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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눈물겨운 슬럼프 회복 과정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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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눈물겨운 슬럼프 회복 과정을 보면서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5.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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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14시즌, 추신수는 5월 한때 6할 타율을 몰아치기도 했지만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보였다. 반등을 기대했던 7월은 상상을 초월했다. 20일까지 최근 15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출루율 2할8푼8리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 와중에 시즌 타율은 2할3푼6리, 출루율은 3할5푼4리까지 처졌다. 6월부터 본격적인 슬럼프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8월에 이르러 구단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보이지 않자, 추신수를 부상자 명단에 올리며 수술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추신수는 왼쪽 팔꿈치와 발목 두 곳에서 오는 통증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팀을 위해 묵묵히 경기에 출장했지만 부상에서 오는 타격 밸런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타격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신체에서도 때때로 슬럼프 현상이 오는데 부상을 가지고 좋은 컨디션을 바란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추신수는 2014년 8월26일 시즌 도중에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기 위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조기에 시즌을 끝내야 했으며 8월30일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추신수는 4월 2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루 베이스를 밟던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쳤다. 이 부분도 정비하기 위해 왼쪽 발목 수술을 9월18일 받았다.

두 번의 수술은 시차를 두고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리하여 신체에 나타난 뼛조각은 말끔히 정리됐다.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은 착실하게 진행됐다. 이런 일련의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2015년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잃어버린 타격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부진의 늪은 깊어서 1할대 타율을 밑돌기까지 했고 '먹튀' 논란까지 점화됐다. 지난 시즌 부상을 꾹 참고 개인 성적을 버리면서까지 팀을 위해 희생했지만 부진의 터널은 길고 고단했다.

추신수는 5월6일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하여 5타수 1안타(2루타) 1득점을 기록했다. 5월1일부터 5월5일까지 5경기 연속 2루타 행진을 하며 서서히 타격감각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10일까지 1할 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타율을 올리는 방법은 안타를 몰아치는 타법을 해야만 한다. 도무지 걷힐 것 같지 않던 검은 먹구름사이로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 한 것은 5월10일부터였다. 2안타, 3안타씩 몰아치는 폭발력을 발휘하자 먹구름은 서서히 물러갔다. 드디어 2할 대에 진입 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추신수는 지난 24일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원정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2안타를 휘두르며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4타점을 쓸어 담았다. 26일(한국시간) 현재 타율 0.237을 기록 중이다.

추신수의 흐름을 보더라도 타격은 매우 어려운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어떠한 조언도 먹히지 않는 이상한 현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슬럼프에는 백약이 무효가 된다. 어느 대타자도 슬럼프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슬럼프를 어떤 식으로 빨리 극복하느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슬럼프에 들어서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불안과 초조가 동시에 작용하며 자신감도 잃게 된다. 이러면서 타격 폼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어그러진다. 좋지 못한 현상들이 연합되어 극복하는데 매우 힘들며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된다.

역시 좋은 타자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슬럼프를 극복해 낸다는 점이다. 추신수도 훌륭한 타자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슬럼프를 극복하는 모습에서 증명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극복하는 모습에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추신수의 고난의 시절을 보면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야구가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는 타격이 어디 있는가,

추신수는 1년여 기간의 슬럼프를 겪으면서 심히 흔들렸을 텐데 내색하지 않으며 꼿꼿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참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생각된다. 선수 생명의 극단적인 갈림길에 놓일 뻔 했다. 이런 와중에 추신수를 아끼는 국내 팬들은 한국에 오기를 바라는 경우도 늘어났었다.

이런 무서운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천문학적 고액 연봉과 부상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일 것이다. 다행히 추신수는 이 모든 어두운 그림자들을 뒤로 물리고 경쾌한 행보를 하고 있다. 힘든 고난들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추신수 선수의 새로운 행보를 응원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하자.

tiger77@ti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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