년 창설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중 최고 단계인 수퍼 1000 대회 중 하나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125만달러(약 16억2500만원)이다. 단식 우승은 8만7500달러(약 1억1300만원), 복식은 9만2500달러(약 1억2000만원)이다.

한국선수들끼리 맞붙은 여자복식 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6위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 조가 세계랭킹 20위 백하나(MG새마을금고)-이소희(인천국제공항) 조를 누르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7년 장예나-이소희에 이후 6년 만에 이 대회 여자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 조는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중국)에 1-2(16-21 21-16 12-21)로 져 은메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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