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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자오즈민 아들, 마침내 유럽 정복한 그 이름 안병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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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자오즈민 아들, 마침내 유럽 정복한 그 이름 안병훈이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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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6년전 US아마추어골프 최연소 우승…3년의 2부투어 거쳐 유러피언 투어 첫 승 감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잊혀졌던 골프천재, 그리고 한중 탁구스타 커플 안재형(50)-자오즈민(52)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까지 모두 뗐다. 이제 골프선수 안병훈(24)이라는 존재감있는 자신의 이름만 남았다. 자신의 첫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우승이라는 기록 하나만으로.

안병훈이 유러피언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성공시대 첫 막을 열었다.

안병훈은 25일(한국시간) 영국 서레이 버지니아 워터에 위치한 웬트워스 클럽 웨스트 코스(파72, 7302야드)에서 끝난 2015 BMW PGA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유로, 우승상금 83만3330유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자신의 통산 첫 승을 달성했다.

2008년 이 대회 우승자인 골프 특급스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와 통차이 자이디(태국) 등을 6타차로 제친 통쾌한 승리였다.

이와 함께 안병훈은 자신의 프로 첫 승까지 신고했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안병훈은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유럽 2부투어인 챌린지투어에서 활약해오다가 올해 본격적으로 1부인 유러피언투어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8월 챌린지투어 롤렉스 트로피에서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한 것을 포함하면 프로 전향 후 두 번째 정상에서 감격을 맛봤다.

◆ 오랜 무명생활에서 쌓은 내공, 4라운드서 폭발

안병훈의 이번 대회 출발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한 타를 줄이는데 그치며 선두 프란세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6타나 뒤졌다. 그러나 불과 세 라운드만에 무려 20타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엮으며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몰리나리를 순식간에 한 타차로 쫓아간 안병훈은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안병훈의 4라운드는 그야말로 독주였다. 공동 선두였던 몰리나리는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며 무너진 반면 안병훈은 2번과 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몰리나리가 전반 9개홀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로 무너지는 사이 자이디가 쫓아왔다. 3라운드까지 안병훈이 한 타 뒤진 3위였던 자이디는 4번부터 6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안병훈을 한 타차로 쫓아갔다.

그러나 안병훈은 오랜 무명에서 쌓은 내공을 후반 9개홀에서 발휘했다. 11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자이디와 격차를 2타로 벌린 안병훈은 12번홀 이글을 낚아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자이디에 3타 앞섰다.

흔들림없는 안병훈과 달리 자이디는 13번홀 보기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안병훈은 15번홀 버디로 5타차로 벌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안병훈은 17번홀까지 버디를 잡아내며 자신의 첫 우승을 자축했다.

3라운드까지 안병훈에 4타 뒤졌던 히메네스가 후반 9개홀에서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긴 했지만 시동이 너무 늦게 걸렸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 1개를 낚는데 그치며 안병훈에 5타 뒤졌던 히메네스는 후반 9개홀에서 버디 5개를 따냈지만 16번홀 보기로 상승세가 꺾였다.

◆ 전리품 챙긴 안병훈 "달 위를 걷는 기분"

안병훈은 유러피언투어 첫승으로 다른 전리품도 덤으로 얻었다. 세계골프랭킹이 132위에서 단숨에 50위권까지 치솟는 것이 가장 큰 수확.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이자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대표팀의 일원으로 뽑힐 가능성이 열렸다.

여세를 몰아 세계 50위 안에 들면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급대회 자동 출전자격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또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서 자신의 첫 승을 챙긴 7번째 선수가 됐다. 역대 BMW PGA 챔피언십에서도 첫 출전에서 승리를 따낸 6번째, 신인으로서 우승을 차지한 3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 대회를 제패한 첫 번째 아시아 선수이기도 하다.

안병훈이 기록한 21언더파는 역대 대회 최소타 기록이다. 안병훈보다 한 타 적은 266타 우승 기록이 1961년에 세워지긴 했지만 당시는 11언더파였다.

이밖에 자신의 유러피언투어 풀시드권 역시 2018년까지로 연장됐고 향후 3년 동안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과 올 시즌 US오픈 출전권도 덤으로 확보했다. 이밖에 안병훈은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3승), 노승열, 정연진에 이어 유러피언 투어 정상을 밟은 역대 여섯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안병훈은 공식 인터뷰에서 "큰 경기를 이겨서 기분이 좋다. 우승의 감격이 오래 갈 것 같다"며 "여태껏 내가 치렀던 대회 가운데 가장 큰 타이틀을 얻었다. 너무나 흥분돼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 경기를 잘 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햇다"며 "4라운드 시작과 함께 긴장되기도 했지만 샷도 좋았고 퍼팅도 괜찮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몇몇 실수가 있긴 했지만 보기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안병훈은 "6홀이라는 큰 차로 우승을 하게 된 것도 대단한 기록인 것 같다"며 "또 아시아 선수로 처음으로 이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너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최연소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 이제 시동이 걸렸다

안병훈은 자신의 첫 프로 데뷔 승리를 따내기까지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하긴 했지만 그가 따낸 트로피라고는 지난해 챌린지 투어 1승뿐이었다.

골프천재로 기대를 모았다. 2009년 8월 불과 17세의 나이로 벤 마틴과 36홀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5홀을 남겨놓고 7홀차로 이겨 역대 최연소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가 됐다.

2010년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첫 PGA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던 안병훈은 1996년 타이거 우즈 이후 14년 만에 US아마추어 2연패를 노리기도 했지만 4강전에서 재미교포 데이빗 정(25)에게 한 홀차로 져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이듬해 유러피언투어를 통해 프로로 전향했지만 프로의 길은 험난했고 그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역대 최연소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라는 그의 존재감이 서서히 잊혀져갔다.

하지만 안병훈은 좌절하지 않았고 지난해 챌린지투어 1승과 함께 상금랭킹 3위(15만107 유로)로 15명에게 주어지는 유러피언투어 풀시드를 획득했다.

BMW PGA 챔피언십 이전까지 11개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은 선전 인비테이셔널 컷오프 탈락 등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월 커머셜 뱅크 카타르 마스터스 공동 5위 등 10위권 진입은 세 차례뿐이었고 나머지는 중위권 또는 중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안병훈은 유러피언투어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정상에 오름으로써 자신의 골프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 챌린지투어에서 3년의 무명생활을 경험했던 안병훈이 비로소 세계 무대를 향해 날개를 활짝 펴기 시작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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