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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된 오타니 VS 트라웃, 찬란한 야구 드라마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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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된 오타니 VS 트라웃, 찬란한 야구 드라마 [WBC]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3.2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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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23년 야구는 이 장면 하나로 끝났다. 지금까지의 숱한 그 어떤 드라마틱한 장면보다 극적이었고 감동적이었으며 불꽃처럼 뜨거웠다. 야구의 대서사가 가장 멋진 장면으로 완성됐다.

상상을 넘어선 현실이 야구에서 일어났다.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마운드에 서고 동시에 메이저리그 현역 최강타자 마이크 트라웃(미국)이 타석에 들어서는, LA에인절스에서 동료로 뛰어 결코 성사될 수 없었던 ‘꿈의 대결’이 마침내 이뤄졌다.

일본과 미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열린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 일본이 3-2로 앞선 9회 오타니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경기장은 미치도록 달아올라 있었다. 미국 공격이 9번 타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오타니와 트라웃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표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표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트라웃은 2011년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3번이나 차지했다. 올스타 10번, 실버슬러거 9번을 받은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타자다. 오타니는 일본 닛폰햄 파이터스를 거쳐 2018년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투타에서 모두 활약하는 만화 같은 활약으로 세계 야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8년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받았고 2021년에는 만장일치로 리그 MVP를 받았다.

MLB닷컴도 대회를 앞두고 2023 WBC에서 펼쳐질 수 있는 주목할 만한 ‘꿈의 대결’에 오타니와 트라웃의 맞대결을 선정했다.

오타니는 선두타자 제프 맥닐(뉴욕 메츠)을 볼넷으로 내주면서 흔들리는 듯 했으나 무키 베츠(LA다저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이후 펼쳐진 장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하고 우승컵을 든 채 감격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하고 우승컵을 든 채 감격해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WBC 결승전, 1점 차의 긴장감 넘치는 스코어, 정규이닝의 마지막 대결. 그리고 신기하게 그 자리는 오타니와 트라웃이 동시에 채우고 있었다.

최고의 선수가 맞붙은 장면은 경이로웠다.

오타니는 시속 100마일(약 161km)의 강속구를 뿌렸고 트라웃은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볼카운트 1-0에서 시속 100마일 공에 트라웃은 헛스윙했다. 볼카운트 2-1에서 오타니가 다시 한번 100마일 공을 던졌고 트라웃은 다시 방망이를 헛돌렸다. 오타니가 5구째 시속 102마일(약 164km)짜리 볼을 던져 볼카운트는 풀카운트.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표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표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둘 다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승부에서 오타니는 시속 87마일(약 140km)짜리 스위퍼(큰 각도의 슬라이더)를 트라웃의 바깥쪽으로 던졌다. 트라웃의 방망이는 돌아갔지만 헛스윙. 파울 하나 나오지 않은 채 경기는 끝났다.

오타니 승리이자 일본 대표팀의 WBC 통산 3번째 우승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양손은 벌리고 포효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오타니는 경기 뒤 “트라웃과 마지막에 대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의 WBC 결승전. 미국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삼진 아웃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의 WBC 결승전. 미국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삼진 아웃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물론 이 대결에 ‘시나리오’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원래 대결이라면 일본과 미국은 4강에서 맞붙어야 하는 게 애초 일정이었다. 조별리그 B조 1위 일본이 A조 2위 이탈리아를 8강에서 넘어 준결승에 진출하고, C조 2위인 미국이 D조 1위 베네수엘라를 꺾고 준결승에 오르면 두 팀의 대결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직위가 대회 도중 은근슬쩍 규정을 바꿨다. 일본과 미국이라는 빅매치를 통해 대회 흥행을 더 불 지피기 위해서였다. 결국 일본은 준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꺾은 멕시코를 만났고 미국은 호주를 꺾은 쿠바와 맞대결했다.

대회 권위를 깎아먹는다는 지적도 일었으나 결과적으로 조직위의 규정 변경은 올해 WBC 최고의 장면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오타니의 이날 등판도 원래라면 이뤄질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개막전 등판을 위해 조별리그와 8강전까지만 등판하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타자로만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결승에 오르자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24일 팀에 복귀하는 오타니가) 21일 통상적이라면 불펜으로 던지는 날”이라며 불펜 투수로 나서는 건 허락했다.

오타니와 트라웃은 6년째 같은 팀에서 뛰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은 없다. 심지어 포스트시즌 근처도 가지 못했다. 먼저 우승을 맛본 건 오타니였다. 일본은 2006년과 2009년 우승에 이어 14년 만에 WBC 정상을 되찾아왔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단연 오타니의 몫이었다. 그는 투타 겸업으로 대회 내내 활약했다. 투수로 3경기 9⅔이닝을 던지면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타자로는 지명타자로 나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34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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