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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무라카미, 일본판 '베이징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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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무라카미, 일본판 '베이징 이승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3.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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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게 바로 야구의 묘미다. 이렇게 못 칠 수가 있나 싶던 최고 타자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 영웅으로 우뚝 섰다.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멕시코전 9회말 무사 1,2루에서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끝내기 안타로 일본에 6-5 역전승을 안겼다.

한국 야구팬들에겐 2008 베이징 올림픽의 김경문 감독과 이승엽 스토리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풀리그부터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은 4강 한일전 8회말 극적인 투런포를 날리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은 바 있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믿음이 빚어낸 하이라이트였다.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포효하는 무라카미. [사진=AFP/연합뉴스]

 

무라카미도 판박이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첫 5연타석 홈런을 날린 슈퍼스타다. 일본프로야구(NPB) 사상 최연소로 통산 150홈런에 도달했고 전설적인 거포 마쓰이 히데키 이후 20년 만에 일본인으로는 50홈런도 쳤다. 역대 일본인 단일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도 그의 것이다.

그런데 무라카미의 조별리그 4경기 성적은 타율 0.143(14타수 2안타) 7삼진. 한 두 수는 전력이 처진 상대(한국, 호주, 체코)를 만난 1라운드라 충격적이었다. 

지난 시즌 무라카미의 지배력은 KBO리그로 치면 1994년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 2015년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의 그것을 넘는다.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 WRC+가 무려 230을 상회했다. 그러니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대표팀 감독도 무네타카를 중심타선에서 빼지 않았다.  

다만 워낙 안 맞다보니 4번이 아니라 요시다 마사타카와 바꿔 5번에 배치했다. 3루수로 출장한 무라카미는 9회말 전 4타석에서 3삼진, 내야 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다. 심지어 수비에서도 평범한 땅볼을 더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4-5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장난처럼 무라카미 앞에 찬스가 왔다. 오타니 쇼헤이의 2루타, 요시다의 볼넷으로 역전 주자가 생겼다. 보내기 번트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리야마 감독은 강공을 지시했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강력한 타구로 스승의 신뢰에 보답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구리야마 감독은 "아마도 무라카미가 '팀에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WBC에서 무라카미가 '세계를 놀라게 할 타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대회 내내 무라카미에게 '마지막에는 네 덕에 이겼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무라카미는 이번 대회 내내 빈타에 허덕였다. [사진=AP/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일본이다. 잘 던지던 선발 사사키 로키가 4회초 루이스 우리아스로부터 선제 스리런포를 맞고 끌려갔다. 요시다의 동점포로 균형을 이루자마자 8회초 2점을 줘 패색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8회말 1점을 따라붙고 9회말 기어이 뒤집기에 성공했다. 완벽한 야구선수 오타니가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멕시코는 한 이닝을 못 버텨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조별리그에서 미국을 대파한데다 8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푸에르토리코마저 꺾고 이번 대회 중심으로 거듭났던 신데렐라 스토리에 마침표가 찍혔다. 1번타자 좌익수 랜디 아로자레나의 공수 맹활약, 오타니 동료인 선발 패트릭 산도발의 역투는 팀이 패배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WBC 1‧2대(2006‧2009) 챔피언 일본은 4회(2017) 우승국인 디펜딩챔피언 미국과 결승에서 다툰다. 장소는 4강 장소와 같다. 플레이볼 시간은 22일 오전 8시.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항전서 적으로 만나는 드라마가 성사돼 스포츠팬들을 흥분시킨다.

결승전에서 다르빗슈 유, 오타니를 붙여 등판시킬 일본이 전력 면에서 미국에 결코 뒤질 게 없어 보인다. 이미 빅리그에서 검증된 이들이 무키 베츠, 트라웃, 폴 골드슈미트, 놀란 아레나도 등 초특급 아메리칸 타자들을 상대로 어떤 피칭내용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국의 최근 맞대결은 2017년 WBC 4강이었다. 당시 미국이 일본을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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